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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Apr 08. 2018

저들만의 리그- 4월

야생화/야생초

지난주 성묘하며 잠깐 생각이 났다, 동강할미꽃 철이네.

사과 농사 5년 차이니 야생화 사진 찍기를 그만둔지도 벌써 그만큼 되었는데
좋아하는 꽃철이 되면 가끔 생각이 난다.

페북이 내 맘을 어찌 알고 2011년 사진으로 옛일을 생각하게 한다.


 한참 야생화 쫒아 다닐때 2011. 동강할미꽃

오르막 산행길에 눈에 든 얼레지꽃으로 시작된 야생화 인연은 직장생활 후반의 공허함을 많이 채워 주었다.

당시에는 때가 때인지라 "등장할 시점에 등장하여 퇴장해야 할 때에 퇴장하는" 야생화의 특징이 마음에 닿았었다.  

어떻게 멋지게 아니 잘 퇴장할 수 있을까? 퇴장 후의 배역은 없는 걸까? 등등...


같은 장소를 다른 식물들과 나눠 쓰는 공생의 미덕인지 혹은 버틸 수 없어서 

스러져가는 것인지는 보기 나름이지만 나는 전자를 생각하며 야생화를 기특하게 생각했다.


청경 재배와 초생재배

과수원의 나무 사이 열간을 관리하는 방법에 따라 풀등을 키우는 초생재배와 

잡초를 말끔히 없애는 청경 재배로 나눈다.  요즘은 풀을 키우는 초생재배가 대세다.  

거추장스러운 잡초가 있는 것이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율배반적이긴 하지만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초생재배는 일정한 풀만을 씨를 뿌려 키우는 방법과 그냥 내버려두어  자연스레 다양한 잡초들이 자리를 잡게 하는 자연초생의 형태가 있다.

우리 과수원은 표제 사진의 앞쪽이 작년에 갱신 조성한 유목 밭으로 자연초생, 뒤쪽의 기존 성목 밭은 켄터키 블루그라스라는 골프장풀로 덮여있다.


좌측이 기존의 켄터디불루그라스 우측이 자연초생


지난 4월 나무를 식재한 후에는 그저 맨땅이었는데 2-3개월 안에 저절로 맨땅이 사라지고 각종 야생초들로 뒤덮였다. 

야생초의 꽃이 야생화이고 꽃은  있을 때 있고 없을 때 없는 것이 맞지만 야생초는 자체는 꽃처럼 하이라이트를 받지도 않고 초록의 동색 옷을 입고 생존을 위해 다른 풀들과 경쟁한다.

 모두가 그렇듯이 각기 전성기와 쇠퇴기를 거치며 주도권이 변화한다.


자연초생재배 2년 차를 맞이하여 야생화를 쫓아다니는 대신에

 '야생초- 저들만의 리그 in 즐거운 사과밭"을 관전하기로 한다.

마침 올해 우리 사과밭의 주제는 "measure to manage", 관찰 항목에 자연초생재배 부분도 첨가한다.

일단은 시기별로 등장하는 야생초의 종류와 위세를  보면서 우리 과수원에 등장하는 손님들을 살핀다.

저들의 입장에선 내가 손님일 수도 있겠지만...


4월 초반 선수들 : 하얀 민들레, 냉이, 고들빼기, 꽃다지 (개별 사진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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