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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Jun 16. 2019

농부, Cultivator or Terminator?

수관하부 두둑 제초작업을 하며

올해 우리 사과밭의 5월부터 6월 중순까지는 정말 정신없이 바쁜 시기였다. 더욱이 유목 밭에 새로 나는 가지들을 적심 (순을 잘라 성장을 약 2주간 정지시키기 위한) 및 가지유인 작업까지 추가되어 더욱 정신이 없었다. 예년에 20품이었던 봄철 인력이 올해는 30품으로 50% 중가 하였다. 인력수급이 원활하여 필요한 시기에  공급이 되면 식사 준비 등 일이 덜어지는데 한 분 혹은 두 분과 같이 일한 날도 있어서 총 8일에 걸쳐서 작업을 했다. 물론 다른 날은 혼자 작업을 한 날들인데 식사 대접하는 일에서 해방된 덕분에 혼자 작업하는 여유를 만끽하며 작업을 하면서 즐겁게 느껴지는 혜택은 있다.


하지인  6월 22일까지는 낮시간이 길어져 동네분들은 4:30쯤 되면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대개 5:30-6:00시 사이에 밭에 나갔다가 8-9시에 들어와서 아침, 다시 점심시간까지 그리고 저녁엔 7시-7:30 사이에 일을 마친다. 누가  시켰으면 절대 못 한다고 했을 것이고 강제수용소가 따로 없다며 죽겠다고 난리를 쳤을 것이 분명한데 단순이 다른 이들의 식사대접 부담이 없이 혼자  작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것은 "능동과 수동" 혹은 " 낮아진 기댓값에며 오는 행복"의 복합 작용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할 일이 많고 바빠도 자연은 사정을 봐주지 않아서 수관하부와 열간의 풀들이 다시 무성해졌다. 2차 적과를 하러 오시는 아주머니들에게 작업의 편의를 위하여 풀들을 말끔히 정리해주는 것이 좋고 응애 방제약을 살포하려면 제초를 하여 풀에 있는 응애를 나무로 올려놓고 방제을 해주는 것이 좋다.

원래 교본에는 수목 하부에 나무와 양분 경쟁을 하는 풀은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여서  얼마 전 맥주에서 추출되었다고 하여 말이 많던  "글리포세이트"가 주성분인 '바스타" 미국명"라운드"를 많이 쓴다. 나는 농부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살충제. 살균제, 살비제 (응애)그리고 제초제의 4가지 중에서 마지막 제초제를 안 쓰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제초제는 풀 즉 식물이 대상이기 때문이고 (1-2년생 풀과 영년생 나무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히 같지 않겠지만 잔 펀치도 많이 맞으면 힘들지 않겠는가?) 또 땅에 살포하여 땅속의 많은 미생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제초제의 영향평가가 지극히 한정된 부분에 국한되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정적이란 의미는 신물질 발명 혹은 발견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범위를 포함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또한 그 당시의 지식기반에  기초한 것이라 제한적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유목 밭을 조성할 때는 차광막을 이용하여 수관하부를 덮는 방식을 적용하였고 성목 밭은 전주인이 두둑을 조성하여 나무를 심고 예초기로 풀을 베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초반에 두둑 전체를 순전이 예초기로 깎을 때는 30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지금은 관리기에 연결된 제초기로  두둑 하단을 먼저 제초하고 나머지를 예초기로 사용하여 1/3 정도로 시간을 줄였다. 

성목밭의 제초 전과 후
유목 밭의 수관하부 차광막과 열간의 클로버. 자연초생인데 클로버가 점령하는데 걸린 시간 3년.

예초기 날 아래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풀들을 보면서 농부의 일이 기르는 게 업인지 죽이는 게 업인지가 헷갈릴 정도로 없애는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사과나무는 선이고 그것을 해하려는 혹은 결과적으로 해를 입힐 수 있는 모든 대상을 제거하는 일은 선을 지키려는 일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살충제, 살균제, 살비제 그리고 제초. "살'혹은 "제"자가 들어가는 것을 쓰지 않으면 사과는 포기하여야 한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타협이 있을 수 없다. 나는 다행히 면적이 얼마 안 되어 (2500평) 내 시간을 투자하면 (차광막 관리까지 년 약 100-120시간) 적어도 제초제를 사용 안 할 수 있지만 면적이 늘어나면 안 쓸 수 없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GMO 곡물까지 나와서 제초제가 인류가 먹고살기 위한 필수 요인으로 까지 승격한 느낌이다.


차광막안에서 빛을 못받은 녀석들이 창백하게 있다가 차광막 제거후 20일이내에 우촉 사진처럼 강건해졌다.이것이 선파워.

문제는 농약의 영향을 평가하는데  인간의 지식이 한정되어 미래에 일어날 가능한 폐해를 알 수가 없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사 초기에 겨울에 한번 뿌리면 몇 개월 동안 풀이 안 나고 나무에는 무해하다는 카 00이란 약제가 있었는데 얼마 전에 판금 되었다고 들었다. 또 "글리포세이트"는 어떤가? 

1974년 미국에서만 사용된 농업용  '글리포세이트'의 양이 360만 킬로그램이었고 2014년에는 1억 1,340킬로그램이었다. 불과 40년 만에 제초제의 사용량이 30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잡초에 가하는 이 어마어마한 화학전 압력은 일반적으로 주요 작물과 관련된 종들의 내성도 진화하게 만들었다. (중략)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완벽한 내성을 가진 개체들이 존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략) 이를 퇴치하기 위하여 더 많은 양의 글리포세이트를 다른 제초제와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식물 혁명" (스테파노 만쿠소


2019.05.13일 자 조선일보 기사

최근 조선일보 (2019.5.13) 기사에 의하면 글리포세이트로 인하여 암에 걸렸다는 부부에게 20억 5,5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는 2015년 비슷한 판결 이후 2번째 미국 내 판결로 알고 있다.  글리포세이트는 동물에게 없는 단백질이라며 안전하다고 한 것인데 지금은  WHO에서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GMO 곡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것인데 식용 GMO 곡물을 제일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리고 수입한 GMO 곡물로 가공하여 간장을 만들면  "GMO"표시가 없어도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 내가 군 복무할 때 이를 예방한다고 동내의 겨드랑이에 달던  DDT는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 당시에도 꽤 많이 사용되었던 농약이었지만 금지가 가능했던 이유는 GMO 곡물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의 글리포세이트는 GMO 곡물 문제도 있지만  그를 대치할 만한 대체농약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 비전문가로서 잘은 모르나 글리포세이트는 어찌 보면 "원전"이나 "자동차"같이 분명히 문제는 있는데 없애는 것 도문 제가 되는 그런 경우가 된 것 같다.


아직은 내가 힘이 있으니 예초를 사용한 제초가 가능하지만 언젠가 제초제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그때는 "더" 안전한 물질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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