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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Jul 07. 2022

낙동강 원시비경 탐방길,
날 것의 강가를 걷다

임기교 – 명호댐 구간

* (사) 경북북부권문화정보센터 에서 발생하는 컬처라인 2022,1 Vol. 27호 게재글 

전국의 모든 강과 하천은 이미 해당 자치단체의 관리를 받아 하천변이 정비되고 산책길과 공원이 생겼다. 강이나 하천의 자연스런 모습, 생긴 그대로의 모습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웬만한 시골의 강가도 강변공원으로 바뀌는데다 강둑이나 강 옆의 도로 등으로 강은 언제나 관리된 모습을 보여준다.  관리되지 않은 강이 있다고 해도 그런 강을 볼 수는 있으나 강 따라 걸을 수는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봉화군의 낙동강에는 날 것의 강가를 걸으며 자연스런 강의 흐름을 감상 할 수 있는 멋진 하이킹 길이 있다.  날 것이라고 묘사를 하였으되 정확히는 최소한의 가공으로 걸을 수 있게 만든 길이다. 봉화군에서 붙인 이름은 “낙동강 원시비경길”이다.                

코스개요


[구문소–석포역] 구간에서 봉화 관내로 들어온 낙동강은 청량산을 지나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로 흐른다. 봉화군에서는 관내 낙동강구간을 1. '협곡열차' 구간 :  [승부역-분천역], 2. '산골물굽이길' 구간 : [분천역-임기교] 3. '낙동강 원시비경 탐방로' : [임기교-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 으로 나누어 강변을 따라 걷는 코스를 마련하였다. 그 중에서 3. ‘낙동강 원시비경 탐방로’(이하 탐방로)가 가장 자연적인 낙동강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길이다. 이는 탐방로 주변에 인접한 마을이 없어 강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유지 될 수 있었기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 이름 중에 ‘비경’은 이해가 되는데 ‘원시’까지는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가공하지 않은 날 것’이란 의미로 해석하면 참을 만하다.         

탐방로는 총 17.03km의 거리를 임기2리 ‘소천초등학교 임기분교’ 근처의 [임기교–삼동2리 합강나루터]까지 9.43km의 1구간과 [합강나루터-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까지 7.6km의 2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1구간은 모든 구간을 강 따라 걷는 비교적 평탄한 길로서 천천히 걸으면 약 3~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반하여 2구간은 거리는 짧지만 약 5.5km의 거리의 산길을 포함하는 4시간 이상 걸리는 힘이 좀 드는 구간이다. 구간 중 출발점인 임기1리-임기댐발전소, 눌산1리 멀골솔밭과 아람솔밭, 삼동2리 합강나루터, 삼동1리 남근석 그리고 명호댐이 차량으로 접근 할 수 있으나 다만 삼동 2리 합강나루터는 급경사로 사륜구동이 아니면 마을길과 합강 사이에 주차하고 도보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길의 특징은 위에 언급한 마을들이 강을 따라 있는 임기1리를 제외하고 강과 맞닿은 산을 넘어야 마을이 있다는 점이다. 강을 바라보는 산비탈의 손바닥만 한 논밭과 강변의 넓은 묵밭에는 6,70년대 주로 인력에 의존해 농사를 지으며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려 애 썼던 이들의 삶이 자취로 남아있다. 봉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타지에서 직장생활하다 은퇴한 이에 의하면, “흉년에는 먹고 살려면 산으로 들어가야지, 평야로 나가면 굶어 죽는다.”고 했다. 곡식이 산 보다는 평야에서 많이 생산되니 그 반대 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였다. 국유림, 군유림이 많은 곳이니 어디든 일굴 수 있는 땅만 있으면 농사를 지으며 초근목피로 겨우 연명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현재는 트랙터가 갈 수 없으면 농지로서의 의미가 없다. 지금은 식량을 찾기 보다는 자신의 평안을 위해 산골 구석구석에 길을 내고 집이 들어서고 있다.     

임기교 임기소수력 발전소 (2.9km) : 징검다리로 건너는 강

출발점인 31번 국도상의 임기교에서 강을 건너지 않고 우측으로 강을 따라 소로를 걷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하는데 1km를 가면 임기1리 마을회관과 주차장을 만난다. 주차장에는 멋진 빨간색 컨테이너 형식의 음향장치를 포함한 이동식 무대차가 있다.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창조적마을 만들기 대회에서 수상한 것이라 하지만 동네 주민에 의하면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주차장 옆에 있는 다리 또한 임기교인데 여기에 탐방로 시발점 표식이 있다. 여기서 부터 또 1km 떨어진 곳에 소수력 발전을 위한 댐이 있다. 수량이 풍부하고 경관이 좋아 주변에 펜션 공사가 한창이다.               

