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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Jun 24. 2018

돌, 솔, 물 그리고 아황산가스

석포역에서 승부역까지 봉화마을길 걷기

사람과 줄의 공통점은?

답: 시간이 가면 가만 놔둬도 자기들끼리 엉긴다.


봉화 내려와서 5년째, 지난 3월 엉기게 된 곳이 "봉화마을길 걷기 모임". 

그리고 그 모임을 주관하는 " 솔방울회". 

솔방울회에서 하는 다른 모임 '독서모임( 1회/달)', '몸펴기 운동(1회/주)'과 '고전 읽기 모임(1회/주)"까지.

솔방울회를 올해 알았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과수원이 결딴 날 뻔했다. 

말은 그렇지만  실상 지난 3월 첫 참가 이후 적과와 마이스터 과정 수업으로 2번을 빠지고 오늘이 2번째 트랙킹이다.

총 27명이 춘양/분천역 승차 - 승부역 하차,  석포역까지 (약 10.3km) 걷고 석포역에서 춘양/분천역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이용한 도보여행이었다.


많이 찾는 트레킹 코스는 기차로 승부역으로 가서 분천역까지 걸어오는 코스로 협곡열차, 눈꽃열차 등과 어울려 많이 찾는다. 낙동강과 철길을 따라 걷는 3-4시간의  트레킹 코스는 같이 갔던 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길로 돌, 솔 물이 내내 동행하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단풍나무도 더러 있어 정취를 더한다. 나도 두어 번 걸은 적이 있는데 석포역-승부역은 차를 운전하여 가본 적이 있으나 걸어가는 것은 처음이다.

걷는 모임을 주관하는 송 선생의 초대의 변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봉화의 북단, 낙동강 칠백 리가 시작되는 유서 깊은 곳, 최근에는 낙동강 오염의 주범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봉화의 뿌리 석포로 떠납니다."


1. NIMBY(Not In My BackYard)? 아니오 자연과 우리의 생명을 위한 문제입니다.

어려운 문제다.

새로 건설하는 제련소라면 당연히 정신 나간 짓이라 하겠으나 1970년 주변의 아연 원석 광산과 맞물려 지은 48년 된 영풍 아연제련소가 문제다. 낙동강 최상류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수시로 오염된 물을 흘려보내다 최근에 48년 만에 처음으로 20일 영업정지명령을 받았다. 환경운동하시는 분들이 축하를 하는 동안 제련소에서 일하는 석포면 주민들 일부는 생계대책 강구하라고 시위를 했다고 한다.

실제로 먹고사는 것이 문제였던 과거에는 봉화군의 많은 사람들이 주위와 태백시의 광산에서 일하는 것이 주된 수입원이었던 때도 있었고 지금 석포면의 많은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환경적인 문제가 잠재해 있는 모든 산업시설을 없애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환경에 문제가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며 운영이 가능할 것 같은데 과거 근 50년 동안 싸게 막은 것이 문제일 것이다.

만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출한 비용이 지속 가능한  제조원가가 아니라면 제련소는 문을 닫는 것이 지당하다.

사기업과 그에 관련된 이들의 생계보전이 자연에 지대한 폐해를 끼치면 영위될 수는 없다.


그동안 수없이 자행되었다고 하는 불법행위에 48년 만에 내려진 영업정지도 발전이라면 발전이지만 관계당국은 기본적으로 관계법을 준수하며 지속 가능한 원가가 가능한 지의 여부를 따져서 보다 근본적인 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고 법의 제재가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인 행위자 및 지시 한 자들에게도 적용되어 부당한 지시에 항거할 수 있는 근거를 근로자들에게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걷는 동안 아황산가스로 황폐화된 산, 제련소에서 발생하는 수증기와 도로포장 작업에서 나는 코크스의 냄새까지 겹쳐서 몸과 마음을 몹시 피곤하게 만들었다.



아황산가스가 산의 황폐화시키는 주범이라는데 먼저 초본류를 박살내고 나무들은 서서이 죽어간다.공장입구 배수로에서           나는 저 수증기를 뿜는 물들은 어디로 갈까?


2. 90세 노씨 할아버지와 그의 행복

결둔마을 근처에서 쉬면서 막걸리를 나눠마시는 중에 일행 쪽으로 오고 있는 노씨 할아버지께 막걸리 한 잔 권하며 행선지를 여쭤보니 약초 캐러 가시는 중이라고 하신다. 놀랍게도 연세가 90세로 74세부터 혼자 사신다는데 차림새가 프로다우시다.

도계에서 광부 생활하다가 석포로 와서 화전으로 밭을 일구고 살다 첫 부인과 사별했는데 그 후 마을에서 남편과 사별한 과부가 전 남편의 유언이라며 같이 살자고 하여 74세까지 같이 사셨다고 한다.

두 번째 부인의 전 남편이 혼자 살 수 없으니 찾아가서 의탁하라고 했다는 말에 부인을 위한 따뜻한 심성이 인상적이었고 중동인가 에서 형수나 제수가 혼자되면 부인으로 맞아 삶을 책임진다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의 풍습이 생각났다.

어르신이 "나는 지금 오래 사는 것이 목표다. 먹는 것 문제없고 다니고 싶을 때 다닐 수 있으니 좋지."라고 하셔서 많이 놀랐다.

 한편 생각하면 그 연세에 약초 캐러 다니실 정도의 근력과 신진대사가 놀랍지만 당신의 기댓값이 단순 명료하니 만족감도 크실 수 있겠다.


90세라고 믿기 어려운 어르신과 전화 놓고 오신 분 찾아가세요.

3. 즐거운 점심을 승부리 경로회관에서.

점심을 먹으려는 장소가 경로회관 옆 정자였는데 근처 밭에서 농약을 치고 있어서 안에 계시던 어르신의 양해를 얻어 경로회관에서 판을 벌였다. 한참 맛있게 점심을 먹고 있던 중에 부회장 할머니의 호통이 들려왔다.

허락한 이가 누구냐?  안된다, 청소는 어찌하라고?

당신네도 손님 맞으려고 씻어 놓은 상추가 있었는데 나중에 들어간 일행은 우리 것인 줄 알고 일부 먹었고...

도시라면 한바탕 난리가 날 일인데 다 같은 봉화 사람들이라 나중엔 서로 웃으며 헤어졌다.

아직은 이런 시골 정경도 남아 있다, 봉화라서.

승부리 경노회관

4. 승부역 근처 정자에서 낮잠

오전 10:20부터 시작한 12km의 트레킹은 점심 먹고 슬슬 걸어도 4시간이 안 걸렸고 기차가 오려면  한 시간 이상이 남았다. 승부역 건너편 하늘숲공원에 흐르는 차가운  시냇물에 족탁을 한 후에 바람이 솔솔 부는 정자에서 아주 달게 낮잠을 잤다. 기차가 오기전에  역 앞 스낵코너에서 막걸리를 시켜  한 잔 하고 주위 일행과 나누어 마시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약주도 많이 못하시는 분이 왜 괜히 시켰냐며 걱정을 하신다. 관광지는 관광지인데 아직은 남아 있는 인정의 흔적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집에 돌아오니 아직도 해가 높아 과원 일을 한참 할 수 있어 좋았다.

지나가는 열차에서 본 주황색지붕의 우리집과 과원, 승부역 근처 정자

 

영풍제련소만 없었다면 환상적인 걷기 코스고 드라이브 코스.

그러나 한편으론 ~~~ 만 없었다면 , ~~~ 만 아니었다면 등등의 쓸데없는 가정법 관용구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


먹는데 문제없고 움직일 수 있으니 이 아니 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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