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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Oct 06. 2018

생각 말고 느낌 말이에요

안녕, 낯선 내 마음

심리학 수업 중 '집단상담' 시간에 학생들이 내담자가 되어 집단 상담에 참여한 적이 있다.

교수가 집단상담의 리더가 되어 집단상담을 이끌었는데, 끝나는 시간이면 항상 자신의 느낌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과정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내 감정에 집중할 온전한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럴 때면 꼭 느낌이 아니라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말할 때도 자신의 생각으로 평가할 때가 많았다.

늘 또박또박, 날카롭게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지나친 좌뇌형 인간이거나, 똑똑하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인 사람같아 보였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고, 감정을 좀 얘기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상담을 진행하게 되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내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실은 감정이 나를 힘들게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그 감정을 스스로 인정하고, 또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과정이다. 느끼는 것은 감정이지, 생각이 아니다.  그러니 느낌을 말 해보라고 하면 당연히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생각 훈련은 많이 받았다.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수시로 듣고 배웠다. 그런데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배우지 못 했다. 그녀 역시도 살아오면서 한번도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보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감정을 지나치게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지도.




긍정심리학이 유행하고, 긍정적인 자아상이 중요하고, 긍정착각이 또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우리에게 '긍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나치게 강박적이기까지 하다. 그렇게 되면서 '감정'을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으로 나누게 됐다. 사실로부터 당위를 추론하게 됐다. 감정은 현상일 뿐이다. 내가 어떤 것을 느낀다고 해서 그것을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감정 자체는 긍정과 부정으로 나눌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감정이란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실체의 문제이자 실존의 문제일 뿐이니까.


그녀는 지나치게 완벽주의자적인 성격으로, 감정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느낌의 감정을 차단해버리고 싶은 욕구가 컸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지배당하는 자기 자신을 못 견뎠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을 깔끔하게 하는 것처럼 느낌마저도 그저 깔끔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지. 어쩌면 자신의 감정을 어디에서도 인정받거나 이해받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형제가 많은 집에서 막내로 자라면서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감정은 이미 퇴색되거나 자신이 애써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가끔, 내 안에 이런 감정이 있었나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그 감정이 마치 나 자체를 대변하는 것 같아, 그 감정으로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 묻어두는 편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 대한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거나 지금의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여과없이 표현했을 때 우리는 어떤 비난을 받았었나. 어린 아이 취급을 받은 적도 있었고, 고작 그런 걸로 갈등을 초래하는 것에 대해 성숙하지 못한 인간 취급을 받기도 했다. 때로는 훈계를 들었으며, 또 때로는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증오하는 내 모습에 죄책감이 든 적도 있었다.  선입견과 편견을 동원해 사람들의 감정을 압박하고 조롱하는 사회 분위기에 굴복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 많은 시간 동안, 표현하지 않고 참는 연습은 많이 했어도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연습이 부족했다. 남의 감정에는 공감했지만, 내 감정에는 충분히 공감하지 못 했다. '생각 좀 하고 살라'는 말은 했어도, '네 자신을 느껴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싫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인정머리 없다고, 성숙하지 못 하다고, 긍정적이지 못 하다고 욕은 했어도 있는 그대로 그를 받아들여본 적은 없다.


우리는 어느정도까지 윤리적이어야 하나. 우리는 살아있는 채로 죽어있어야 하나. 감정의 모든 선들을 끊어내고서는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나. 느끼는 것에 대해서까지 조롱받을까봐 혹은 욕을 먹을까봐 두려워해야 하나. 어디까지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엄격해야 하나.


감정표현불능증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 하면, 우울증, 불안장애, 공항장애까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사회전체가 불안에 빠진 이유가 아닐런지... 오늘 나를 인지하고 나의 영혼을 표현할 방법을 찾는다면 나를 위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나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



꺼내놓아야 바람을 타고 날아갈 거예요.
감정을 이제 자유롭게 놓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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