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왜 천대받기 시작하였나

아들 가진 엄마는 정말 불행한가?

by 요술램프 예미
"남편은 셋째를 원하는데, 나는 또 아들을 낳을까봐 못 낳겠어.
아들인 것까지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지금도 나를 되게 불행한 사람 취급하는데
여기서 한 명이 더 늘면 더 불행한 사람 취급할 거 아냐. 그건 정말 못 견딜 것 같아"

아들이 둘인 친구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내 주위에 아들이 셋인 집이 세 가정이나 된다. 그 가정들을 보며 사람들은 다들 미쳤다 말한다.

뭘 믿고 아들을 저렇게 셋이나 낳았나, 아들이 둘일 때 멈췄어야지 셋째가 딸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낳아댔나...


작년에 둘째를 임신했을 때 사람들이 태아의 성별을 물어볼 때면 하나같이 반응들은 똑같았다.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사실은 아쉽네가 아니라 안됐네를 완곡하게 표현한 거였다)"

"저는 아들도 좋아요~ 저희 아기가 뱃속에서 다 듣고 있어요~ 그런 말은 말아주세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들을 못 낳은 여자는 시댁식구들한테 당당하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 마치 죄인 취급을 받기까지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들을 낳은 여자들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아들만 낳은 사람들은 동메달 혹은 메달조차 획득하지 못한 사람 취급 받는다. 딸과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까지 극과 극으로 변한 게 정말 의아해서 왜 아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는지 생각해 봤다. 오직 나만의 생각과 분석이니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딸은 키우기 쉽고, 아들은 키우기 힘들다?


보통 사람들은 딸은 키우고 쉽고, 아들은 키우기 더 힘들다고 말한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예전보다 다소 늙은 나이에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에너지 넘치는 아들이 감당하기 벅찬 존재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진짜 아들이 더 키우기가 힘든 것일까?

"하루는 딸을 혼냈는데, 일주일 넘게 내가 퇴근해서 들어가면 나랑 눈도 안 마주치고 삐쳐 있어서 그 이후에는 혼내지도 못해요."

아는 동생이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아들은 혼났다고 삐쳐서 일주일 넘게 아빠를 본 채 만 채 한다든가 이런 일이 없다. 만약 아들 중에 이런 아들이 있다면 그 아들이 지극히 예외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아들들은 보통 혼이 나도 돌아서면 다시 헤헤거리며 웃는다. 방금 혼난 애가 맞나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로 순식간에 혼났다는 사실로부터 벗어난다. 그런데 딸들은 그걸 마음에 오래토록 담아둔다.


어떤 집 딸래미가 넘어졌는데 자지러지게 우는 걸 봤다.

"저게 울 일이야? 하나도 안 아프겠는데"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아들들은 보통 넘어져도 그냥 툭툭 털고 일어나는게 보통이다. 딸들은 아주 살짝 넘어졌는데도 울면서 부모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듯 했다. 물론 모든 상황들이 예외는 있다. 결론은 딸들은 감정을 그 만큼 읽어줘야 하고 공감해줘야 해서 감정적으로 힘든 반면, 아들들은 에너지가 넘쳐서 몸으로 놀아줘야 한다. 어떤 것이 더 힘든지는 부모인 본인의 기질에 달려 있는 것이지 딸이 더 힘들고, 아들이 더 힘들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나는 감정적으로 섬세하지 못해서 딸을 키웠다면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


청소년을 키우는 어떤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딸은 둘을 키우고, 아들을 하나 키우는데 아들은 사춘기가 되면 그냥 말을 안 해. 문 닫고 방으로 그냥 들어가고 말아. 근데, 딸들은 왜 그렇게들 나한테 짜증을 내는지 모르곘어. 내가 지들 짜증 받아주려고 있는 존재인 것마냥 사사건건 짜증이야."


정말 아들이 키우는게 힘들다는 건 맞는 말일까?



한 가정의 리더로서의 아들의 역할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와 누나 혹은 여동생


아들은 자라서 결혼을 하면 한 가정의 리더가 된다. 이제 본인이 먹여살려야 할 식구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 의미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엄마와 누나 혹은 여동생들은 잘 모른다. 자신의 남편만 떠올려봐도 어쩌면 쉽게 알 수 있는 걸 본인의 아들과 오빠 혹은 남동생만큼은 달라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오빠가 결혼하더니 지 가족밖에 모르고 완전히 변했어~"

오빠를 둔 친구들이 심심찮게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걸 많이 들었다.


