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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진 Sep 25. 2016

몽마르뜨의 아멜리에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영화로 자주 소개되는 <아멜리에>. 한국 개봉 제목은 주인공의 이름 <아멜리에> 네 글자지만 나라마다 영화 제목이 다르다. 본토 프랑스어 제목은 <아멜리 풀랑의 환상적인 인생(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으로 아멜리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고, 영어 제목은 <몽마르뜨의 아멜리에(Amelie Of Montmartre)>로 아멜리에가 생활하는 장소인 몽마르뜨를 중요하게 제시했다. 프랑스어 제목이 제일 맘에 들지만 몽마르뜨를 실제 다녀오고 나서는 영어 제목도 나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마르뜨의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소소하고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멜리에>는 정말 사랑스러운 영화다. 항상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개봉한 지 14년이 지나 프랑스 여행을 앞두고서야 찾아보게 되었다. 프랑스 영화인 데다 포스터에 기묘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오두리또뚜의 표정 때문에 다소 그로테스크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물론 중간중간 프랑스 영화임을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재치와 독특한 미학적 감성을 보여주는 미장센이 등장하긴 한다. 그런 원색적인 색감과 사운드트랙이 이 영화의 프랑스적인 매력을 더해준다. 

  영화는 세상과 고립되어 외톨이로 살아가던 아멜리의 삶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며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던 아멜리에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그들을 도움으로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게 된다. 삶의 성장과 변화의 마지막 관문에는 ‘사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 이웃과 낯선 사람을 소소하게 도와주던 것에 만족하던 아멜리에에게 사랑의 감정이 찾아온 것이다. 처음 겪어보는 감정에 아멜리에는 두려움과 주저함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만의 귀여운 방식으로 용기를 낸 그녀는 오래도록 혼자였던 지난 시간을 뒤로한 채 자신에게 꼭 맞는 짝을 만나게 된다. 

카페에서 일하는 아멜리에

  영화를 보며 외롭고 고독한 존재로서의 인간,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에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소중한 것인지 그 순수한 마음도 다시 떠올려 보았다. 그렇게 한 편의 영화는 몽마르뜨라는 공간을 나에게 특별한 장소로 만들어 주었다. 영화 전반에 걸쳐 파리의 지하철, 카페, 사크레 쾨르 성당 등 파리의 공간들이 더욱 아름답고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게 된 아멜리에

    몽마르뜨 언덕은 그냥 걸어도 멋진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영화 속 장면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아멜리에가 일하던 카페, 살던 아파트, 그 아래 심술궂은 아저씨가 운영하는 작은 과일가게, 수줍은 마음을 귀엽게 펼쳐놓았던 사크레 쾨르 성당이 보였다. 사크레 쾨르 성당은 지금까지 봐왔던 성당들과 다르게 흰 빛깔에 둥근 돔 형태를 띠고 있어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성당에 오르면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영화인 것을 알면서도 이 순간만큼은 꼭 어딘가에 아멜리에가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성당을 지나 아멜리에가 일하던 카페(Cafe des duex Moulins)에 들러 브런치를 먹었다. 영화를 위해 카페 구조를 조금 바꾼 듯했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몇 번이고 영화를 반복해서 본 탓에 거의 외워지다시피 한 장면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은 오묘한 기쁨을 주었다.  

아멜리에가 일하던 카페(Cafe des duex Moulins)-지금도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아멜리에가 숨바꼭질을 벌이던 사크레 쾨르성당 앞

  누군가와 함께한 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가족, 친구, 연인 누구든 말이다. 나밖에 모르고 내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목 놓아 울어도 되는 어린 시절을 지나 죽을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그들과 함께하는 법을 배운다. 때로는 상처를 주고 미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있다는 것에 눈물겹게 행복해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는 다른 사람의 행복이 나의 행복을 결정짓는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일생이란 타인과 어우러져 그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하나의 과정인 것 같다. 때로는 그것이 지치고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반복되는 상처 끝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얼었던 마음을 녹이고, 살아있다는 의미를 온몸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 역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가 아닐까. 그런 고민이 반복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떤 날은 세상 혼자인 듯 외롭다가도 어떤 날은 영원히 함께할 것처럼 행복해하면서. 

심술궂은 꼴리뇽아저씨의 잡화가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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