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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Mar 28. 2016

너의 조각이 되어

드이어 세상을 살아간다.

얼어붙은 땅 위로 촉촉한 은총이 내려앉고

무엇에도 의지할 수 없었던 폭풍도 가라앉는다.     


홀로 울기를 선택했던 날들은 가지런히 제자리에 들여다 놓고

여유로움과 게으름 사이에 묘하게 걸터앉아

푸른 추억을 한가로이 노래한다.     


너는 네 안의 나를 그렇게 날려 보냈고

갇혀 있던 나는 드디어 세상의 한 조각이 되었다.     


또박또박 나는 너를 쓰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희망에 두둥실 몸을 싣고

그 옛날 슬픔에서 걸어 나오려 한다.     


더 애쓰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는 사랑한다.

그렇게 너의 조각이 되어.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 대한 소망이 없었어요.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 했죠. 그냥 결혼은 남들의 이야기였어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삶은 더욱더 생각할 수 없었죠. 별로 좋은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탓도 있지만, 누군가와 무엇을 공유하는 것에도 익숙지 않았거든요. 나는 무남독녀로 자라 늘 외로웠죠. 하지만, 누군가가 내 삶에 깊이 들어오려고 하면 항상 밀어내기에 바빴죠. 그냥 그렇게 깔끔한 채로 고독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결혼 전까지 나는 세상에 존재하긴 했지만,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았어요.

남편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면서 나는 드디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어요.

그동안 꺼내놓지 못했던 나의 무수한 역사들을 남편에게 처음으로 꺼내놓기 시작했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내 속에 있는 쓴 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사람들에게도 나를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남에게 나를 드러내 보이는 것도 많은 연습이 필요한 일이더라고요. 그 전엔 나를 감추기에만 급급했거든요.


아무도 들여놓지 않던 나만의 세상에서 이제 걸어나와

나는 드디어 세상의 한 조각으로서 살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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