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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언 Nov 24. 2022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자

11/1 명상일기 #2

작은 나가 물 안에 풍덩 빠져 깊이 담겨있었다. 한없이 가라앉았고 막막했다. 이렇게 사라지고 싶었다. 쑥 하고 뭔가가 나를 꺼냈다. 큰 사람이었다. 나를 물에 담궜다 꺼냈다 반복했다. 나는 그냥 인형같은 놀잇감이었다. 너무 괴로워서 죽고싶었다.


문득 옆을 보았는데 조개가 있었다. 진주구슬이 잔뜩 들어있는 게 느껴졌다. 저 큰 사람이 조개를 억지로 벌려 조갯살을 찢어 진주 구슬을 꺼낼 것이 뻔했다. 조개가 그러면 죽을 것 같아 조개를 데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너무 멀었다. 계속 가다 쑥 빠져 내려갔는데 미끄럼틀이었다. 기껏 멀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큰 사람의 놀잇감 안이었다. 망연자실하여 드러누웠다. 조개에게 말을 걸었다.


미안해. 괜히 너를 데리고 나와서. 물도 없는데 다 죽게 생겼구나.


죽고 싶은 마음에 눈을 감았다. 그랬더니 조개가 입을 벌려 자기의 구슬을 하나 뱉어주었다. 그때 정신이 퍼뜩 들어 구슬을 가지고 다시 도망치는데 또 다시 나는 쳇바퀴 안에 있었다. 하다하다 지쳐 쓰러졌다. 이젠 안되겠다고 가망이 없으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눈을 감았다. 그때 구슬이 내 손에서 빠져나가 데굴데굴 굴러갔다.


한참이 지나 누군가 나를 쓱 들어올렸다. 큰 사람이었는데 가만보니 나였다. 큰 나는 굴러떨어진 구슬을 보고 나를 찾은 것이었다. 나를 찾은 큰 나가 다른 큰 사람들에게 말했다. 가만보니 내 아이들이 다른 큰 사람들이었다.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지~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자.


큰 나는 조개를 주워 바닷가에 풀어주었다. 그리고 작은 나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큰 나가 있으니 작은 나는 더이상 필요 없었다. 나는 거기서 눈을 감았다.



수호신들이 모두 모였다. 호랑이 황룡 봉황 거북이까지. 같이 내 주변에 동그랗게 모여있는데 각각 다른 차원에 있는 듯했다. 예를 들어 거북이는 그 공간에 물이 가득 담겨있었다.


수호신들과 춤을 추기 시작햇다. 우리가 춤을 추자 땅이 들러 일어나더니 산이 되었다. 정상에서 수호신들에게 내가 뭘 해야하냐고 물었다. 호랑이는 자기가 알려준 것처럼 가장 두려운 것은 허상이라는 걸 알려주라 했다. 거북이는 자기가 이동시켜 준 것처럼 다른 곳을 이동하며 하라 했다. 봉황은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라 알려주라 했다. 황룡은 자기를 잡고 높이 올라가라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다들 그들과 경험한 것을 답으로 제시했다. 그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그러겠다고 했다.



문득 지금 하는 일들을 정리해 시간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 경험들을 주제로 SNS를 운영해야겠다고, 유튜브 인스타 블로그 브런치 등 모든 SNS를 운영해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 갈 길이 정해졌다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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