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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Mar 29. 2016

함께이지만 함께이지 않은 우리

SNS 상에서만 우리는 함께 살아가지

우리는 늘 함께 있지만

함께 살아가지는 않는다.     


속을 무엇으로 채웠는지는 보여주지만

속이 얼마나 쓰린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너의 얼굴은 수시로 만지지만

너의 마음은 모른 채 한다.     


너를 항상 좋아한다며 마음을 날리지만

너의 감춰진 모습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의 행복은 보여주지만

나의 슬픔은 감춘다.     


우리는 늘 함께 있지만

서로의 고민을 나누진 않는다.     


나도 없고 너도 없는 세상.

단지 ‘좋아요 ‘ 하나를 가볍게 클릭하는 손가락만이 존재할 뿐.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그곳에 존재하는 듯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잊은 채 살아간다.     




한 때 미니홈피가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때만 해도 우리는 그 공간에 사진을 남기기도 했지만, 일기도 쓰고, 글도 남기며 서로의 생각들을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페이스북을 하면서 사람이 주인공인지 음식이 주인공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자기 속으로 들어간 음식을 왜 그렇게들 보여주고 싶은지 잘은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누군가의 글을 찾아보기란 아주 힘든 일이 되었어요. 글이라고 있어봤자 요즘처럼 남의 긴 글을 읽기 싫어하는 세상에서 그냥 짤막한 몇 마디 글들만이 존재했어요. 한 때 어떤 스님이 자신의 SNS에 남겼던 짤막한 글들을 책으로 묶었는데 몇 주 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적이 있었어요. 그 책을 읽고 적잖이 실망했죠. 말그대로 취향저격, 글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취향저격이었어요. 원래도 베스트셀러는 잘 읽지 않는데, 그 이후로는 베스트셀러는 아예 끊어버렸어요. 그래서 저는 이 곳 브런치로 피신해야 했죠. 이 곳에서도 SNS상이나 블로그에서 보일 법한 글들을 보면 약간은 씁쓸해져요. 짧은 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에요. 짧은 글이지만 울림이 있는 글은 많아요. 


행복한 사진으로 자신의 불행을 숨기고 싶을 때가 있어요.

웃고 있는 사진으로 자신의 슬픔을 숨기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알고 싶다는 거죠. 

보이는 네가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너를 알고 싶다는 거죠.


글은 달랐어요.

글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속에서 어떤 쓴 물이 흘러내리고 있는지 드러내기 위해 쓸 때가 많죠. 그 사람을 자세히 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요즘 이 친구는 어찌 지내나 알고 싶어 SNS를 보다가 정작 친구는 없고 음식 사진만 가득한 걸 보고 문득 씁쓸한 느낌이 들어 시 하나 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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