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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Mar 28. 2016

독을 뱉어내며

그래 너 잘 났다

너의 입가에 묻었던 웃음은 나를 향한 조소가 되어

나를 빠르게 상처 내고

네가 보인 말은 존재가 되어

나의 눈두덩이 위로 올라앉는다.   

  

나는 날카롭게 베인 상처 끌어안고

너를 향해 돌화살을 던진다.

내 안의 모든 추악한 것들은 외면한 채

너를 비난한다.

나처럼 어리고

또 너처럼 속물적인 우리.     


내가 던진 돌화살은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져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애써 외면한 채 

그저 조용히 엎드려 퉁퉁 부은 채로 울고 있다.     


어리석은 나는

다시 너에게 돌멩이를 던지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그저 아픈 두 손만 내려다본다.     


나처럼 비겁하고

또 너처럼 역겨운 우리.     




"심리학 과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지 몰라서 좀 물어보려고~ 심리학 처음 공부하는 거라 과제의 뜻도 잘 모르겠다. 여차저차 이런저런 내용이거든~"

"어디서 그런 과제를 내 준거야? 교수가 그거 너한테 하라고 내 준 거잖아. 내가 석사 정도만 돼도 너한테 알려주겠는데, 교수라서 너한테 못 알려주겠는데~"

"뭐 알려주고 안 알려주고는 너의 마음인데, 교수라서 못 알려주겠다니, 그건 대체 무슨 말이야? 너 지금 친구를 친구로서 대하는 게 아니라 교수로서 대하는 거야? 내가 너 다니는 학교 학생도 아니고"


저의 20대는 온전히 고시공부를 하면서 세월을 보냈어요~ 어쩜 저도 고시에 합격했으면, 친구한테 으스대고 우쭐대는 인간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어요. 난 이제 와서 새롭게 심리학을 공부하는데 대화 속 친구는 벌써 교수씩이나 되어 있죠. 단짝처럼 친한 친구는 아니어도, 15년을 넘게 한 교회를 같이 다니며 별로 껄끄러운 사이도 아니었는데, 순간 우쭐대고 싶은 욕구가 그 마음 안에 들어와 그 마음을 이기지 못했던 거겠죠. 교수 이전에 사람부터 되라고 퍼큐를 날렸지만, 어느 자리에 올라가 있는 사람은 뻐길 수 있고, 어느 자리에 못 올라가 있는 사람은 퍼큐만 날릴 수박에 없는 것이 현실이구나 생각했죠.

인생 살면서 제일 자존심 상했던 경험이었어요. 퇴근한 남편을 붙잡고 한 시간은 울어댔던 것 같아요. 어쩌면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값진 경험이기도 했네요.


그러나 불행히도 그때의 기억, 그때의 말의 뉘앙스가 쉬 잊히지는 않더라고요. 그때의 사건과 감정들을 그냥 시로나 승화시켜보자 생각하며 몇 줄 끄적여보며 '그래 너 잘 났다' 마음속으로 욕이나 한 번 해 봅니다.ㅎㅎ


누군가에게 뻐기며 우쭐대고 싶은 욕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겠죠.

늘 마음을 살피며 그런 욕구가 밖으로 배설되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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