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mbrella Oct 22. 2020

덜 외로운 날 쓰는 외로움

브런치에 '외로움'을 검색해보았습니다. 관련된 글의 수가 '1,000건+'더군요. 제 글에서도 외로움은 단골 소재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쓰는 글의 7할은 밤에 쓰는 것들입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주로 씁니다. 잠이 오지 않아 느끼는 이 감정을 씁니다. 이 감정을 잊고 싶지 않아 씁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드는 감정들은 대부분 어두운 것들입니다. 우울하고 외롭고 구역질이 납니다. 질투심에 휩싸일 때도 있고 분노와 원망에 잠 못 이루는 날도 있습니다. 내일에 대한 기대로 밤을 지새운 적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합니다.


외로움. 브런치에 실린 글만 1,000건이 넘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외로움을 검색해보니 27.7만 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워하는 중인가 봅니다. 하지만 이 숫자들이 내 외로움을 달래주지는 못합니다. 솔직히, 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사실이 맘에 안 들기도 합니다. 이 감정이 제게만 있는 특별한 것이라 여기고 싶습니다.


외로움은 괴로운 것이지만, 동시에 이 정서가 주는 생각과 두통을 좋아합니다. 외로워야 제 감정과 생각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외로워서 기록하고, 외로워서 생각합니다. 쓰고 보니 저한테 외로움은 동력 같은 거네요.


동시에 외로움은, 이 모든 것들을 마비시키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외로움은 우울함을 불러오고 우울함은 수면을 불러옵니다. 요 며칠 잠만 잤습니다. 오늘도 커피를 세 번이나 마셨는데 눈이 감깁니다.


누군가 그랬어요, 한없이 잠만 자는 건 사실 죽고 싶은 거라고. 맞는 것 같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하루의 2/3을 잠으로 소비했습니다. 자의라고 보기엔 너무 끈적한 졸음들이었습니다.


잠에 들며 생각했습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심장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 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맞아요. 사실 죽고 싶었던 겁니다.


또다시 잠이 쏟아지는 나날입니다. 잠을 이겨내지 못하는 저를 분노합니다. 죽고 싶으나 죽지 못하는 제가 애석합니다. 죽지도 못하면서 잠이나 자는 제가 한심합니다. 끊임없는 자기 비하의 현장입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도 자책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동시에 만약 그런 곳에 산다면 하루 종일 잠만 자진 않을 거 같습니다.


요즘 제 생각의 매커니즘은 모순입니다. 모순들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보면 결국 남는 건 삶을 종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죽지 못해 그저 욕만 내뱉습니다.


늘어가는 거라곤 욕과 모순뿐인 요즘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음식이 사랑의 수단이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