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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May 26. 2020

그림으로 들어가는 또 다른 길

솔방울 마을 걷기  5월 : 분천 오목구비센터  - 풍애길- 도호- 오로

사정거리의 법칙을 잠시 잊고 송 선생과 얘기를 하며 걷는데... " 형님, 이번 걷기 후기글 부탁합니다, 지난번 마을 걷기 글을 제가 써서 또 쓰기가 그래요." 아, 최소한 눈이라도 안 마주쳤어야 했는데...


아주 화사하게 맑은 날엔 빛도 투명하여 보이는 모든 것들을 더욱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  몸에 닿는 빛과 바람이 한없이 부드러운, 요즘은 재수가 한참 좋아야 만나는 전형적인 5월의 멋진 날에 낙동강을 따라 걷는 여정이었다. 강물은 그 존재 자체로 풍경을 특출하게 만들지만 봉화지역에서는 특히 산태극 수태극의 흐름으로 보이는 풍광을 자동으로 그림으로 만든다. 분천역부터 도호의 한우리 수력발전소 취수댐까지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은 퇴계가 청량산을 가며 읊은 시구처럼 "그림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걸은 구간 : 분천오목구비센터- 분천교-풍애교 - 풍애 마을 - 풍애 벼리 데크 - 도호 마을 - 취수보 - 카페(오로지)


이 구간은 봉화군청에서 주도하는 "산골물굽이길"의 부분으로 분천역에서 강 따라 현동역까지 연결하는 길이다. "산골물굽이길"은 봉화군의 멋진 낙동강 풍광을 즐기며 걸을 수 있도록 만든 도보 코스인데 전혀 홍보가 안되어 있다. 알음알음으로 아는 이들만 다니고 있는데 아래 부산일보의 에코트레일 기사를 첨부했다.


 개인적으로 도보길은 경치와 사람 사는 장면이 어우러진 것이 좋은 코스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길이 바로 그런 길이었다. 분천4리, 풍애 마을, 도호 마을이 강 따라 펼쳐져 있다.  분천4리에 위치한 오목구비센터에서 마을을 지나며 시작한다. 산, 돌, 물, 나무가 만드는 풍경이 제각각이듯 어느 집도 같은 집이 없고 느낌도 사뭇 다르다.  마을을 벗어나 징검다리를 건너다 한 분이 개울에 넘어지셨는데 다행히 옷과 신발이 젖은 것 외에는 별일이 없어서 도보 전 과정을 같이 하셨다. 신체 안위를 먼저 묻지 않고 빨리 전화기 젖지 않게 챙기라는 말을 들었다며 바뀐 세태의 인사말에 대한 소회를 여러 번 피력하셨다.  분천교는 바위 절벽을 돌아 흐르는 강풍경이 압권인 곳이다.  다리를 건너며 보니 강물이 나누어졌다가 다시 만나며 본류가 바위를 돌아오는 사이에 지류에서 흘러나온 물 일부는 아래로 흐르지 않고 상류로 올라가는 물돌이 현상을 이루고 있다. 물이 언제나 아래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여건만 맞으면 위로도 흐른다.


분천교를 지나 풍애 마을까지는 다리를 한번 더 건너고 철도 건널목을 지나는데 주변은 거의 사과밭이다. 기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면서 사과밭이 기찻길에 바짝 붙어 있는 광경이 독특하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풍애마을 가는 길과 풍애벼리데크에서 본 걸어 온 길

원래 풍애 마을 끝에서는  산을 넘으면 까치구멍 집, 노투마리 집 그리고 병산서원에서 본 똬리 화장실 등이 있는 황목마을을 거쳐 현동역으로 나가는 길만 있었다. 분천교가 생기기 전에는 강을 우회하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하는데 "산골물굽이길"을 열면서 강 따라 산을 넘어가는  나무데크를 설치하여 또 다른 길이 생겼다. 이 길로 인하여 분천역부터 임기2리까지 강변을 따라 걷는 "산골물굽이길"이 가능해졌다. 비록 지금은 한 구간에 어떤 이가  의도적으로 길을 막고 통행을 방해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풍애 벼리 데크의 정확한 뜻을 찾기 위해 검색을 하다가 부산일보에서 산골물굽이길 분천역에서 임기교까지 구간에 대한 기사를 발견했다. 내가 쓰는 주제에 전문가 글을 초빙하는 것은 이적행위이지만 참고용으로 첨부한다.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60519000016

[출처: 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60519000016



풍애벼리데크길

풍애 벼리의 벼리 뜻을 정확히 알기 위해 네이버 사전을 찾으니 벼리가 벼랑의 사투리인데 놀랍게도 경북지역이 아니라 충남지역 방언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문경에도 벼랑에 나있는 "토끼벼리길"이 있는 것을 보면 벼리 역시 경북지역에서도 널리 쓰인 듯 한데 뭔가 이상하다. 


