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혼자 자라는 것이 아니다. 또한 부모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기질 권위자 제롬 케이건 박사는 아이를 키우는 방식은 부모의 양육 하나로만 보아선 안되며, 환경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말한다. 예민한 아이를 키운다면 더욱 그렇다.
예민한 아이를 키운다면 '부모'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자. 물론 부모도 중요하다. 하지만 환경이 갖추어지면 작은 노력으로 높은 역량을 내게 된다. 많은 예민 아이 육아서가 부모에게 더 노력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키우며 많은 사례를 보니 부모 탓을 할 수만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민한 기질은 ‘환경'이 아이의 양육 결과를 달리한다는 연구결과가 지배적이다. 여기서 부모의 양육은 그 환경 안에 포함된다. 육아를 도울 환경을 설계하는 것,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환경을 어떻게 구축하면 좋을까? 덜 힘들 방법은 뭘까? 양육에서 환경의 영향을 중시하는 브론펜 브레너의 생태학적 체계이론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환경이 급격히 바뀌는 요즘 시대 더욱 주목할만하다.
위그래프를 보면 가정, 학교, 병원 등 환경 요소가 아이를 에워싸고 있다. 이를 미시체계라 한다. 보통 '가정'을 가장 중시한다. 하지만 가정은 아이가 접하는 환경 중 하나일 뿐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가정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가정이 가정 단독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겪는 사회적인 상황이 가정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모가 만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위치 등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가정뿐 아닌 그 가정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다음은 환경 요소들의 관계중간체계다. 예를 들어 가정과 기관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화가 원활하고 그로 인해 얻은 적절한 피드백과 조언으로 아이는 또 다른 영향을 받는다. 아이와 접하는 환경 요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아이에게 중요한 두 번째 환경 요인이다.
마지막 두 가지는 대가족, 대중매체, 지역사회 등 좀 더 넓은 의미의 사회인외체계. 그리고 거시체계는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의 가치나 이념을 말한다. 이들은 간접적이지만 결국 부모와 아이에게 전달된다. 이 이론을 환경을 설계하는데 이용해보자.
미시체계 설계하기
첫째로 아이가 자주 접하는 환경이 아이에게 적합한지 먼저 판별하자.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환경 요소들로 채워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가정, 놀이터, 공원, 기관, 교회, 육아모임 등으로 내 아이의 첫 번째 환경을 채웠다. 예민한 아이는 다 비슷해 보이는 공원이나 놀이터도 각각 반응이 다르다. 한번 극성으로 환경을 엄선해놓으면, 육아는 극성부리지 않고 여유롭게 해도 된다. 아이에게 맞는 환경 요소들을 고르자.
숨은 차이 찾기. 비슷하지만 다른 반응의 두 놀이터. 평소 어디서나 잘 놀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오른쪽 놀이터에서 더 잘 논다.
중간체계 설계하기
두 번째로 각 환경 요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 기관과 적절한 소통. 선생님께 작은 배려. 육아 모임에서 엄마들과 스트레스 풀기 등. 나의 경우 기관 선생님과 종종 이야기 나눈다. 봉사로 모임을 운영하며 그 좋은 영향력을 나도 받는다. 내가 자주 방문하는 놀이터는 내가 직접 치우고 정리하기도 한다. 꼭 아이가 보고 배우는 것뿐 아니다. 이렇게 쌓인 긍정적인 관계가 역으로 내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
외체계와 거시체계 인식하기
세 번째로 좀 더 넓은 의미의 가족이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는 걸 자각하자. 양육 친화적인 환경에서 부모도 아이도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환경을 설계함으로 아이는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환경에 일부 일임하고 부모에게만 집중된 짐을 덜어내자. 길게 보고 가야 하는 길, 힘을 살짝 빼니 좋다.
임상심리학자 피이오자는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복잡한 역학 관계'들이 얽혀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에 의하면, 좋은 엄마가 되려면 무엇무엇을 해야 한다 라는 조언은 크게 중요치 않다. 그 역학 관계에는 부모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 사회적 분위기, 주변의 지원, 부모의 어린 시절 기억 등이 모두 작용한다.
아이는 마을이 함께 키우는 것이다. 예민한 아이라면 더욱 그렇다.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와 닿지 않는 말. 잘 안 되어 포기하게 된 말. 이제는 우리가 나서 설계하자. 우리가 환경을 자각할 때, 육아가 절반은 쉬워진다. 도움을요구하자. 그래야 바뀐다. 많이 아팠던 우리가 그 스타트를 끊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