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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Mar 30. 2016

들꽃들에게

피지 못한 너희들에게 보내는 말 한마디

마당 한 가득 피어난 꽃들을 보며

청초하고 싱그러웠던 들꽃들 생각이 나.     


바람이 전해준 말.

새들도 꽃을 노래하지 않고

꽃들도 새를 향해 인사하지 않는다.     


꽃이 지네.

꽃이 지네.

휘몰아치는 파도에 꽃이 지네.     


안녕.

고마웠어. 

   

마음 가득 햇살을 담아 너희들에게 보내본다.     


두 번 다시는 피지 못한 들꽃들을 꺾지 않으리.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몇 줄 끄적여놨던 글에 좀 더 끄젹여봤어요.

그때 어느 어머니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의 신을 향해 끊임없이 절을 하던 어머니의 뒷모습이었죠.

세상에서 제가 본 뒷모습 중에 가장 슬픈 모습이었어요. 

그 어머니는 울 정신도 없이 자신이 여태껏 올렸던 절 중에 가장 정성스럽고 간절하게 절을 올렸을 거예요.

그 뒷모습이 너무 슬퍼 엉엉 넋 놓고 울었던 기억이 나요.

버스를 타는 어린 학생들을 보며 문득 슬퍼지기도 했고요. 그 애들도 저렇게 예뻤을 텐데 하고 말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죠.

시간이 어느덧 많이 흘러 우리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거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거라 생각해요.


꽃이 지는 건 슬퍼요. 그것도 어린 꽃들이 지는 건 더 슬프죠...


그래도 미안했다는 말보다 고마웠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예쁜 아들, 딸들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주어 고마웠다... 한 때 세상을 싱그럽게 해주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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