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바른 어른으로 만들더라

[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2

by 한은

[33] 책무

아이들을 혼자 가르쳐 왔던 것은 아니다. 다른 어른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계획하여 가르쳐 오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더 큰 어른들과도 아이들을 위해 나의 시간과 힘을 쏟아부을 때도 있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아이들을 위한 일이 더 큰 어른들의 이익으로 변질되는 순간을 여러 번 마주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을 위함이라 말하면서 더 큰 어른들만의 상류사회의 모습과 아이들의 힘이 생산적이지 않은 곳에 소비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내가 경험했던 세상이 아이들에게 똑같이 전달되고 있는 것이었는데 아이들의 생각은 각자가 소망하던 꿈이 아닌 권력을 탐하는 마음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어려움과 쓴 뿌리(힘든 과거)들이 있는데 그 쓴 뿌리에 인생을 지배받지 않고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 많은 영향을 뻗치게 된다. 나도 개인적인 어려움들을 딛고 일어서며 과거에 사로 잡혀있는 것이 아닌 내가 이루어야만 하는 일을 소망하며, 내가 가야 하는 길을 걷다 보니 더 이상 나의 과거가 나의 발목을 잡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과거를 집요하게 계속 건드려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 더 큰 어른들의 사회에 이용하는 것을 목도하게 되었다. 각자의 과거의 아픔을 잊어버려야 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과거를 품고, 책임지고 가되 그 쓴 뿌리로 인해 가야만 하는 길을 못 가게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충남에 있으면서 소중한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당시 미래에는 내가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의 개인적인 정체성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였는데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한 남자아이 J가 웃는 게 너무 예쁘고, 말도 예쁘게 해 줘서 J에게 항상 고맙다고 말을 했었다. 하루는 너무 힘들어서 교회 소파에 같이 누웠는데 품에 안기며 서로를 껴안았다. 그때 J가 나의 등을 토닥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왠지 모를 울컥함에 큰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사실 내가 일을 하고 있던 사회에서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큰 실망을 가졌을 때였는데 J에게 위로를 받는 순간 아이들을 어른들의 세상으로 오게 만드는 어른이 아닌 각자의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길 도와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결단을 할 수 있었다. 나의 개인적인 야망을 위해서 아이들을 이용할 수 없었고, 아이들의 인생을 허비하게 만들 수 없었다. 내가 살아가야 하는 길을 선택하며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살아왔듯이 아이들도 아이들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바른 지도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독립을 일찍 했는데 너는 왜 그런 인생을 살아가냐는 말이 아니라 삶의 지도, 생활 지도를 해주어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미래의 일을 같이 준비해주어야 하는 것이 어른들이었다. 비전은 같을 수 있지만 각자의 창의성으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분명하게 다르다.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어른들이 조금 더 깨어서 아이들을 위해 소멸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어른들도 축복받은 삶을 잘 살아왔고,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받은 축복을 더 받고 싶다는 욕심을 이제는 버려야 나의 뒤가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내가 지는 해라는 것이 아닌 다시 떠오를 해를 위해지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뒤에 있는 미래세대를 정말 생각한다면 아이들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아낌없이 하는 바른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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