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너지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도약기 = 전두엽 공사기간
많은 뇌과학자들이 전두엽 1차 성장기를 3세 이전으로 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고 지혜로운 말씀을 했던 것 같습니다. 308
앞에서 우리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뇌는 ‘비록 작기는 하지만 거의 완성된 예쁜 집’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이후에는 그 작은 뇌로는 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어렵기에 용량이 더 큰 전두엽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전두엽 확장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지요. 즉, 청소년기는 수많은 뉴런과 시냅스, 연결망들이 싹이 트는 시기입니다. 훗날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니 무조건 많이 만들어놓아 과잉 생산이 됩니다. 그런데 시냅스가 너무 많이 생산되면 다면적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321
남들 눈에는 아마 평범한 2층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내 셈법으로는 내 아이는 12층짜리다. 지금 눈에 보이는 2층만이 아니라 과거에 내려갔던 지하 10층까지 가치 있게 인정해주는 것이다. 지하로 내려간 깊이까지가 그 사람의 통찰의 높이, 자존감의 높이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하로 떨어져 보지 않았다면, 보통의 2층짜리였다면, 아마도 ‘그렇게 걱정되면 가지 마’라고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 녀석은 12층짜리라서 해석법이 달랐다. 힘든 시절을 겪은 아이들은 깊이가 곧 높이가 된다. 124
엄마는 아이가 지하로 떨어졌을 때, 불행한 사건을 겪을 때, 온몸으로 받쳐주는 첫 번째 은인이 돼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다시 힘을 얻어 세상에 나가서 두 번째, 세 번째 은인을 만날 수 있다. 엄마가 첫 번째 은인이 돼주지 못하면 그 어두컴컴한 곳에서 어떻게 올라와야 할지 길을 잃고 만다. 118
그렇게 아이는 천천히 끝끝내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그렇게 올라오기만 한다면 아이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회복하는 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힘을 배운 것이다. 그 힘으로 둘째는 살면서 닥치는 여러 가지 시련을 견뎌나갈 것이다.
그런데 어린아이 혼자서는 그 시간의 가치를 계산할 수가 없다. 그럴 때 부모가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그 시간을 마냥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그 시간을 극복함으로써 너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 될 거라고,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고 인정해줘야 한다. 그래야 지하 10층에 있던 아이가 12층짜리가 된다. 127
게다가 아들 녀석과의 끈끈한 전우애는 덤으로 따라왔다. 전쟁 상황이 아니면 심장과 심장이 그렇게 확 붙을 기회가 없다. 지하까지 떨어져 가장 힘들 때 엄마가 아이의 심장을 뛰게 해 주면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고마운 은인이 된다. 40
기능이 약해진 상위뇌(도약기) + 주도권을 잃은 상위뇌(도약기 스트레스) = 더블멘붕
과거에는 두뇌가 일종의 위계질서를 이루며 기능하는 것으로, 즉 전전두피질의 고차원적 시스템이 저차원적 변연계 시스템에서 생기는 충동을 통제하고 억제한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퇴 과학분야가 발전하면서 이와 전혀 다른 그림을 얻었다. 30
사람은 격분하면 말할 때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포유류의 뇌와 파충류의 뇌가 전면에 나서기 때문이다. 즉 전전두피질의 왼쪽 영역이 밀려나는 것이다. 그러면 전전두피질이 관장하는 온갖 훌륭한 고차원적 기능을 잃는다. 즉 언어 능력, 반성적 사고 능력, 타인의 사회적-정서적 신호를 읽는 법, 공감능력뿐 아니라 자기 통제 능력도 당연히 상실한다! 35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뇌에서 각성 조절을 하지 못한다. 그러면 회복 기능이 회복 탄력성을 잃으면서 과각성 혹은 저각성에 빠질 수 있다. 어떤 행동을 시작하지 못하거나 가만히 있지 못하고, 늘 산만한 상태가 바로 이런 경우다. 36-7
사춘기에는 포유류의 뇌(대뇌변연계)가 활성화되어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식욕과 성욕에 대한 욕구가 많아집니다.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칭을 가진 세로토닌은 전두엽이 활성화될 때 분비되는데, 사춘기 시기에는 전두엽 자체가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세로토닌이 어른들보다 40퍼센트 정도 적게 분비됩니다. 이 때문에 사춘기의 아이들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수면의 불균형, 우울감, 짜증, 적대감 등의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322 <엄마 반성문> 이유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