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아기 말고 하이니즈 베이비

시어즈 박사의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를 읽고

by 엄지언

아이를 재우고 매일 인터넷 서핑을 했다. 특히 힘든 날. 이 세상 모든 정보를 뚫을 기세였다. 답을 찾고 싶었다. 어려움을 해결할 답을. 찾다 보면 분명 무언가 나올 것이라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려놓으면 버티고 노력하는 내가 무너질 것 같았다. 주변 엄마들의 조언은 나에게 가끔 칼이 되었다. 아이에게 너무 맞춰 줄 필요 없어요. 안아주지 않으면 스스로 포기해요. 돌려 말하지만 결론은 이거였다. 엄마가 그리 해서 그렇게 된 거예요. 엄마에게 모든 책임이 있어요. 그러니 엄마를 바꾸세요. 아이는 아무런 문제없어요.


우리 아이는 제가 안아주지 않으면 발작을 합니다. 고개를 까딱이는 영아연축 혹은 유아틱 같은 증상이 나와요. 이 아이는 포기를 몰라요. 내가 돌아봐 줄 때까지 끝까지 울어요. 저라고 왜 시도를 안 해봤겠어요. 그나마 아이가 믿는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고 커피숍에 몇 번 다녀와 봤어요. 그러면 꼭 그날 밤부터 고열이 나요. 제 아이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필요가 아니라 생존이에요. 없으면 죽는 존재라고요. 아이에게 문제 있다는 게 아니에요. 저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나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의심하는 건 바로 나예요. 매일 죄책감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어요. 내가 하는 게 옳은지 의심하면서요. 밤마다 공부하고 자료를 찾는 이유가 그거예요. 제발 나를 더 무너뜨리지 마세요. 한마디 할 힘이 있으면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좋아요. 나는 그냥 도움이 필요해요.


말발이 딸려 미처 못했던 말. 힘들어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 이제야 쏟아낸다. 흑. 하늘이 감명했던지 나는 이때 어떤 엄마의 블로그를 찾았다. 그 엄마도 나처럼 필사적인 듯했다. 구글에서 영어로 뒤져 어떤 자료를 찾아 번역까지 해 올린 엄마였다. '하이니즈 베이비'. 다음은 관련 책의 자세한 내용다.





미국의 저명한 소아과 의사인 시어즈 박사 부부. 그들은 아이 셋을 훌륭히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넷째 딸 헤이든이 태어났다. 뜻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혜성 같은 아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그들의 확신은 와르르 무너졌다.


헤이든 전에 태어난 아이 셋은 모두 순한 기질의 아이들이었다. 잠을 잘 잤다. 모유수유가 규칙적이고 수월했다. 예측 가능했다. 부부의 리드대로 모두 잘 따라와 주었고 육아 효능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시어즈 박사는 육아가 힘들다는 사람들을 상담했지만, 진심으로 그들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많은 원인이 부모에게 있다고 생각 들었다. 그런데 그의 생각은 뒤집혔다. 헤이든은 태어난 지 이틀째부터 부부의 에너지를 소진시켰다. 엄마인 마샤가 하루 종일 안아주길 바랬다. 등 센서란 바로 이것이었다. 엄마 가슴에 강하게 집착했다. 수유 텀이 전혀 없었다. 한마디로 인간 공갈젖꼭지였다. 헤이든은 매우 특별했다.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헤이든은 엄마만 찾았다. 엄마와 잠시라도 떨어지면 세상이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듯이 울었다. 아이 셋을 키웠던 노하우로 그냥 울게 내버려 두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헤이든은 더욱 과민해졌다. 울음이 거세지고 멈추지 못했다. 한번 헤이든의 컨디션이 무너지면 몇 시간 진땀을 빼야 했다. 부부는 당연히 아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었다.