풍애 마을에서 도호 마을에서 내려가는 데크길의 경사도가 급해서 반대 방향에서 걷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데크를 내려서면 곧 정자로 만들어진 "도호쉼터"를 만나고 이곳부터 도호 마을까지는 제방이 만들어져 강과 밭을 나누고 있다. 처음으로 만나는 집이 위 기사에 나오는 백학경 님의 집인데 아랫집에 사시는 정재철 씨에 의하면 현재 93세의 어르신은 주역 등의 공부를 하셔서 아직도 조언을 구하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정재철 씨의 호의로 소나무 숲에 위치한 그이의 집 마당에서 커피를 대접받으며 마을에 대한 얘길 들었다. 생가를 개조하여 지내고 계신 정선생의 주 관심사는 이곳 도호가 십승지 중 두 번째 십승지라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외부로 나가는 유일한 길이 외나무다리였기에 비만 조금 오면 학교를 못 가고 또 학교에 갔어도 비가 오면 조퇴하여 초등학교 1학년 성적표 를 보면 결석일수가 38일이었다고 한다.  소라 동천의 한시를 암각 한 라승 애기도 있었는데 나는 어느 글에 있듯이 신라승이 아니라 소라 동천의  승려로 라승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현재 60대 초반인 그가 생가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데 그의 생가터가 소라 동천의 멋진 소나무 밭에 있어서 더욱더 대단해 보였다.


도호마을가는 강둑길

한우리 소수력발전소 취수댐의 물


도호 왕국 표지판에 의하면 낙동강에 3대 명당이 있는데 석포의 섭재, 이곳 도호 그리고 안동 하회마을이다. 모두 물도리동의 특징이 있는데 섭재는 현재 영풍제련소가 위치하고 있다.  경북과 경남 그리고 대구와 부산까지의 식수원의 최상류에 제련소가 위치한다는 것과 그 제련소를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대구환경청 책임자가 후에 영풍 부사장으로 근무했다는 것이 아주 심각한 코미디. 제련소가 없어지면 정말 좋겠지만 한편으론 영풍제련소가 법에서 요구하는 모든 조치를 완벽하게 수행하여 환경에 폐해를 주지 않고 영업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래서 현재의 고즈넉한 낙동강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형이나 분위기 등이 십승지 중 2 승지라는 말에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한편으론  위 3곳의 명당 중 전체 크기가 너무 작다. 그래서 아직도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겠지만.  아, 그래서 십승지인가?

취수보를 건너며 소수력발전소의 주인이야말로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는 생각을 한다. 수태극 지형을 이용한 낙차를 확보하여  강물로 전기를 생산 판매하는 발전소는 물을 이용한 절묘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 덕분에 발전소 아래에 위치한 강에 사는 고기들은 수시로 바뀌는 강물 높이로  몹시 예민하다고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낚시를 해본  친구가 말했었다. 물 밖에 사는 우리들은 농사용수 취수때문에 수고에 민감하다. 취수보에서 울진 가는 길에 있는 전망카페 '오로지'는 금방이다. 오로지에서는 현동역을 돌아온 강물 이 소수력발전에 이용된 강물과 다시 합쳐져 흘러가는 고재 계곡을 내려다보는 풍광이 잠시 걸음을 멈추는 것에 대한 보상이 될 만하다. 그 계곡의 끝을 돌면  강물은 우리 마을 -한때 '메밀꽃 피는 마을"로 알려진-앞이다.


도보 끝나고 분천역에서 식사하며 메밀전병 한쪽에 막걸리 한잔하는데 입에 착착 감겼다. 다시 출발점인 오목구비센터로 돌아오는 길에 성황당이 보인다. 춘양, 소천 지역에서는 성황당이 비교적 자주 보이는데 그만큼 삶의 무게가 무거웠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다시 발걸음 옮기는데 눈에 든 호밀밭 풍경은 온통 초록과 파랑으로 무거운 삶의 무게, 그런 것 하고 전혀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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