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反航)

: 빛의 껍질

by 유영

여름 한낮의 금빛은 눈부실 만큼 뜨겁고 화려했지만 눅진한 습기는 젖은 모래처럼 나를 짓눌렀다. 나의 청춘도 그러했다.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무엇 하나 가볍지 않은 계절, 여름. 태어남의 계절이다. 새싹이 돋고, 매미가 울고, 수많은 생명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다. 여름의 생명은 그렇게 반항 속에서 태어난다. 깨지지 않는 알은 영원히 생명이 될 수 없듯, 반항 없는 청춘 또한 깨지 않으면 안전한 껍질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만다.


껍질은 안전하다. 동시에 연약하다. 세상은 언제까지고 그 껍질을 지켜주지 않는다. 하나가 빠진 자리를 다른 것들이 떠안으며 세상의 균형은 늘 불균형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균형은 본래 온전한 것이 아니기에 늘 무너질 가능성 위에서만 존재한다. 기울어진 채로 간신히 버티고 있던 하늘이 무너지고 나면, 온전했던 알은 산산이 부서지고 조각난 껍질은 가장 먼저 나를 베어버린다.


다수의 알을 붙들어두기 위해 세상은 늘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질서를 요구한다. 그것으로 인해 얻는 것은 균일함과 복종이 기반된 안전이다. 모두를 비슷한 틀에 넣어두면 덜 흔들리고, 덜 무너질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모두가 같은 미래를 바라보게 만든다. 이게 가장 편리하고 안전한 길이라고 달콤하게 속삭이면서. 하지만 안전한 길이라는 것은 결국 타인의 희생으로 이루어진다. 그 길이 빛나 보이는 이유도 깨진 알의 조각들이 바닥에서 빛을 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깨뜨려야 했는데 깨뜨리지 않고 머문 알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스스로 세상 밖으로 밀려나 상처 입기를 택한다.


닮은 꼴의 행렬은 같을 수 없다. 우리는 형태만 비슷할 뿐, 태어난 빛깔과 원하는 길은 모두 다르다. 억지로 맞춰 끼운 퍼즐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억눌릴수록 더 강하게 튀어 오르는 것이 있다. 그것이 청춘의 반항이다. 억누르는 힘과 튀어나가려는 힘은 늘 정비례한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세상 속에서 살면서도, 막상 사는 세계는 저마다 다 다르다.


청춘은 정답을 향해 곧장 한 길로만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오답을 거쳐가며 답을 알아가는 시절이다. 저지른 수많은 실수를 더듬어가며, 시행착오를 되풀이한다. 그래야만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삶에는 오답노트가 없다. 내가 저지른 실수를 남겨두는 것은 흠이고, 수치다. 흔적을 지워버린 길은 다시 걸어도 같은 자리에서 넘어지게 만든다. 다시 넘어지지 않는 방법은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언제든 다시 넘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인정하면 두 번째 넘어짐은 첫 번째와 같지 않다. 상처의 자리를 기억한 몸이 아주 미세하게 방향을 틀어내고, 그 작은 어긋남이 결국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다. 청춘의 반항 또한, 바로 그 어긋남 속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청춘의 반항은 잘못이 아니다. 스스로 알을 깨뜨리며 태어나려는 생명의 몸짓과 같다. 껍질을 찢는 고통 속에서 자신을 만든다. 누구는 일찍이 무너져 내린 벽 앞에서 껍질을 깨뜨리고, 또 다른 누구는 한참 늦게야 스스로의 틀을 부순다. 반항이 찾아오는 때는 모두 달라도 공통된 것은 하나. 모두가 말하는 안전한 삶의 경로를 거부하고,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나를 깨뜨릴 때, 새로운 내가 태어난다는 것. 저항 없는 창조는 없고, 반항 없는 청춘은 없다.


세상은 유난히 빛나는 알에 먼저 낙인을 찍는다. 하지만 그 낙인조차도 언젠가는 흔적이 되어 하나의 증명으로 남을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좋은 시절이라는 청춘은 짓누르는 무게조차 빛으로 삼을 수 있는 시간에 있다. 그러니 청춘이여, 주저하지 말고 마음껏 반항하라. 삶은 대리인이 없는 여정이기에 당신의 계절이 당신 없이 지나간다면 그 무엇도 남지 않는다. 세상이 던지는 말들은 대개 스스로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에서 비롯된 아쉬움의 메아리일 뿐이다. 억눌림에 맞서 깨뜨린 껍질의 조각은 아프지만, 그 흉터야말로 가장 빛나는 흔적이 되어 당신을 비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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