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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Jun 02. 2016

그녀의 슬픔을 따라 걸으며

다른 이의 행복을 쉽게 뺏지 말아 줘요

하루 종일 그녀를 생각하느라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답답해져오고,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린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창자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온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안아주고 싶지만, 그저 그녀를 떠올리며 그 슬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함께 느끼고 먼 곳에서 작은 위로를 건넬 뿐이다. 나의 위로가 그녀의 마음에 가 닿지는 않겠지만...


어제도, 오늘도 세상은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알려온다. 그의 소식을 접하고 마음에서 돌덩어리가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남편이었고 또 누군가의 따뜻한 아버지였다. 나는 순간, 그런 그의 죽음을 지켜본 가족들의 마음을 떠올렸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충격과 슬픔에 휩싸여 말도 나오지 않고 눈물도 나오지 않은 채 넋을 잃었을 그 모습이 내 마음 안에 들어왔다.



8개월된 태아를 품고 있는 그녀. 옆에는 여섯 살 된 아들을 둔 그녀. 고작 서른 여덟해밖에 살지 않았던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모든 것들을 지금 그녀가 어떻게 견디고 또 앞으로 그가 없는 삶을 어떻게 감당하며 살 수 있을지... 


늦은 아빠의 귀가를 행복에 들뜬 마음으로 마중 나갔던 가족들. 이제 곧 태어날 둘째를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앞으로의 행복한 미래를 그렸을 그. 


영혼을 둘러싼 자신의 못나빠진 껌데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 때문에(난 아직도 이 땅의 무수히 많은 젊은이들이 그깟 공무원 시험에 젊은 날의 여러 해를 바치는 현실에 비통함을 느끼며, '불안'심리가 생명까지 앗아가는 이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진다), 자신에게 더 좋은 미래가 펼쳐질지도 모르는 기회들을 일순간에 놓아버린 한 청년의 선택은 한 가정의 미래와 행복을 철저히 앗아가 버리고야 말았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 어떤 이유도 공감받지 못한 채, 동정받지 못한 채 죽어서도 피의자 신분이 되어야했다.


아빠의 죽음 앞에 여섯 살 된 아들은 실신을 했다고 한다. 고작 여섯 살의 나이에 실신을 했다고 한다.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에 아빠의 모습이 얼마나 처참했으면 그렇게 되었을까. 고꾸라져 있는 남편의, 아빠의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으며 그 모습을 잊지 못하고 앞으로 어떤 정신적 충격을 껴안으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예전에 어떤 영화에서 떨어지는 사람에 깔려 죽는 사람이 나오는 장면을 보며 저건 도대체 무순 경우냐고 혀를 끌끌 찬 적이 있었는데, 영화에서만 나오는 것인 줄 알았던 장면이 현실에서 펼쳐질 수 있을지는 감히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수년 전에도 어떤 아버지가 어린 자식이 보는 앞에서 학생들에게 맞아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을 때, 남편에게 가족을 생각해서 남의 일에 상관도 하지 말고 불의를 보면 철저히 참으라고 당부했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남에게 맞아 죽을까봐 어떤 것을 보더라도 참아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때에도 그 학생들에게 어린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동정심이라도 있었으면 했었다.



떨어져 죽기 딱 좋은 곳이네... 그런데 내가 여기서 떨어졌다가 나 때문에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겠어.


자살하고자 어느 빌딩에 올라갔던 희자 이모의 대사가 순간 떠올랐다. 스물 다섯 살의 청년에게 희자 이모와 같은 일말의 배려가 있었다면 한 가정의 행복은 그대로 지켜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제도 오늘도 뉴스에서는 그의 소식의 전해져왔다. 나는 남겨진 그녀를 생각하며 고작 이런 글 따위나 적고 있다. 가끔 지금의 행복을 제발 가져가지 말아달라고 기도를 한다. 아니, 가끔이 아니라 아주 자주 그렇게 기도한다. 그녀도 그런 기도를 하지 않았을까... 어제까지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던 그녀의 마음이 한 순간 처참히 찢겨졌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남은 날들을 외로이 보내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아내야할지...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이 그렇게 버리고 싶은 인생을 살려달라고 처절하게 오늘도 울부짖어야하는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제발, 다른 이들의 행복까지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내가 죽고 싶다고 다른 이들의 가족까지, 그 마음까지 해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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