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
[1] 누릴 수 있는 권리
10월이 시작되면서 감사하게도 공휴일이 많은 덕분에 합천으로 쉬러 갔다.
굳이 타지역으로 가서 쉬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좋은 마음보다는 피곤한 생각이 더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냥 집에서 쉬는게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면서 적지 않은 돈을 들이면서까지 쉬어야 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만족했다. 늦게까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새벽에 잠을 들고 9시까지 늦잠 자다가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이완시키는 이 느낌... 너무 만족스러웠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에게 나무 가혹했던 것 같다.
[2] 시골쥐의 서울라이프
바다 깡촌 사람이었던 나로서 도시에 생활하는 것을 생각한적 없다. 하지만 대학을 가면서 많은 것을 누리게 되는데 바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오지랖이 넓었던 나의 대학생활은 도시사람들, 시골사람들, 얼리어답터, 부유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서울 토박이, 시골 토박이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를 좋아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처음 보는 문명의 산물(?)들을 체험하고, 맛있는 것들도 먹을줄 알아가면서 세상을 배워나갔다.
[3] 박학다식
세상을 알게 되면서 너무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았기 때문에 세상을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 대학생 때 나의 취미는 서점에 하루종일 앉아서 베스트셀러를 전부 읽어보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 것이 좋았다라기 보다는 책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좋아해서 하루종일 책을 읽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교보문고와 영풍문고를 정말 좋아했다...ㅋㅋㅋㅋㅋ
초, 중, 고등학생 때 읽어야 하는 필독서의 인문학, 고전문학들도 대학생이 되어서 처음으로 읽는 책들도 엄청 많았다. 헤밍웨이, 까뮈, 니체, 플라톤, 괴테,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등 이런 고전을 왜 이제야 읽었을까라는 생각을 수천, 수억번을 했다. 특히 파우스트와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을 읽고 분명 대본 책인데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웅장함을 잊을 수 없었다.
[4] 누구를 위한 현재인가?
학문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어른들을 정말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을 만나오는 삶을 가졌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요즘 학생들"은 내가 말하는 학문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어느날은 수학 공부를 가르치다가 너무 힘들어 해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를 시청했다. 이후 아이들은 "리만가설"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질문을 하며 나에게 물어보는데 학생들은 시각화가 중요하기 때문인지 나의 말을 어렵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유튜브를 보여주면서 "얘들아 너희는 공부하기 좋은 플랫폼들이 정말 많은데 왜 사용을 하지 않는거야? 쌤은 학생 때 공부를 하려면 도서관을 가야했어!"라며 서로 웃으며 영상을 시청하는데 아이들이 신기해 하기도 했다. 분명... 비상한 중학생들인데...ㅎㅎ
어느날은 추석이 겹쳐서 숙제를 대량으로 뽑아줬더니 놀아야 하니까 제발 숙제 많이 주지 마라고 나에게 타협도 하기도 했다. 나도 놀기 위해서 공부를 빨리 끝내기도 했었지만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것이 정말일까 타협하려는 그 말들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욱하는 마음도 올라오기도 했다.
[5] 책무와 권리
분명 순서가 잘못 되었다. 교사가 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 말하며 그 권리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을 채우는 학생들을 너무 많이 만나보았다. 그런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나의 상황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그 권리를 너무 당연시하게 받아드리지 마라고 말한다. 그래서 부모님께서도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해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여서 교사들에게도 그런 의무를 다하라는 식으로 말하는 학생들도 정말 많이 만났다.
내가 교사이기 때문에 책무를 다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권리에 대해서 반드시 잘 알아야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가르치는데 이는 학생들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책무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한명 한명의 삶 속에서 나와 같은 실수와 후회를 하지 않기 바라기 때문이고 세상에 정말 좋은 것들이 많은데 그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공부를 가르치는 것은 단순히 학문을 알리는 것이 아닌 세상을 잘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을 바르게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이자 사명이다.
[6] 누리기 위한 현재와 미래
과거에 붙잡혀 있지 말고 그렇다고 현재에 대해서 너무 많은 고민들을 하지않으며 현재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앞으로의 시간을 꿈꾸고 지혜롭게 누릴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다니엘 12장 3절>
지혜있는 자는 궁창의 별과 같이 빛날 것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