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과농부 세네월 Sep 09. 2018

사과, 보는 것 혹은 먹는 것?

뭣이 중헌디? 사과의  색과 맛.

사과에 관해서는 많은 얘기가 필요가 없다.

우리가 어릴 때도 불렀고 지금까지도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가 부르는 동요에 분명하게 나와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게,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이 노래는 곧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 "로 이어졌는데 골목에서 여자애들이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많이 불렀다. 동요는 아직도 불리고 있는데 고물줄 놀이가 지금도 있는지 궁금하다. 
각설하고,  사과는 빨게야 하고 맛있어야 한다. 노란색의 사과가 있긴 하지만 대세가 아니니 논외로 한다.


그러나 세상엔 4가지의 사과가 있다.

1. 빨갛고 맛있는 사과

2. 빨갛기만 하고 맛없는 사과

3. 덜 빨갛고 맛있는 사과

4. 덜 빨갛고 맛없는 사과

맛의 여부는 먹어봐야 알 수 있는 것으로 실제로는 색이 선택을 좌우하게 된다.


사과의 색

사과교육을 받으면서 인공수분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 많은 꽃을 언제다?'란 생각을 했는데 인공수분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꽃이 피기 전에 쓸데없는 꽃눈을 제거하는 적뢰, 꽃을 제거하는 적화, 꽃이 지고 착과가 되면 한송이에 5-6개 착과 된 것 중에 하나만 남기는 적과작업을 거친다. 남아 있는 사과가 잘 커서 색이 날 때가 되면 빛을 잘 받아서 고루 색이 들라고 사과 주위의 잎을 따주는 잎 따기, 밑에 있는 사과들이 빛을 잘 받도록 은박지 깔아주기 그리고 색이 안 든 쪽이 빛을 받을 수 있도록 살포시 돌려주는 작업을 거쳐 보기 좋은 빨간 사과가 생산된다.

홍로사과의 잎 따기를 하다가 문득 "뭐가 중 헌데?"란 생각이 들었다. 잎에 가려서 부분적으로 색이 안 났다고 해서 먹는데 지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은 빨간 사과를 찾아서 정작 먹을 때는 빨간 사과 껍질을 벗겨 먹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거의 모든 생산자들은 잎 따기를 하는 것인가? 

잎따기 전과 후

 윗 사진에서 잎에 많이 가려진 우측 사과는 멋도 없고 맛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이럴 경우에는 잎 따기를  할 수밖에 없다.  


잎 따기는 이런 경우처럼 제한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과의 유통구조는 약 70%의 물량이 산지 공판장, 농협 APC 그리고 산지수집상에 의해 처리되는데 그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크기, 착색 정도이다.  Brix를 기준으로 맛을 신경 쓴다는 말이 있지만 가격에 반영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눈으로 보이는 착색의 정도에 따른 분류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빨간 사과는 맛이 있었다. 그러므로 사과를 공판장 등에 출하하는 경우 색이 얼마나 잘 들었는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었다. 결국 보기 좋은 사과가 대세가 되었다.

 먹기 위한 사과임에도 결국 보기 좋은 정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좌측사진에서 부분적으로 빨간  우측사과는  그 옆의 사과가격보다 약 30% 이상 적다. 은박지 깔아 반사빛 이용하기,

사과가 빨간 정도로 가격이 결정되면서 공판장 출하 농가의 우선순위는 착색에 두게 되고 착색에 대한 온갖 비전/ 비법이 난무하게 되는데  어떤 처방들은 사과의 맛, 식감 등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된다. 아주 빨갛고 맛있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안 그래서 실망한 적이 있다.  빨간 사과=맛있는 사과의 등식이 흔들리면 크기에 주력하다 인기를 잃은 배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색을 위주로 한  가격결정방식에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하는 것이 사과의 주요  수요는 제수용 및 선물용이기 때문이다. 제사용이나 선물용의 경우 대접을 받는 분들이 사과의 외형을 위주로 판단하는 공통점이 있다. 제수용은 구매자가 시식하나 구매자의 우선순위가 먹는 데 있지 않기 때문에 크고 보기 좋은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조상님에 대한 예의다. 선물용은 구매자와 사용자가 다르기 때문에  외형상의 조건이 중요한 것은 제수용과 같다. 맛을 보고 구매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맛이 없어도 용서가 된다. 중요한 것은 선물 가격이다.


그러나 위의 두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에는 맛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가 사과의 존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생산자로서 매우 아쉬운 점은 맛이 제일 좋다고 평가되는 후지의 원종인 동북 7호가 특히 색이 잘 안나는 품종이라는 것이다. 색이 잘 안 나기 때문에 착색을 개선한 많은 아류들이 생기고 있다.


사과의 맛

사과의 맛은 적당한 당도 (14 brix 이상이 되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와 산도의 조합이 결정한다고 하지만 주관적인 관점이 있어 맛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많은 논란을 조장할 수 있다.  색을 내기 위해서 잎을 제거하는 행위는 어찌 보면 이적행위라고 할 만 한데 사과의 맛은 잎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잎이 있어야 동화작용을 하고 당을 만든다. 그러나 그 잎이 사과를 가린다고 일부러 사람을 고용해서 잎을 떨어트리는 작업을 하며

"뭐가 중 헌데"를 고민한다.

작가의 이전글 빈익빈 부익부, 자연의 법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