임기교 출발점과 임기댐 (2.9km)

임기댐 지근 거리에 임기 소수력발전소가 있다. 입구의 짧은 비포장도로를 빼면 시발점인 임기교부터 임기발전소까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 이다. 댐에서 발전소까지 6m의 낙차와 수압으로 월 1,000KW를 생산하는데 이는 약 500가구의 전력 사용량이라고 한다.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 초에 지어진 것이라고 했다. 봉화군내 낙동강에는 3개의 소수력 발전소가 있는데 임기댐 외에 상류 분천의 한여울 발전소와 하류의 명호댐 발전소는 각각 2,000KW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한다. 발전소를 지나 아람솔밭으로 가려면 강을 건너야 하는데 이 구간은 임기댐에 막힌 물줄기로 수량이 많지 않아 다리 대신 큰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징검다리로 건너는 낙동강’인 셈이다.     

강을 이동할 때는 통상 배를 이용하지만 이곳 낙동강은 도로를 대신하여 트럭도 다닐 수 있는 길을 제공하기도 했다. 강변 마을의 모든 진입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시절, 강 또한 항상 넉넉한 수량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어서 트럭들은 강변 마른 길을 따라 마을로 진입했다. 수확한 농산물들이 이 길을 따라 들어온 

상인의 트럭에 실려 팔려 나갔고,농가에서 필요한 중량물 또한 이 길을 통해 들여왔다. 실제로 이 길을 걷던 중 아람솔밭에서 멀골솔밭 가는 길에 강을 건너온 3.5 톤 트럭을 만난 적이 있다. 강 건너 재산면에서 춘양면으로 가기 위해 종종 이 길을 이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장마철에는  4~5 미터까지 수량이 불어 낙동강이 포효하며 위용을 들어낼 때는 사라졌다 생기길 반복하는 그런 길이다

댐에서 취수한 물은 산을 관통하여 좌측에 보이는 발전소로 흐른다.          강을 가로 지르는 트럭길          



임기발전소 아람솔밭 (1.96km) : 날 것의 강가 1.

임기발전소에서 아람솔밭까지 1.96km는 차도가 없는 자연그대로의 길이다. 때로는 길을 찾으며 강변을 헤매고 갈대밭, 묵밭을 지나 군청에서 설치한 밧줄을 잡기도 하면서 걷는 길이 불편 할 때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날 것의 강가를 걷는 즐거움이 있다. 강물의 비릿한 냄새와 숲의 냄새가 뒤섞여 있고 때로는 코스를 나타내는 표식이 없어 불안하기도 하지만 강을 따라 가면 이내 길 표식을 만나게 된다. 물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며 멋진 풍경과 어우러져 걷는 맛이 나지만 때로는 바위에 걸터앉아 흐르는 강물을 보고 있어도 좋다. 길이 마땅치 않은 곳은 봉화군에서 나일론 줄을 묶어 놓았다. 

                     

아람솔밭 가는 길     

아람솔밭 멀골솔밭 (1.65km) : 1구간 명소

아람솔밭은 쉴 수 있는 정자 두 채와 멋진 소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이 탐방로에서 만나는 최초의 민가 서너 채가 모여 있다. 정자의 지붕을 덮고 있는 볏짚을 보고 반가워했는데 자세히 보니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조품이다. 여기서 부터 1.65km 떨어진 멀골솔밭까지는 강을 따라 가는 비교적 평탄한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이 길은 눌산1리를 거쳐 들어오는데 이로 인해 강 우측으로 몇 채의 인가가 더 있다. 멀골솔밭은 아람솔밭보다는 크기는 작으나 시야가 넓어져 분위기가 더 낫다. 이곳도 ‘멍때리기’에 아주 좋은 곳 이다. 멀곡은 옛 지명이 달이 춤춘다는 무월곡, 혹은 늘미에서 멀다고 원곡이었던 것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거리상 약 4.5km에 지나지 않는데, 멀다고 느낀 것은 험한 산을 여러 번 넘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길을 걷는 동안 깊고 험한 산골짜기 마다 인가와 밭이 들어서 있는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중에는 요즘 들어선 집들도 많지만 비교적 오래된 구옥도 더러 있었다. 이곳부터 장이 서는 춘양까지 팔거나 산 물건을 이고 지면서 어림잡아 30리 길, 산 몇 개를 넘어야 했을 테니 새벽별을 보고 나와 저녁달을 보며 들어가는 삶이 만만치 않았음을 느낀다.  