남자가 결혼을 하면 변하는 건 당연하다. 아니, 변해야만 한다. 그 전엔 아들이었고, 오빠였고, 남동생이었지만 이젠 아버지이고 남편이 되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서도 전처럼 똑같이 굴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것이지. 결혼을 해도 리더의 역할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딸과는 다른 것이 당연하다. 엄마들은 본인의 아들이 결혼을 하고 나서도 전과 같은 아들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결혼과 동시에 떠나보내야 함에도 수시로 찾아와서 엄마의 말동무가 되었다가 엄마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는 딸과 아들이 같기를 바란다. 그런데 오늘도 처자를 먹여살리느라 고군분투하는 아들은 부모님을 전과 같이 대할 여력이 없다. 그런 아들을 대견하게 바라봐도 시원찮을 판에 괜한 배신감에 '아들은 며느리 남편일 뿐이야~'와 같은 이상한 말들만 내뱉는다.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 부모를 떠나지 못하는 딸


황혼육아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늙은 부모들을 많이 봤다. 황혼육아의 대부분은 친정엄마들의 몫이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부모에게서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해야 함을 뜻한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정신적으로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자녀들은 물리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을 하지 못한다. 지지고 볶든 양육은 부부가 감당해야 할 몫임에도 불구하고 조부모의 몫으로 남게 된다. 아들이 며느리의 남자가 되든 어쩌든 결혼하면 그냥 그걸로 끝이고 편하다. 그런데 딸들은 반찬 내놔라, 애 봐달라 결혼한 후에도 요구사항이 많다. 딸이 아무리 해외여행을 시켜주고 용돈을 준다한들 차라리 애 안 키워주고 그런 거 안 받는게 훨씬 낫다. 딸 낳으면 해외여행한다며 좋아들하지만, 그건 애 키워주고 반찬해다주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인 경우가 많다.


진정 딸이 더 좋다고만 할 수 있는가.



딸이 부모 마음을 더 잘 알아준다?


안그래도 공감에 대한 욕구가 강한 인간이 늙어서는 그게 더 절실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나처럼 부모에게 쌓인게 많은 딸은 결혼하고 나서 엄마를 더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지금은 거의 원수지간처럼 지낸다. 반면에 신랑은 자기 부모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결국, 어른이 되어 부모를 이해하고 부모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은 자라온 환경의 영향이고, 각 개인의 기질과 성격, 부모와의 관계 등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그게 딸이고 아들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난 내가 살면서 가장 잘 한게, 딸만 둘을 낳은 거야"(간혹 이 말이 아들을 낳지 못한 사람의 자기위안으로 들리기도 한다.)

"나도 딸 하나 낳은 게 정말 다행이야"

"전 아들만 둘이라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전 아들이 더 좋아요~ 제 성격이랑 잘 맞거든요."


오늘도 나는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얘기들을 주위로부터 듣는다. 이미 태어난 아이를 보며 하나마나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일부러 염장지르기 위함이 목적인건가하는 의문도 든다. 물론, 딸도 키워보고 아들도 키워보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은 들지만, 단지 딸이기 때문에 단지 아들이기 때문에는 부모의 욕심이 들어있지는 않는지 묻고 싶어진다.

자식한테 뭔가를 받으려고 하는 욕심... 그것이 정서적이고 지속적인 관계이든 관심이든...


아무리 농경사회에서 벗어나서 이제 아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는 지났다고 하지만, 아들이 있는게 그렇게 불행한 취급을 받아야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누구보다도 애교 많고, 누구보다도 엄마를 많이 도와주고, 엄마가 아파할 때 안아주는 아들을 키우고 있다. 그 아들이 커서 지금처럼 효도를 하든 안하든 일어나지 않은 일로 행불행을 말하고 싶지도 점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자식은 아들이든 딸이든 사랑을 주어야할 대상일 뿐이고, 그 자식으로부터 뭔가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욕심일 뿐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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