밤에도 그 고통은 이어졌다. 아이를 재워 눕히면 아이의 등 센서가 켜지고 미친 듯이 울어댔다. 헤이든에게 이건 생존의 문제인 듯 보였다. 흔들의자를 동원해서 재우고 눕히고를 반복했지만 한 시간마다 반복이었다. 아이 셋 다 성공적인 수면으로 유도했던 마샤였다. 하지만 헤이든에게서는 떨어질 수 없었다. 엄마도 잠을 자기 위해 결국 아이와 함께 자기를 선택했다. 이는 많은 생각의 전환을 낳게 했다. 아이와 부부가 같이 잠을 잔다는 건 시어즈 박사의 문화권에서 흔치 않은 행동이었다. 이렇게 방식을 바꾸니 헤이든은 비로소 잠을 좀 잤다. 마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모유를 헤이든을 달래는 중요한 도구로 썼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 방법이 쉽고 빠르게 먹혔다. 헤이든은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해보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아이의 저항은 더더욱 거세졌다.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었고 또한 그렇게 해서도 안되었다. 방법을 바꾸었다. 헤이든은 자신의 불안과 욕구를 충족할 수 있자 이내 다시 안정되었다. 아이 셋과 했던 기존의 육아법에 돌을 던져야 했지만 헤이든이 이것이 옳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마샤는 본능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안된다고 말하는 것에도 깨알 같은 노력이 필요했다. 강하게 안돼! 보다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라고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말할 때 훨씬 잘 먹혔다. 아이에게 마음을 열고 아이의 욕구에 빠르게 반응해 충족시켜주자 많은 것들이 해결되었다. 좀 크고 안정되면서는 반응의 속도와 강도를 낮추었다. 좌절 교육으로 실패를 가르쳤다. 스스로 조절하도록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따뜻하고 단호하게 가르쳤다.


시어즈 박사가 주장한

하이니즈 베이비의 12가지 특징


1. 투지가 넘친다. 2. 가만히 있지 못한다. 3. 엄마의 에너지를 소진한다. 4. 수시로 젖을 문다. 5. 강력한 요구. 6. 자주 깬다. 7.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8. 예측이 불가능한 아가. 9. 초예민한 베이비. 10. 초강력 등 센서. 11. 스스로 안정하지 못한다. 12. 엄마 껌딱지, 분리불안




내가 육아하는 모습이 거기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 놀라울 정도였다. 또한 예민한 아이 대신 하이니즈 베이비라는 말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나는 이 엄마의 블로그 글에 하트를 마구 남발했다. 당신이 옳아요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바로 그녀가 운영하는 하이니즈베이비 네이버 카페에 가입했다. 나중에는 그녀도 필사적인 나를 알아보았던지 나에게 부매니저 자리를 맡겼다. 그렇게 우리는 만났고 비슷한 육아 전우들과 3년을 함께 육아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일단 헤이든부터 살펴본다.


헤이든은 두 돌이 되어서도 엄마랑 떨어지지 않았다. 교회에서 혼자 아이들 곁에 가지 않고 엄마 옆에 꼭 붙어 있었다. 두 돌에는 그래도 이해하려 애썼는데, 세돌이 되어서도 그러니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석돌 반이 되자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이들에게로 뛰어 들어갔다. 모유는 넉돌에 떼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잠자리 독립이 되었다.


헤이든은 또래들과 어울리며 ‘두목'이라고 불렸다. 아이들은 헤이든에게 쉽게 집중했다.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는데 천부적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부모를 설득하던 그 에너지는 아이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당당함과 열정으로 전환되었다. 헤이든의 강한 요구는 자라면서 다른 종류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아이의 기질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기질을 긍정적인 쪽으로 사용하면서 개성이 꽃을 피웠다. 아주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남달랐다. 배려심이 높았다. 정의감이 탁월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능력이 아주 특별했다. 절대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이 높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에게서 장점을 찾아냈다. 부부가 헤이든에게 그랬듯이.



까다로운 아이의 성장과 긍정적인 변화. 출처: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 by 윌리엄 시어스



헤이든은 너무 잘 자라났다. 우리 아이들도, 그녀의 아이도, 우리 육아 전우들의 아이들도 잘 자라나고 있다. 아직도 힘든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각자 자기의 속도에 맞게 개성 강한 진면목을 하나씩 드러내고 있다. 시행착오 속에서도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며, 꾸준히 한 발씩 앞으로 딛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개인 활동을 위해 부매니저 자리를 내려놓았다. 앞으로 하는 활동은 그곳과 무관함을 밝힌다. 이제는 때가 되어 서로 다른 길을 가지만 계속 응원할 것이다.


나는 하이니즈 라는 단어를 좋아하지만, 예민한 아이 라는 말이 대세이기에 이 말을 쓴다. 언젠가 하이니즈 베이비라는 말을 대중적으로 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간절하면 찾아진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이 글을 찾아낸 간절한 당신, 당신의 축복을 기도합니다.



육아서 필사 노트


어떤 수준의 양육이 필요한지 부모에게 가르쳐 주는 사람은 오직 아기다.


읽어보세요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 by 윌리엄 시어스, 마사 시어스


미국의 소아과 의사인 시어스 박사 내외는 순했던 아이 셋과 달리 까다로운 기질의 넷째 헤이든을 만난다.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어려움을 겪게 된 그들. 그동안 했던 육아와 다른 차원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까다로웠던 넷째 아이가 잘 자라도록 양육했던 비법을 전수한다. *절판되어 도서관에서 구하거나 중고책으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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