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훈육은 일정 시기 이후부터라 한다. 나도 그 말을 기준 삼았다. 그런데 마치 무 자르듯이 일정 시기 전엔 훈육을 하지 않고 후엔 해도 된다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두 돌이다 석돌이다 말이 많지만 우리 아이는 예민한 기질이기에 석돌을 예로 들자. 만약 오늘이 석돌 전날이라면 아이에게 맞춰주고 좋게 이야기하다가, 내일부턴 한계를 설정하며 태도를 바꾸어야 하는 건가? 어려웠다.
막상 그 시기가 닥치자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석돌 즈음되자 우리 아이는 스스로 단유를 했다. 엄마에게만 붙어 떨어지지 못하는 아이였는데, 잠깐이지만 엄마와 떨어져 선생님과 있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석돌이 아닌 34개월쯤이었다. 아 엄마와 이렇게 자연스러운 분리가 시작되는구나. 스스로 견디는 능력이 우리 아이는 이제야 생기는구나. 이제 훈육을 시작해도 되겠다. 원래도 가장 기본적인 것에 한계를 설정한 터였지만, 더욱 열심히 공부해 훈육에 적용했다.
평소 아이 이성이 있을 땐 훈육이 많이 어렵지 않았다. 그럭저럭 엄마 말을 잘 들으려 노력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컨디션 기복이 심할 때 상황이 뒤집혔다. 어떤 때는 너무 훈육이 잘 되는데, 어떤 때는 너무 훈육이 되지 않았다. 어느 날은 하다 하다 안돼 가만히 붙잡고 진정될 때까지 버티는 훈육을 따라 했다. 1시간을 울고 땀 흘리고 씨름하다 겨우 아이가 진정되었다. 잘 이야기하고 마무리했다. 그런데 잠시 후 또다시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 그렇게 씨름을 하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놓고, 불과 한 시간도 안되어 똑같은 행동을 한다니. 뭔가 이상하기도 했다. 아까 있었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분명 아까는 여러 번 다짐을 하고 이야기를 끝냈었다. 물어보니 까먹었단다. 방송에서 보던, 그 후 아이가 안정되고 변하더라 라는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 아이 뇌에서는 그냥 고통받았던 무의식의 세계였다.
아, 나이를 기준해 훈육을 하는 것이 아니구나. 때가 되었다고 훈육을 일관되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의 컨디션을 고려해야 했다. 유연성이 필요했다. 컨디션이 아프거나 기운이 없을 때도 그렇다. 아픈 아이를 똑같이 혼낼까? 아닐 것이다. 유달리 반항이 심하거나, 산만할 때, 엄마에게 매달릴 때. 그때는 주로 아이가 도약기를 겪는 때였다.신체가 아닌 '마음'이 아픈 때였다.그때도 똑같은 훈육을 적용하려 하다니. 말을 듣지 않는다고 오히려 더욱 강한 훈육을 시도하다니. 아이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데. 너무 미안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으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뒤지고 뒤지다 정유진의 <아이의 떼 고집 거부를 다루다>에서 비로소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 발달심리 전문가 정유진은 말한다. '닫힌 아이'는 감정의 뇌가 우세하다. 마이웨이다. 감정에 매몰되므로 진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열린 아이'는 생각하는 뇌에 힘이 있다. 엄마 말을 듣는다. 가르치는 훈육이 적용 가능하다. 내 아이는 닫힌 아이인가, 열린 아이인가?
출처: <아이의 떼 거부 고집을 다루다> 정유진
방법을 알려면 훈육 시점에 아이가 간단한 지시를 수행할 수 있는지 보자. 예를 들어, "이리 와"라는 말에 제대로 반응할 수 있으면 열린 아이이다. 이 경우 가르치는 훈육이 가능하다.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난리를 친다면? 감정 뇌가 활성화되어 있으므로 진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우리 첫째는 평소 생각하는 뇌가 강했다. 하지만 도약기 컨디션 기복이 너무 커서 수시로 생각하는 뇌가 닫혔다. 석돌이면 될 줄 알았는데, 넉돌까지도 자주 진정이 선행되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 둘째는 또 다르다. 둘째는 이제 두 돌이고 첫째만큼 민감하다. 그런데 생각뇌가 우세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결코 가르치기가 쉽지는 않다. 땡깡이 어마어마해 마치 생각뇌가 닫힌 아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단한 지시를 해보면 내 말을 들으며 땡깡을 부린다. 머리를 쓴다는 상황이 이것이었다.
아이마다 발달이 다르다. 훈육이 필요한 시기가 달라진다. 또한 컨디션 기복이 심한 민감한 아이는 훈육이 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 아이마다 다 다르고 일관된 방법이란 없으니 이래서 육아가 어려운 것 같다. 남 말은 참고하되 내 아이를 먼저 보자. 얼마 전 <개는 훌륭하다> 방송에서 개통령 강형욱은 "불안할 때는 교육하지 않아요."라고 하였다. 개도 불안할 때는 교육하지 않는다.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생각의 뇌가 닫힌 불안하고 충동적인 내 아이, 훈육은 잠시 미루자. 그때를 알려면 엄마의 관찰과 경험, 그리고 공부가 필요하다.
여러분의 아이는 감정의 뇌가 우세한 닫힌 아이인가요? 생각하는 뇌가 우세한 열린 아이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