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열정 사이, 내 아이가 장애일까 영재일까

영재일까, 아닐까, 그리고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by 엄지언

내 아이는 태어난 날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겠다. 긍정적이 아닌 부정적인 쪽이었다.

기저귀 가는 동안 오열하는 ㅠㅠ
눕히면 운다 ㅠㅠ


태어난 첫날부터 아이는 놀란 듯이 울어댔다. 살기 위해 필사적인 것처럼 찌찌를 빨았다. 엄마 옆에 누워있으면 그나마 잤지만, 엄마랑 떨어져 있으면 경기하듯이 움직였다. 속싸개를 하면 오만상을 쓰고 팔다리를 버둥이며 짜증을 냈다. 시간 맞춰 들어오는 간호사가 이 세상 가장 싫었다. 겨우 편안한 상태에 있었는데 간호사만 왔다 가면 서서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산후조리는 커녕 아이 낳은 날부터 필승 육아에 들어갔다. 우리 가족은 뿌리가 휘청거렸다. 첫날부터 남편과 말다툼으로 스타트를 끊었음이다. 안 그래도 역사가 많은 집안에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석돌까지 수많은 일을 겪었다. 내 건강은 무너졌다. 모든 생활이 아이 중심으로 바뀌었다. 주변 사람들은 나와 아이를 이상한 인종 보듯이 했다. 어디 맡길 수도, 보낼 수도 없었다. 나는 육아 사각지대에 있었다. 상담도 여러 번 다녔다. 상담을 다녀오면 더 답답해졌다. 우리 아이가 정상이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뭔가 좀 이상(?)하지만, 정상의 영역에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안정애착이다. 이런저런 탐문조사 결과, 엄마가 잘하고 있다. 아빠도 괜찮다. 그런데 굉장히 예민하네요. 음 정말 민감하군요.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뭔가. 말인가 방군가. 저 좀 도와달라고요. 저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절실히요..!!


상담도 여러 번 장소를 바꾸었다. 결국 찾아간 곳은 영재센터. 까다로운 기질이 영재성이라는 글을 읽었다. 자폐 ADHD를 지나 내가 거기까지 찾아낸 것도 신기할 정도였다. 거기선 또 우리 아이가 영재란다. 영재성이 아주 다분합니다. 맞춰주고 보호하고 기다리세요.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여기서 잠시, 까다로움과 고지능의 연관성에 대해 알기 위해 지형범 선생님의 <숨겨진 영재성 발견하라> <영재성 바로 알기> 책 본문 내용을 첨부한다.


하나에 꽂히고 집착하는 성향

10세 이전의 아이들이 한두 가지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길어도 30분을 넘지 못한다. 이 아이들은 한 가지 주제에 몇 시간 며칠, 몇 달을 빠져든다. 이것이 이 아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영재성이 강할수록 몰입 경향은 더욱 강하다. 이런 특징을 잘 살리면 천재적인 대학자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물론 일상적인 흐름과 많이 달라서 힘이 든다. 일정한 경계선을 두고 관리해야 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최대한 시간과 장소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

너무 안자는 잠

보통사람들과는 에너지 레벨의 차이가 있다. 에너지 레벨이 평균적인 경우보다 월등히 높아서 하루 24시간 보다는 36시간 사이클이 적정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수면시간을 억지로 조정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특성에 따라 융통성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되도록 낮에 에너지 발산이 충분히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 가지 체육활동을 꾸준히 하면 좋다.

과도하게 민감한 감각

민감한 감각으로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뇌로 전달되는 신호가 5~10배 이상 강하게 전달된다. 그래서 그만큼 그에 대한 반응도 커진다.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긴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보호 조치가 꼭 필요하며 점차 자극에 노출되는 빈도나 강도를 서서히 높여서 적응시켜야 한다. 이것은 신경생리학적인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감각이 고도로 발달한 것이며 잘 계발하면 우수한 특성이다.

