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사과 적과(摘果)를 하면서
A형,
염려해 주신 덕분에 1차 적과는 마무리를 짓고 곧바로 2차 적과 중입니다. 작년에 5그루의 사과나무에서 각 5개씩의 가지와 사과를 측정한 결과, 1차 신초생장기가 끝나는 6월 초순 이후에 사과의 굵기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을 말씀드렸지요? 결국 6월 상순까지는 올해 수확할 사과의 110-120% 정도의 최종 선수 선택이 마무리되어야 해서 몸도 마음도 바쁩니다. 게다가 6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내년 꽃눈분화에 대비해서 유목 600그루 중 400그루의 신초들을 유인하는 일까지 끝내야 합니다.
다시 동네 아주머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성목 700그루에 총 20품이 들었고 다시 2차 적과 및 유인에 10여 품이 더 들 것 같으니 30품 정도로 올해 사과농사의 기반공사가 마무리될 것입니다. 30품이면 어느 정도의 금액이 되는지 궁금하시지요? 우리 동네의 올해 인건비는 85,000원입니다. 거기에 아침과 점심 그리고 오전과 오후 참을 제공합니다. 드리는 입장에서는 많은 금액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농사를 시작한 6년 전에는 65,000원이었으니 지난 6년간 30%가 올랐지만 사과값은 거의 변동이 없었습니다. 받는 입장에선 최저임금 인상분과 뙤약 빛 아래의 긴 노동시간을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행히 사과는 한여름에 아주머니들께 일을 부탁하지 않아도 되지만 작년의 그 불볕더위 속에서 밭에서 하루 종일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들 하십니다. 그러나 어쨌든 사과농사의 수지는 해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 시점에서 제가 좋아하는 경영 구루 짐 콜린스의 말을 생각합니다.
승승장구하느냐, 실패하느냐,오래 지속되느냐, 몰락하느냐, 이 모든 것이 주변 환경보다는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저로서는 고밀식 유목 밭으로 갱신한 것이 그 대안입니다만 이 또한 '동반자 선택'에 대한 문제로 잠시 후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선택 1- 올해 사과 ( 2차 적과)
지난번 1차 적과 때도 가위를 잡고 자르는 입장에서 선택의 어려움을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2차 적과는 더 어려운 것이 이번 선택이 올 농사의 기초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이 갈 좋은 친구들을 선택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2차 적과가 더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는 자르는 사람인 제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물론 적과에 관한 일반적인 룰은 있습니다만 막상 가위를 들면 애매한 것이 많습니다. 지금 크다고 앞으로도 계속 큰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지금은 같은 크기라도 자리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인데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이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올해는 사진을 찍어두고 3-4주 간격으로 체크를 하면서 결과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비료포대를 뒤집어 사진 배경막으로 쓰고 사진을 찍자마자 위치를 사진에 적어서 앨범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적과를 하면서 아까 말씀드린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서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에 나오는 "누구를 버스에 태우느냐?"와 흡사한 상황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갈 길을 정하여 가야 한다는 것인데 적과가 딱 그렇습니다. 적과는 안 맞는 이들을 내리게 하는 작업인데 자르는 일은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힘들지만 자르고 나면 시간이 지나며 잊힙니다. 물론 가끔 후회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일단 남겨진 친구들은 같이 가면서 내 선택에 대한 평가로 남기 때문에 중심화 혹은 건강한 친구를 찾는 1차 적과보다 기술적으로 더 힘든 게 당연한 일입니다. 앞으로 실력이 쌓이면 선택에 대한 판단도 빨라지고 능률도 쌓이겠지요.
적과를 하면서 사람이나 사과나 같은 룰이 적용되는 것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자리에 있다고 방심할 것이 아니다.
중심화가 금 숟가락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그 녀석들이 꽃 필 때 냉해를 입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벌레의 공격으로 흠이 나거나 상처가 생겨도 안됩니다. 이 점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운'에 관한 일입니다.
리더 혹은 주인을 잘 만나야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위를 휘두르는 저 같은 이를 만나면 떨어지면서 억울해하는 사과가 꽤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일에 순서가 있고 때가 있습니다.
혹시"1차 적과를 하면서 2차 적과까지 같이 하면 될 텐데"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해서 차근차근 착과상태를 보고 데려갈 친구만을 남기는 순서로 진행을 해 봤습니다. 그러면 전 밭을 두 번 돌지 않아도 됩니다만 문제는 진도가 늦어져서 후반에 적과 되는 나무의 에너지 손실이 너무 커지게 됩니다. 농사일은 때가 아주 중요해서 한 번에 한 가지씩 집중하여 처리하는 것이 때를 맞추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즉 급한 일을 먼저 하는 것이지요.
선택 2 - 사과 수형의 선택
앞으로의 인건비 상승과 사과 가격의 하향 보합세 게다가 앞으로 다가올 수입개방 등을 생각하여 저로서는 일차적으로 생산량을 증대하여 수입을 유지하는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이는 기존의 성목이 18년 된 노목으로서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기에 고밀식 재배로 생산량을 늘이려는 것으로 4년 전에 1//3 가량의 밭에 나무를 제거하여 1년을 휴경하면서 예정지 관리를 하고 식재하여 올해 3년 차가 됩니다. 갱신한 밭과 기존 밭의 면적의 차이는 대략 2:1이지만 나무수는 거의 같습니다. 앞으로 2년 이내 기존 밭도 조금 더 촘촘한 고밀식으로 갱신할 예정입니다. 갱신 시 수형 선택은 한정된 내 밭의 공간 사용을 극대화하고 효율성 나의 관리 능력 등을 생각하여 결정하여야 할 문제입니다. 현재까지 1. 전통적인 왜성 수목 관리 방법 2. 고밀식 재배 3. 나리타 방식 4. 구로다 방식 등 이외에도 많습니다만 저로서는 2. 고밀식 재배를 선택한 것이지요. 저는 수형의 선택을 결혼상대를 정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데 이는 우선 한번 선택하면 오래 같이 가야 하고 또 ”제 눈에 안경"의 룰이 적용되는 좋은 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외의 추세는 생산량이 많고 (이태리 남티롤의 경우 우리의 약 3배) 효율이 좋은 고밀식이 일반적인 추세입니다. 2년 전 남티롤 견학 갔을 때 만난 방제담당 공무원이 주말을 이용해서 4000평의 사과농사를 한다고 한 것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고민 끝에 다른 방식의 수형을 선택한 이들의 결정 또한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A형, 이제 날씨도 더워지겠지만 조만간 2차 적과가 마무리되면 시간을 낼 수 있으니 내려와서 태백 금천동- 소문수봉 - 문수봉- (부쇠봉)- 백천계곡 코스 같이 가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