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같은 반에 수학을 잘 하던 친구가 있었다. 친구에게 수학 문제를 물을 때마다 가르쳐주는 대신 그것도 모르느냐며 비웃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가 정말 수학을 잘 했던가? 수학을 잘 한다는 게 어떤 근거였던가 의문이 들면서 혹시 그 친구도 내가 묻는 수학 문제를 몰랐지만, 모른다고 하기가 창피해서 그렇게 반응한 건 아닌가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는 한다. 어쨌든, 비웃음을 당한 나는 모르는 게 이렇게 비웃음을 당할 수도 있는 거라는 경험을 하게 됐고, 이후에는 그 친구에게 다시 수학문제를 묻지도, 다른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묻지도 않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걸 잘 못하던 어린이였다. 어린이가 어린이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엄마는 늘 나에게 하소연을 했고, 아버지는 제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었으니 부모에게 의지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도움을 구할 다른 어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필요할 땐 언제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니,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자꾸 해봐야 한다며 조언하던 사람들이 생겼다.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어쩐 일인지 그런 말들을 믿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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