부족한 사회성, 불균형 성장

정서적 발달에 특별한 애로가 있다. 과흥분성을 극복하고 적절한 수준 이상의 통제력과 사회성을 계발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20대 중반까지도 기다려야 한다. 이를 빨리 극복하는 제일 중요한 관건은 부모의 태도이다. 아이의 지적 특성과 감각 특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면서 꾸준히 가르치고 수용해주면 극복과정이 단축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는 대기만성이 된다. 감정 조절이 안되고 어떤 부분은 과잉 발달하고 어떤 부분은 지체가 된다. 이런 불균형 성장이 특징인데, 약점을 보완하고 적극적으로 아이가 가진 취약점을 보완해주면 다소 늦더라도 큰 인물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보고 솔깃한 부모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뭐라고? 이런 성향이 영재성이라고? 헉... 내가 그걸 모르고 우리 아이 타박을 했구나. 장애인 줄 알았구나. 이제부터라도 그 성향을 좋게 봐주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당신이 절대적으로 정상임을 밝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나는 더 미궁에 빠져들었다. 우리 아이가 장애처럼 보일 때도 있는데 이게 영재성이란 말이지.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한데 그럼 검사라도 한번 받아볼까. 하루에도 수만 번 오락가락 내가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너무 힘들 때 영재성에 매달리는 나를 보면 하루라도 빨리 답을 내려야 할 것 같았다. 아이가 뭔가 이상하면 그래 이건 영재성이야. 좋게 보자. 이유가 있어. 다 잘되려고 그러는 거야. 그런데 둘째를 낳고 나는 기로에 놓였다. 기관에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단체생활은 또 다른 관문일 터. 거기서 학대라도 받으면 어떡하나. 드러나지 않는 은미(은근한 미움)를 받으면 어떡하나. 우리 둘째도 또 이렇게 예민한데 안 보낼 수도 없고. 이제 나는 아이를 사회에 던져야 한다. 치료가 필요하다면 받자. 마음을 굳게 먹고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자세한 건 상상에 맡기겠다. 나는 또 한 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미궁 속에 빠졌다. 일단 검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사를 받기에 아직 우리 아이는 너무 어렸고 너무 불안정했다.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우리 아이는 검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청각 쪽이 과민하구나. 선생님이 묻는 말에 겉으로 제대로 대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중력이 과도하게 떨어져 집에서와 달리 빙구스러운 말을 던지는 아이를 보았다. 후에 나는 청각 과민에 대해 팠고 거기서 내 아이를 위한 마지막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기서 다 밝히지 못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일단은 여기까지다.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건, 우리 아이는 장애와 영재 사이에 있었다. 장애스럽기도 했다. 영재스럽기도 했다. 사실 이는 '고반응성' 기질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고반응성(예민/까다로움) 기질을 가진 사람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면 남다른 재능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면 자폐와 ADHD 고위험군이라고 한다. 나는 아이가 그 두 가지 성향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렇다면 좋은 환경을 갖춰주면 좋은 쪽으로 간다는 거지. 안 좋은 환경에서는 이쪽으로 갈 수도 있구나. 내 역할은 원래 하던데로 좋은 환경을 갖춰주는 것, 안정될 때까지 보호하는 것, 그리고 아이를 믿어주는 것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그렇다고 아이의 영재성에 과도하게 매달리면 안 되었다. 아이의 어려운 부분을 영재성이라고 생각해 그냥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건 맹목적인 기대이자 믿음이다. 진정으로 아이를 믿는 사람은 장점도 보지만 단점도 보아야 한다. 여기서 단점은, 사회적인 관점에서의 단점이다. 내 감정의 긍정적인 부분을 보는 것과 부정적인 부분을 알고 보듬는 것 둘 다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야 어려움을 알고 돕게 된다.


아이의 어려운 부분을 그저 영재성이라고 생각해 넘겨버리지 자. 그러면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고의치 않게 피해 주는 부분을 이해하고, 아이를 속도에 맞게 가르치게 된다. 사람은 항상 사람들과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사람들과 함께 가는 방법을 꾸준히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가 먼저 인지하고 가르치면, 아이가 직접 사회에서 부딪히며 겪을 일들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점이다.


아이의 지능지수는 중요하지 않다. 기존엔 지능이 높아야 영재성이라 생각했다. 지능검사가 영재성을 판별할 현재로서의 가장 탁월하고 역사 깊은 도구임을 인정한다. 또한 장애를 판별한 중요한 도구다. 물론 너무도 뚜렷하게 장애나 영재인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같은 까다로운 아이라면 잠재력을 다 파악하기 어렵다. 지능검사보다 예민 아이를 위한 더 탁월한 도구는 과흥분성 검사다. 과흥분성은 다브로프스키 박사의 영재성 이론에서 고안되었다. 대부분의 고지능 아이는 과흥분성을 가진다. 하지만 과흥분성을 가진 모든 아이가 고지능은 아니다. 과흥분성을 쉽게 이해하자면, 내 아이의 뾰족한 부분이 어딘가를 보면 된다. 남다르게 예민하거나 열정적인 분야가 있는가? 이를 파악할 자료를 간단히 첨부한다. 이 이론은 정서성을 가장 높게 쳐서 그 부분도 사회적으로 좋다.


다브로프스키의 과흥분성 항목 설명. 이 항목들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영재성을 가졌다.


나는 수많은 길을 경험과 자료 찾기를 통해 돌아왔는데 최근 이에 관한 좋은 책이 나와 소개한다. <우리가 몰랐던 영재 이야기> 우희진 님의 책을 보고 참 감사했다. 영재성에 객관적이며 맹목적이지 않다.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준다. 지능지수뿐 아닌 과흥분성과 다중지능을 다룬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셔서 너무 놀랐다. 영재일까요, 아닐까요, 그리고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요? 헉.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이에 이 글을 당신에게 바친다. 수많은 길을 돌아갈 뻔한, 불안과 열정 사이에 있는 당신에게. 더 이상 헤매지 마세요. 그 시간을 단축해서 지금 당신 눈 앞의 아이에게 사랑한다 한번 더 말해주세요. 그리고 알려주세요. 너는 있는 그자리 그대로 빛이 난다고요.




아서 필사 노트

영재들은 정서적으로 예민한 경향이 있지만 그 민감성 때문에 영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읽어보세요




<우리가 몰랐던 영재 이야기> by 우희진


영재 분야에서 뼈 깊은 경험, 지식, 지혜를 통달하신 작가님의 책. 우리가 알고 있는 영재성의 허와 실,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듬어 아이 그대로를 바라보는 법, 그리고 핵심적인 질문을 던진다. 빛나는 줄 모르지만 당신, 실은 빛이 나는 것 알고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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