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라는 무능을 대하는 자세

by 요술램프 예미

내 주변에는 자신이 완벽주의자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 곳곳에도 역시나 완벽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넘쳐날 것이다. 완벽주의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판을 벌이기를 좋아하고, 여러 일들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을 몰아붙인다. 실제로도 성과를 이뤄내기도 한다. 가끔 사람들은 완벽주의자들을 대단하다고 칭찬하고, 그에게 일을 맡기려고도 한다. 그리고 완벽주의자들에게는 자신의 완벽주의가 자랑거리가 된다. 그만큼 완벽주의자라는 명칭 안에는 열심히 최선을 다 해 모든 일에 임하고 일처리를 말끔하게 하는 생활 태도가 담긴 것처럼 여겨진다. 어떤 이는 완벽주의가 자신의 정체성이 되었으므로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거나 확인하거나 우려하는 말을 들으면 화를 낼 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유심히 그들을 관찰한다면 세심하고, 꼼꼼하며, 흠 잡을 데 없는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는 외형 속에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공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나는 사실 유능하지 않다’는 무의식적 신념, 그러한 사실이 세상에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완벽주의는 그 두려움을 가리는 가장 정교한 가면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자신의 능력을 검증하려고 하면 마치 두려운 개가 더 크게 짖는 것처럼 화를 내는 것이다. 완벽주의자는 자신의 무능을 결코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흠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실수는 곧 정체의 폭로이며, 부족함은 곧 존재의 결격 사유다. 표면적으로는 그들의 태도와 행동은 성실과 노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안쪽에는 회피가 있다. 새로운 도전은 위험하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그 실패는 가면을 찢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완벽주의자는 이미 자신이 잘하는 영역 안에서만 움직인다. 실수를 통해 배우기보다, 실수를 피하며 머무른다. 결국 성장보다는 ‘들키지 않음’이 더 중요한 목표가 된다.


대학원 박사과정을 하면서 완벽주의로 몸과 마음을 무장한 무능한 고학력자들을 자주 보았다. 한번은 공동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늘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화려했던 과거를 말하고 다닌 동료는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과제가 떨어질 때마다 약속이 많아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토로했다. 매일매일 약속이 있고, 일이 생기고, 여행을 했다. 바쁜 일정이 끝나면 일주일 내내 꼭 시간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약속한 주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또다시 약속들을 만들었다. 술자리를 만들었고, 누군가의 공연에 참여했고, 또 어떤 날은 동창회에 갔다. 심지어 노트북을 학교에 두고 와서 어떠한 과제도 할 수 없다고도 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무의식에서 어떠한 일을 하기 싫을 때 실제로 자동차 열쇠를 놓고 오기도 하고, 무언가를 잃어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나는 동료가 약속을 말할 때마다 약속이 그의 피난처이자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도피의 도구라는 것을 알았다. 약속이 많아서 일을 못한 것보다 무능해서 일을 못했다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기 때문에 그가 계속해서 과제를 피해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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