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생성형 AI를 통해 우울이 극복되어 가고 있다는 사람들이 나오는 다큐를 봤다. 다큐 속 사람들은 다정하게 이야기해주는 AI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선뜻 누군가에게 할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사용자가 이야기한 것들을 모두 기억하는 AI는 저번에는 이런 말을 했었다고 알아차려주고, 그 일은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봐주기도 했다. 어떤 예능에서는 한 연예인이 AI 로봇과 대화하고, 로봇을 마치 아이처럼 데리고 다니는 장면도 나왔다. 독거 노인에게 AI 인형을 나눠주는 서비스도 있었는데 서비스 소개에는 마치 인형이 손자처럼 할머니에게 약을 챙겨먹으라고 말해주고, 할머니가 식사하는 동안 말동무가 되어주는 사진들이 첨부가 되었다.
최근에 만난 내담자는 불안이 심했다. 그래서 나와 상담을 하지 않는 날에는 혼자서 혹은 친구의 도움을 구해서 불안을 처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친구에게는 늘 자신의 불안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최근에는 그나마 불안을 해소하던 남자친구와도 이별을 하게 되자, 쳇 GPT에게 계속 고민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쳇GPT는 너무 공감과 위로만 해주더라는 거다.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 생각이 틀린 것 같은데, 자꾸 공감을 해 주니까 갑자기 내담자는 더 불안해졌고, "너는 왜 계속 공감과 동의만 하느냐?"고 쳇 GPT에게 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GPT는 자신의 의견에 사과를 하고 아무 불평불만 없이 이내 입장을 바꾼다고 했다. 나도 계속해서 쳇GPT가 말귀를 못 알아듣고서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사실과 다른 답을 내놓아서 기껏 해놓은 일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적이 있다. 그때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GPT를 마구 비난했지만, GPT는 단 한마디의 저항이나 합리화, 불평도 없이 오직 사과만 했다. 이쯤되니, GPT가 어떤 인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 억울하고 불쌍할 정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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