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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뱉어내며

그래 너 잘 났다

by 요술램프 예미

너의 입가에 묻었던 웃음은 나를 향한 조소가 되어

나를 빠르게 상처 내고

네가 보인 말은 존재가 되어

나의 눈두덩이 위로 올라앉는다.


나는 날카롭게 베인 상처 끌어안고

너를 향해 돌화살을 던진다.

내 안의 모든 추악한 것들은 외면한 채

너를 비난한다.

나처럼 어리고

또 너처럼 속물적인 우리.


내가 던진 돌화살은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져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애써 외면한 채

그저 조용히 엎드려 퉁퉁 부은 채로 울고 있다.


어리석은 나는

다시 너에게 돌멩이를 던지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그저 아픈 두 손만 내려다본다.


나처럼 비겁하고

또 너처럼 역겨운 우리.




"심리학 과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지 몰라서 좀 물어보려고~ 심리학 처음 공부하는 거라 과제의 뜻도 잘 모르겠다. 여차저차 이런저런 내용이거든~"

"어디서 그런 과제를 내 준거야? 교수가 그거 너한테 하라고 내 준 거잖아. 내가 석사 정도만 돼도 너한테 알려주겠는데, 교수라서 너한테 못 알려주겠는데~"

"뭐 알려주고 안 알려주고는 너의 마음인데, 교수라서 못 알려주겠다니, 그건 대체 무슨 말이야? 너 지금 친구를 친구로서 대하는 게 아니라 교수로서 대하는 거야? 내가 너 다니는 학교 학생도 아니고"


저의 20대는 온전히 고시공부를 하면서 세월을 보냈어요~ 어쩜 저도 고시에 합격했으면, 친구한테 으스대고 우쭐대는 인간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어요. 난 이제 와서 새롭게 심리학을 공부하는데 대화 속 친구는 벌써 교수씩이나 되어 있죠. 단짝처럼 친한 친구는 아니어도, 15년을 넘게 한 교회를 같이 다니며 별로 껄끄러운 사이도 아니었는데, 순간 우쭐대고 싶은 욕구가 그 마음 안에 들어와 그 마음을 이기지 못했던 거겠죠. 교수 이전에 사람부터 되라고 퍼큐를 날렸지만, 어느 자리에 올라가 있는 사람은 뻐길 수 있고, 어느 자리에 못 올라가 있는 사람은 퍼큐만 날릴 수박에 없는 것이 현실이구나 생각했죠.

인생 살면서 제일 자존심 상했던 경험이었어요. 퇴근한 남편을 붙잡고 한 시간은 울어댔던 것 같아요. 어쩌면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값진 경험이기도 했네요.


그러나 불행히도 그때의 기억, 그때의 말의 뉘앙스가 쉬 잊히지는 않더라고요. 그때의 사건과 감정들을 그냥 시로나 승화시켜보자 생각하며 몇 줄 끄적여보며 '그래 너 잘 났다' 마음속으로 욕이나 한 번 해 봅니다.ㅎㅎ


누군가에게 뻐기며 우쭐대고 싶은 욕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겠죠.

늘 마음을 살피며 그런 욕구가 밖으로 배설되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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