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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Mar 31. 2018

우리 언젠가 마주친 적은 없었을까

《엄마 말고 나로 살기》 서문

공간과 시간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우리는 서로 각자의 시간을 살아왔지만, 한번쯤 같은 공간에서 마주하지는 않았을까, 혹은 다른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비슷한 시간을 공유하지 않았을까 하고. 어쩌면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면서 세상과의 단절을 겪는 그 순간들에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었지만, 마치 한 공간 한 시간의 영역 내에 있었던 사람들처럼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그 가운데는 시공간이 서로 일치하는 순간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엄마로서의 의무 뒤로 여자로서의 모습과 사회인, 더 나아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숨겨야 했을 때 어떤 좌절과 상실을 겪어야했던가. 그 마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나에게 보내는 위로이자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 책을 통해 단순히 다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다시 일을 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잊힌 모습들을 되찾는 여정을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이야기이지만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 각자의 생각과 상황이 다른데 어떻게 당신처럼 될 수 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당신은 나보다 더 잘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 불확실한 시대에서 어떻게 하면 경력 단절의 시간과 결별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당장에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힌 모든 것들이 정답이 될 수도 없다. 다만, 당신에게 하나의 문장이 살아남을 수 있기만을, 하나의 내용이 공감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상황을 간절히 원한다. 그러면서도 그 새로운 상황에 대한 두려움 역시 동시에 가지게 된다.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우리의 모습이 어떠할지라도 우리는 스스로 회복되는 것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을 것이다. 오늘 문득, 무기력하고 지친 모습의 당신을 마주했다면, 그 옛날 생기 있던 모습 역시도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자신을 응원하는 하루를 맞이하기를 빈다. 그런 모습으로 우리 또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서로 마주칠 수 있기를.





저의 책 《엄마 말고 나로 살기》의 서문을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언뜻 책 제목을 듣고선 "우리 아내가 이 책 읽고 집을 나가면 어떡해요?" 이렇게 묻는 남성분도 계셨고, "나는 엄마인 내가 좋아"라고 말씀하시는 여성분도 계셨어요.


제 책은 단순히 '엄마'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나'에 초점을 둔 것이며 엄마의 역할을 소홀히 한 채 나를 찾아나서라는 내용도 아닙니다. 엄마의 역할이 더 중요하냐, 덜 중요하냐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 쓴 책도, 읽어야 할 책도 아니고요.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들 간에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허무함에 빠져들기 십상이니까요.


가끔 자신을 위해 만원 한장 쓰는 것도 아까운 엄마들이 많죠. 자신의 꿈같은 건 잊은지 오래이고, 자신의 인생은 자식과 남편의 뒤로 숨겨놓은 엄마들도 많이 있고요.


한때는 꽃같던 그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는 응원가입니다. 경력단절에서 오는 불안함으로 다시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낼 수 없는 여성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엄마들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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