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지언 May 20. 2020

원시뇌 과발달 기질의 장점

힘든 만큼, 힘듦을 다스릴 능력을 가졌다

예전부터 “원시뇌” 라는 키워드로 많은 자료를 뒤졌다. 우선 첫째의 도약기 컨디션 때문이었다. 도약기만 되면 갓난이로 돌아가는 아이를 보며, 어떻게 하면 전두엽이 원시뇌를 받쳐줄 만큼 짱짱해질까 라는 고민이었다.


또한 모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태어난 아이는 원시뇌가 발달되어 있고 상위뇌가 작다 라는 연구결과를 봤다. 습관성 유산 병력으로 첫째 임신 때 불안에 시달렸던 나이기에 더욱 찔렸다. 물론 그렇게 태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에 최적화된 뇌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스트레스가 임신 때뿐이고 그 후에는 괜찮다면? 이 세상은 엄마 임신 때만큼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다면? 갈 곳을 잃은 과도한 뇌 기능은 뇌가소성으로 조절될 수 있는 걸까? 원시뇌를 어떻게 하면 다스릴까, 상위뇌를 어떻게 하면 발달시킬까 오래 고민했다. 이 세상이 괜찮은 곳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율였고 아이도 극적으로 안정되었다. 그래서 다 된 줄 알았는데 스트레스만 겪으면 다시 바닥을 치는 것이었다. 이를 연구하다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원시뇌가 주도권을 잡고 상위뇌를 밀어낸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 동전에 양면성이 있음을 깨달았다. 어둠이 강하면 빛도 강했다. 가장 먼저 체험되는 부분은 첫째의 엄마껌딱지 성향이었다. 어떤 이유에 의해 엄마에게 매달리고 의존한 아이가 결국 그 엄마껌딱지 성향으로 그걸 극복해냈다. 엄마를 위해 엄마의 기대만큼 노력하고, 그 매달리게 되었던 어떤 이유를 극복해 성장시켜 나갔다.


이처럼 힘듦이 강해서 결국 힘듦을 다스릴. 원시뇌가 잘 발달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예민한 아이의 새로운 장점을 소개해본다. 이 특성을 존중받고 자라면 남다른 재능이 될 것이다. 그림자가 크고 진하고 길면 그만큼의 빛이 있는 법이다.



힘든 만큼, 힘듦을 다스릴 능력을 가졌다



산만한 내아이 집중력 늎이는 방법 by 리처드 궤어

실행능력이 요구되는 일을 할 때, 어릴 때는 상위뇌 (전전두엽)를 쓴다. 상위뇌는 느리다. 체득하기까지 반복이 필요하다. 하지만 계 사용하다 보면 그것이 점점 신경 회로로 강화된다. 결과 더 이상 상위뇌를 쓰지 않고 원시뇌(편도체) 반응만으로 신속한 판단과 실행이 가능해진다. 여기서 두뇌 반응 속도는 원시뇌>>상위뇌 이다. 원시뇌로 넘어간 실행 기능은 더욱 빠르고 능숙해진다.


기질을 인정받고 감정을 수용받은 아이는 자기 조절이 가능해진다. 조절 능력을 바탕으로 반복 훈련하면 자기 통제가 가능해진다. 통제 경험이 숙달되어 익숙해지면 상위뇌가 원시뇌에 바톤터치를 한다. 아이의 잘 발달된 원시뇌가 재능 발휘를 할 기회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몸놀이가 아이 두뇌를 바꾼다> 질 코넬, 셰릴 맥카시

하니베베카페 독서모임에서 읽은 <몸놀이가 아이 두뇌를 바꾼다> 에서도 이와 관련한 내용이 나와 있었다. 저자 아동발달 전문가 질 코넬은 자동화 시스템을 설명한다. “자동화는 반복적인 기능을 각인시켜 더 이상 의식적인 사고가 필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몸놀이를 반복함으로 아이는 신체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결과 뇌는 좀 더 복잡한 사고와 상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선 운동 반복에 의한 결과를 이야기했지만 조절 훈련도 마찬가지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시뇌발달한 아이는,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지만 더욱 효율적인 자동화 시스템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자동화 시스템의 달인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면? 논어에 이런 말이 나온다(쑥님 감사해요). 종심소육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마음이 하고자 하는 데로 하더라도 절대 법도를 넘지 않는다.


아무리 내 맘대로 본능적으로 해도 이상적일 수 있는 삶은 대체 어떤 삶일까? 느린 상위만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미처 대처하지 못한 아차 싶은 순간이 많아 법도를 종종 넘을 것이다. 하지만 잘 훈련된 원시뇌가 반응한다면 가능하다. 반복되강화된 신경회로와 연결된 원시뇌. 슈퍼 원시뇌가 된다. 원시뇌의 반응은 인지 이전에 일어나니 더욱 효율적이다.


위의 논어에서 말한 단계는 정말 극도의 명상+ 조절/통제 훈련을 하거나, 혹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원시뇌 과발달인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까. 예민한 아이는 이 수준까지 도달할 잠재력이 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민한 아이가 가진 과흥분성을 영재성으로 바라본 긍정적 비통합 이론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출처 : 긍정적 비통합이론 by 다브로프스키

긍정적 비통합 이론에서 정서발달의 최상위 5수준에 “낮은 수준과 충동으로부터 거리 두기"가 나온다. 간디 테레사 수녀 공자 등 성인이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최상위 단계다. 자유롭게 자신을 조절하고 통제 가능하다. 따라서 자동화 시스템의 최고 경지는 이 단계를 의미할지 모른다. 꼭 성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 위인들을 말하는 자아실현의 4수준도 이와 부합할 것이다. 너무나 힘든 당신의 아이는 지능지수 영재 이런 걸 뛰어넘어 이 수준에 도달할, 진정한 자아실현과 나눔의 잠재력을 가졌는지 모른다.

 

결국 예민한 아이는, 힘든 만큼 그 힘듦을 다스릴 힘도 스스로 가지고 있다. 아이의 본질적 기질과 특성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 오랜 시간 훈련이 필요하니 사랑으로 가르칠 것이다.


여기서 '인정'의 단계가 굉장히 특히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아도, 원래 모습 그대로가 아닌 내가 보고 싶은 모습만 바라본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내 아이는 민감해 예민해 섬세해, 부정적 아닌 긍정적 어투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훗날 힘듦은 다스려지고 장점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



결론:

아이의 엄마를 엄청 힘들게 하는 과도하게 발달된 원시뇌는 결국, 훗날 스스로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힘으로 쓰일 것이다. 힘들수록 그 잠재력이 강하다. 행동은 수정하되, 본질적 특성을 인정하고 사랑하자. 아이는 자기가 가진 가장 밝은 빛을 발하며 살아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민한 아이를 위한 육아 환경 설계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