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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Jul 25. 2018

당신은 어떤 모양의 고동인가요

안녕, 낯선 내 마음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는 어렸을 적 고동의 모양을 관찰했다. 관찰하기 위해 관찰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그의 눈에 띈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곧 알게 된다. 물살이 완만한 곳에 서식하는 고동의 모양은 둥그스름한 반면, 물살이 센 곳에 있는 고동의 모양은 뾰족하다는 것을. 애초에 동글동글 생겼던 고동이 급한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양을 뾰족하게 만들어야 했다. 고동 옆에 큰 돌덩어리라도 있었다면 고동은 굳이 자신을 바꾸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우리는 가끔 고동과 같다. 나를 돌고도는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나 자신을 뾰족하게 갈고 갈아야 하는.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것이라도 있다면 그것에 의지라도 할텐데. 지나치게 혼자만의 힘으로 버텨야하는 사람들의 손은 때때로 외롭다. 웃음을 흘리지 않기를 다짐하고, 누군가 나를 우습게 여기지 않도록 단단히 무장하고 내가 쳐놓은 선을 넘기라도 하면 금 밟았다고 선포할 태세를 늘 갖추고 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가도 놀랍도록 멀어지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푸른 웃음을 웃던, 깔깔거리던, 환한 소녀는 점점 붉어져간다. 원래 울음을 참는 사람들은 붉은 사람들이다. 붉은 아침을 맞고, 별 수 없이 흩어진 마음들을 외면하고야 만다. 자신만의 세상에 남을 들이기를 주저하고, 함부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못 견디면서도 누군가가 또 그 문을 억지로 열어주기를 원한다.



어느 날, 나는 지나치게 뾰족한 어떤 언니를 본 적이 있다. 혼자 자랐고, 외로웠고, 가정불화가 심했고, 또 외로웠다. 뾰족했고, 자신만의 버블 안에 허락없이 들어와 자기와 놀기를 희망하는 사람을 견디지 못 했다. 사춘기 시절 나는 웃기를 멈춘 적이 있었다. 세상이 웃을 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서다. 그때 내가 웃음을 멈춘 것 역시 나의 가시를 꺼내는 행위였을지도 모른다. 나를 잘못 건들기라도 하면 그 가시에 찔릴 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선전포고같은 그런 것.


내가 웃는 것을 멈춘 것과 달리 그녀는 과한 웃음을 웃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누가 봐도 그녀의 웃음은 과했고 또 어색했다. 누가 봐도 그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자신을 감추는 행위였다. 하하하 소리를 내는 웃음 뒤로 자신의 뾰족함을 감추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녀가 웃음뒤로 그것을 감추면 감출수록 그것은 더 드러나고야 말았다. 마치 비닐봉지 안에 넣어둔 꽂게의 집게손가락 끝부분이 비닐봉지를 뚫고나오는 것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가 웃을 때 같이 따라웃지 않았다.


그녀 안에 있는 어린 아이와 자신을 끊임없이 뾰족하게 깎아가고 있는 과거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그냥 그녀의 몫이라고 단정지어버렸다. 우리는 가끔 나만의 문제만으로도 벅찬 어른들이니. 내 안의 나조차도 위로하기 힘든 사람들이니.


나는 가끔 뾰족해지는 나를 만난다. 뾰족해지기기 전의 나도 만난다. 둥근 모습으로 상처입고 있는 나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날카로워지는 너도 만난다. 자신의 변한 모습을 자책하는 이도 만난다. 우리는 모두 떠내려갈까 무서워하는 고동들이다. 어떤 이의  뾰족함은 너무나 견고하기까지 하다.


가끔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를 한다. 부잣집 딸래미들이 성격도 좋다고. 그건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걱정없이 자란, 고생을 모르고 자란, 서늘한 곳의 평화로운 개울에서 자란 동그란 모양의 고동처럼.



당신은 어떤 모양의 고동인가요?
자신을 어떤 모양으로 깎아나가고 있나요?



우리는 서로에게 찔려 피를 흘리면서도 때로는 멈추지 못 한다. 않는다.

나와 너는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 있을까? 너를 그리고 나를 안아줄 수 있을까?


오늘 뾰족하게 깎여진 그를 만난다면 자신을 그만 깎아도 된다고, 우리가 몸을 맞대고 있다면 떠내려가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사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뾰족해졌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늘 가장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동안 고생했다'는 한마디가 그들을 말랑한 덩어리로 만들어줄런지도.


당신을 뾰족하게 만든 것이 자신이 아니라,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살고자 하는 의지였음을, 누군가 나를 흔드는대로 흔들리지 않기 위함이었음을, 생에 대한 깊고 진한 애정이었음을, 더 이상 상처받다가는 결국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음을 알고 있다. 이제는 마음을 깎지 않아도 되는 잔잔한 곳에다 자신을 놓아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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