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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의사권선생 Oct 26. 2017

E14. 지나가던 개한테 물렸어요!!(광견병의 오해)

닥터 아이펫 동물병원 진료 에세이. 광견병(공수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개한테 물리는 직업을 가졌다. 동물병원 수의사의 숙명이라고 할까. 물려도 별로 안 다치게끔 나름대로의 요령을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두 달 전 사모예드 '카니'(체중 30Kg의 썰매개)한테 엄지손톱이 빠지도록 물렸다. 역시 긴장을 놓을 수가 없는 일이다. 좀 친해졌다고 '카니'를 쉽게 쓰담 쓰담하려고 한 내 잘못도 있겠지만, 내 소~중한 엄지 손가락이 떨어졌을 뻔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기도 하다.

'카니'한테 물린 내 오른쪽 엄지.  2달이 지나 좀 나았다.

아무튼 난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지만, 그래도 가끔 동물병원에 황급히 "개한테 물렸어요!!"라고 상담전화가 오면 일단 안심하시라고 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동물병원에 문의하시는 분치고 심하게 물린 경우의 보호자분들은 없기 때문이다. 출혈이 많고 봉합이 필요한 경우는 당연히 사람 병원으로 직행하셔야 한다. 내 경우에도 '카니'한테 물리고 나서 봉합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바로 병원부터 갈려고 했으니 말이다.


대다수 문의가 사람 병원에 갈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상처이며, 오히려 자신의 개가 타인을 물어 혹시나 모를 병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동물병원으로 문의하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꼭 개한테 물렸다고 하시면서 '광견병'에 대한 염려를 말씀하신다. 그렇게 '개한테 물림=광견병'으로 연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람을 무는 개는 미친개'라는 이미지가 질병 이름에 내포되어 오해들을 많이 하신 듯하다. 본인께서 밥도 잘 주고 이뻐도 해주는데 갑자기 주인?을 물면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도 일종의 사랑싸움 일려나?

아무튼 광견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매년 4월, 10월 중순에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동물병원에서는 지역 보건소에서 지원해주는  광견병 백신을 선착순으로 접종한다. 선착순이기도 하겠지만,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처음 방문하는 보호자분들도 광견병 접종을 하기 위해 오시기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병원이 붐빈다.  내가 1년 중 가장 바쁜 날이기도 하다. 그만큼 보호자 분들께서는 광견병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 무서워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엄밀히 말하면 광견병은 광견병에 걸린 동물한테만 물려야 걸린다. 공기전염 사례는 실험실 연구원을 제외하고는 없다. 각막이식 후 감염 사례가 있으나, 너무나도 희귀한 케이스이다. 이러하니 보호자 분께서 38선 지역의 DMZ 지역을 탐험 가신다거나, 깊은 산속으로 굳이 너구리를 만나러 등산을 하시지 않는 경우라고 하면 광견병은 극히 걸릴 가능성이 적다. 좀비 영화 주인공이 좀비한테 물리지 않으면 영화가 끝나지 않는 것처럼 광견병도 광견병에 걸린 동물한테 물려야만 걸리는 것이다. 


물론 야생의 동물은 광견병에 대한 감염이 있어도 증상 없는 경우도 있다. 이를 잠복감염이라고 한다. 박쥐도 광견병을 옮길 수 있다. 더군다나 따뜻한 피를 가진 동물은 모두 광견병에 걸린다. 이름만 광견(개 견)병이지 질병관리본부의 '공수병(광견병) 관리지침 2017년도 '를 살펴보면, 너구리나 소에서 더 많이 보고된다. 산속에 살던 너구리가 인근 지역에 내려와 축산 농가의 소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광견병은 법으로 정한 무서운 전염병이며, 전 세계적으로 출입국 시 주의가 필요한 질병이다. 분명히 위험한 질병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광견병은 반드시 광견병에 걸려 있는 동물한테 물려야만 걸린다. 그러니 대부분의 개에게 물린 경우에는 안심하셔도 된다는 말씀이다.

너구리를 조심하세요!!

그럼 '지나가는 개한테 물리면 광견병에 걸릴까?'에 대한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


의문은 광견병의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국내에서 광견병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보고된 것은 2004년 경기도 파주지역이다. 광견병에 걸린 분은 사망하셨으나, 이는 초기 처치 미숙이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질병관리본부에서 밝혔다. 사람 외 광견병 감염을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보고한 사례는 '2006년 은평구 너구리'이다. 주택가에 먹이를 찾아 헤매는 너구리를 잡았더니 광견병이 잠복감염으로 있었던 사례이다. 하지만 당시 다행스럽게도 사람에서 감염, 다른 동물로의 감염은 없었다. 지금이 2017년이니, 무려 11년 전에 은평구 너구리와 우리 동네(서울 기준)에서 지나가던 반려견이 정말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지 않는 한, 물었다고 해서 발생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머지는 독자분들의 상상력에 맡기겠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cdc.go.kr)에서는 광견병이 아닌 공수병의 이름으로 해당 질병이 검색된다. 물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며 해당 질병의 정보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일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권장드린다.


내가 키우는 요크셔테리어 '아또'에게 접종하였더니 3년이 지난 후에도 광견병 중화항체가(적정 기준 0.5 IU) 값이 11 IU를 넘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니 예방접종만 제대로 해주신다면 광견병에 대한 걱정은 크게 안 하셔도 될 것이다. 거주하시는 지역의 수의사 원장님과 상담하여 접종 스케줄 설정을 권장드리며, 개에게 물렸을 때는 즉시 충분한 소독을 하고 봉합이 필요한 경우 즉각 인근 종합병원 또는 외과병원에 방문하시길 바란다. 당뇨병이나 면역 저하가 있는 분은 반드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개는 이런저런 사물을 입으로 물고 핥기 때문에 각종 균이 넘쳐난다. 어떤 경우에는 개에게 물려 파상풍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쪼록 더 이상 광견병에 대한 오해는 없으시길 바란다. 다들 즐거운 반려 생활하시고 외출 시 목줄,  필요하다면 입마개는 기본으로 하시길 바란다. 개들은 공간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에스퀄레이터, 복합몰 등에선 안고 대기하시는 것도 기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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