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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Mar 22. 2018

오늘, 나를 꼬옥 안아줘요

이제는 나를 안아줘야할 때

어느 연구에서 자존감과 비만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왜 날씬한 여자들은 계속해서 날씬하고, 비만인 여자들은 계속해서 비만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이 연구에서는 날씬한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의 자존감에 차이가 있다는 기본 전제를 근거로 연구를 진행했다. 비만인 대상자들을 모아놓고, 다이어트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자존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기효능감(자신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이었다. 자잘한 성취를 맛 보게하고 자기 자신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높이려는 거였다. 자기효능감이 상승한 참가자들은 자연스레 살이 빠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우리의 자신감은 이처럼  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친한 동생이 갑자기 살이 찐 자신의 모습에 심각하게 우울해하는 모습을 봤다. 비만이 먼저인지 자신감이 먼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급기야 고가로 다이어트 약을 샀지만 살은 빠지지 않았다. 그 전의 활발한 모습도 사라졌다. 몸이 변하니 당연히 자신감에도 영향을 미쳤고, 마음이 다시 비만으로 비만이 다시 마음으로 악순환의 고리들을 그려갔다.  나는 여전히 나인데 달리진 몸에 따라 마음까지 달라져버린 것이다.


한때 나는 자존감낮은 것은 물론 지나친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이었다. 특히 서울로 대학을 와서부터 내 자신감은 끊임없이 하락곡선을 그렸다. 처음엔 지하철을 어떻게 타는지 몰라서 헤매는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고, 돈이 없어서 친구들과 놀러를 가도 주눅들기 일쑤였다. 매일매일 치열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를 벌었고, 어떤 날은 학교까지 갈 차비가 없어서 걸어갔던 적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음은 곧 마음곡선의 하락과 연결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던 시기였다.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내 안에 있던 꿈들도 당연히 하나씩 사라졌다. 꿈을 이룰 수 있을 것같은 희망조차 없어졌다.



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꿈이 뭔지.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꿈이 없어 꿈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루고 싶은 꿈은 많지만 그것을 막상 입밖으로 꺼내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어느새 자본주의의 허상 아래 꿈을 묻어두기 시작했다. 돈이 없으면 꿈을 잃어야하고 돈이 없으면 꿈을 꿀 수 없는 거라고 우리 스스로에게 세뇌시키곤 한다. 우리의 자신감이란 은 돈에 지배당하기 일쑤다.


나를 둘러싼 어떤 것도 나의 마음에 쉽게 흠집을 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외모가, 누군가에게는 돈이, 누군가에게는 학벌이...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좋은 존재이지만, 하나의 조건이라도 빠지는 것이 있으면 이내 시름에 빠지고 마음이 허물어지기도 한다. 내가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이 너무나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청년이 있었다. 공부도 잘 해서 서울대에 조기 입학했고, 나라에서 주는 장학금도 받으면서 학교를 다녔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자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 결국 자살을 택했다. 그는 유서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 밑에서 일해야 하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남들이 보기엔 하나도 부족한 것이 없을 정도의 수재였고, 능력이 있는 청년이었지만, 본인이 갖지 못한 금수저가 너무나 크게 보였던 것이다.


인간은 나약하기에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아무리 커도 갖지 못한 것에 집중하게 되기도 한다. 가끔 얼굴에 아주 작은 티도 남들 보기엔 하나도 문제 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자신의 눈에는 엄청나게 큰 흠으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얼굴에 뭐 하나가 부족해 보이면 계속 그것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때로는 남이 나에게 하는 것보다 내가 나에게 더 관대하지 못할 때가 있다. 살이 쪘다고 우울해했던 동생도 충분히 보기 좋았지만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했고, 나 역시도 내가 갖지 못한 것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가졌지만 나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서울대 학생도 많은 친구들이 그를 부러워했을테지만 스스로에겐 지나치게 엄격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울고 있는 친구나 이웃은 쉽게 안아준다. 하지만 낙담하고 슬픈 나의 내면은 모르는 척 할 때가 많다. 남에겐 그렇게 친절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하나도 친절하지 않은 것이다. 내 안에 꿈의 씨앗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 밭을 비옥하게 가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나를 꼬옥 안아주어야만 한다. 나의 마음을 한번은 꼭 만나야만 한다.



아무도 당신을 평가할 수 없어요.
당신조차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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