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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Mar 22. 2018

낡은 꿈은 바람에 날려보내요

이제는 나를 안아줘야 할 때

새로운 꿈은 새로운 부대에 담아야죠.
낡은 부대엔 자리가 없으니까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내용만큼이나 형식이 중요하고, 담긴 내용물만큼이나 그것을 담을 그릇 역시 중요하다는 뜻이다.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필수지만 - 우리는 그것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지만 - 새로운 마음가짐 자체를 갖는 것이 때로는 힘에 부치고, 그 앞에서 두려움이 앞설 때가 있다. 새롭다는 것은 그만큼 미지의 세계이고, 우리의 뇌는 그 새로움 앞에서 강력하게 저항을 할 때가 많다. 그 저항을 이겨내는 것은 여간 귀찮고 힘든 일이 아니며 상당한 용기까지 필요하니 말이다.



예전에 함께 고시공부를 하던 지인들 중에는 아직도 고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신림동 어디에선가 고시촌 귀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에는 이미 가정을 꾸린 가장들도 있다. 새로운 일을 해 보지만, 여전히 고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몸은 가정에 있어도 마음은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친한 동생 중에는 그렇게 힘들게 고시를 합격해 놓고선 막상 자신이 고대하던 일과는 거리가 먼 일 앞에서 과감히 다른 일을 선택해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동생이 있다. 사실, 고시를 힘들게 패스해도 그것이 우리에게 막대한 부귀영화를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신림동 귀신을 자처하는 사람들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그 나이에 새로운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용기를 끄집어내는 것보다는 그냥 하던 공부를 해서 시험에 합격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고 시간을 단축하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 얼마나 폐배주의적이며 시간과 인생을 낭비하는 것인지.


한 손에는 낡은 꿈을 꼭 쥐고선 다른 일을 아무리 해봐도 그 낡은 꿈이 계속 내 눈에 들어오게 되는 법이다. 그들은 결코 새로운 인생을 시도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더라도 그 낡은 꿈이 새로운 길을 자꾸 가로막는 통에 새로운 길을 오래 걷지도 못하고 이내 출발했던 원점으로 되돌아오기 일쑤다.


자신을 끊임없이 비참하게 만들고, 정착하지 못해 떠도는 기러기와 같은 인생을 살도록 만드는 것이 과연 얼마나 소중한 꿈이 될 수 있을까.


어떤 한 분야에 계속해서 도전을 했는데도 계속해서 실패만을 하게 되면, 사람은 유령처럼 변하게 된다. 남이 뭐라고 말하는 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고, 세상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은 채 그냥 무의 세계에서 혼자 떠도는 유령 말이다. 나 역시 고시를 그만두기 직전, 시험을 보러가는 길에서 우두커니 그냥 서 있었던 적이 있다.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런 패배주의적인 관념만이 내 머리를 온통 채우고 있었다. 그때의 시간은 정말 적막했고, 그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지하철역 안이 그렇게 고요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나 혼자 대열에서 이탈해 다른 곳에 뚝 떨어진 끈 떨어진 병사처럼 말이다.



낡은 꿈을 과감히 버리지 않고서는 새로운 꿈은 결코 손에 쥘 수 없다. 용기가 없어서 버려야 할 꿈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은 낡은 꿈을 버리지 않으니 새로운 꿈을 꿀 수 없게 되는 것이 더 정확한 인과관계이다.


가끔 하던 일을 이루지 못하면 자기 체면이 몹시 깎이고, 그래서 남들 앞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설 수 없게 되고 그래서 또 자존심이 상하게 될 거라 생각하겠지만, 남들은 이미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는 당신을 어리석다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용기가 없다면,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일을 할 만한 용기가 부족하다면 그런 용기를 줄 수 있는 기관과 사람들을 찾아야만 한다. 의외로 우리나라에는 남들을 돕기로 작정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변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꿈을 찾아야겠다 다짐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이미 변하기 시작하고, 우리의 마음은 이미 새로운 꿈을 담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낡은 채로 살아가기엔
아까운 존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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