            

눌미에서 멀골가는 길에 만난 구옥.  

멀골솔밭


멀골솔밭-합강나루터 (2.93km) : 날 것의 강가 2. 

멀골솔밭에서 합강나루터까지 다시 차도가 없는 자연길이다. 가끔가다 만나는 묵밭과 가벼운 산길이 하이킹의 흥을 돋우는 멋진 길이다. 옥색 물빛과 어우러진 멋진 풍광 속을 걷는 일은 자주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아니다. 묵밭을 지나기도 하고 산비탈을 돌아 나가기도 하다가 만나는 합강나루터는 갈산구곡을 흘러나온 갈산천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곳이다. 갈산천은 재산면에서 시작되어 봉화 5대 구곡에 속하는 곳으로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고 하며, 그들은 합강나루를 건너 춘양장이나 삼동마을의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줄 배를 띄울 수 있는 시설도 있고 철선도 서너 척 보이긴 하지만 사공일을 하던 할아버님은 지금은 팔순을 훌쩍 넘겼고 배를 부르는 사람도 없어 적막하다.  

      

합강나루터     

합강나루터 명호댐 (5.5km): 강이 가끔 보이는 산길

합강나루터에서 명호댐으로 가는 길은 강을 조금 벗어나 삼동마을 가는 길로 가다가 산 중턱에 나있는 길로 진입하여 여러 개의 산비탈을 지나는 길이다. 비교적 평탄한 강변을 걸어서인지 동행한 이들이 아주 기본적이지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이게 등산이지 하이킹입니까?” 그러나 합강나루터로 부터 3.2km 정도가 기본적인 질문을 하게 하는 구간이고, 그 이후 2.3km는 힘든 구간이 없다. 사실 합강에서 명호댐까지 강변을 따라서 갈 수는 있다. 두어군데 직벽을 올라야 하는 구간이 있긴 하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공식적인 루트를 만들 때 검토한 결과가 산길인 것은 다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길은 잠깐 산을 내려와 삼동1리 마을 끝자락을 지나는데 이곳은 성황당을 대신하는 남근석이 있다. 새끼로 두른 관 때문인지, 바위의 결 때문인지 아주 크지 않음에도 강한 인상을 준다. 명호댐은 관내 3개의 소수력발전소중 낙차가 제일 작지만 수량이 많아서 수압이 세기에 월 2000KW를 발전한다고 한다. 명호댐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하여 대개 이 지점에서 하이킹을 종료한다.    

합강나루 - 명호댐 가는 길



삼동 1리 남근석과 명호댐         


사족      

1. 명호댐 화시무 왕복 

합강과 명호댐 사이에 화시무란 곳이 있고 오래된 묵밭으로 한 번 가볼만 하다고 하여 지난 겨울 다녀왔다. 갈 때는 명호댐에서 산길을 오른 후에 바로 강으로 내려가 강변을 따라 갔다가, 올 때는 산을 올라 명호댐으로 복귀하였다. 강변을 지나는 길이 협소하여 발끝에 신경을 집중하느라 풍광을 즐기는 여유가 없어, 돌아 오는 길은 무조건 산을 치받고 올라 정규코스를 만나는 쪽으로 택했다.  화시무는 합강에서 명호댐 방향으로 진행하다 할때는 합강 3.2km 팻말에서 명호댐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대신 좌회전을 하여 강변을 찾아 내려가면 된다.      

화시무, 그 지명의 의미는 모르지만 강변에 있는 묵밭과 폐가가 한때 여기가 작은 마을이었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지금은 백팩킹 캠핑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라고 생각된다. 곳곳에 축대로 된 묵밭과 집터가 있고 나무들이 밭 한가운데를 점령하고 있는데 강변에는 모래 턱에 갈대밭이 있어 황량하지만 묘한 분위기가 돈다. 코스는 핸드폰 앱인 ≪램블러≫에서 ‘화시무’를 검색하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화시무 가는 길과 풍경

  

2. 혼자서 회귀여행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코스

* 임기리 마을회관 주차장 - 소수력 발전소 <왕복> / 6km

* 임기소수력 발전소 - 멀골솔밭 <왕복> / 7.2km

* 멀골솔밭 - 합강 <왕복> / 5.9 km

* 명호댐 - 화시무 <왕복> / 5.7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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