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8
나는 실수가 두렵다. 여태껏 실수 없는 삶을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왔다. 실수가 두려운 이유는 '혼날까봐'인데 나는 혼나는 게 너무 어렵고 무섭다. 혼이 나는 상황이 되면 얼굴이 빨개지고 당황스럽고 울음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동시에 혼나는 게 뭐 대수라고, 24살이나 먹어서 아직도 혼나는 걸 두려워 하는 내가 어린 애 같아서 창피하다.
여하튼 누군가에게 혼이 나는 상황은 내가 가장 가장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그런데 어제 나눈 대화에서 혼나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 밑바닥에는 완벽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뭔가 다짐하면 이뤄내고야 말겠다고 혈안이 되는 사람이다. 지는 건 나에게 익숙하지 않고, 끔찍하게 경험하기 싫은 것이다. 나는 나의 존재를 완벽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그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내 존재 자체가 실수로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숨겨져 있었다.
나는 엄마와 단 둘이 산다. 내 부모님은 짦게 만나 결혼했고, 빨리 헤어졌다. 그들의 만남은 사랑 없는 결혼이었고 그래서 오래가지 못한 관계였다고 생각했다. 그 짧은 기간에 생겨난 나는 아마 한순간의 욕정의 산물이 아닐까 생각했다.내 기억 속에서 아빠는 대부분 부재하기 때문에, 그를 향한 감정은 무(無)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모든 행동이 완벽을 지향하고, 그 밑바닥에 나 자신은 실수로 태어난 존재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거라면, 아빠에 대한 내 감정은 뿌리깊은 원망이 아닐까. 아빠와의 인연이 참 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