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로 조절력과 학습력 두 마리 토끼 잡기
난초 아이에게 자생력이 생기다
메타인지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이다. 먼저 감각 발달에 관심을 가졌었다. 감각 이론에서 감각이 '통합'되고 나면 아이가 안정된다 하였다. 여기서 통합이란 모든 감각을 잘 사용한다는 뜻이다. 불안정한 아이라 애착, 정서, 안정 등을 우선으로 감각 발달에 신경 썼다.
아이가 안정되고 인지 발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이가 제한된 관심사에서 벗어나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아이에게 들어오는 인지 자극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총사령탑' 발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속 자극 추구만 하는 아이는 그때그때 반응만 할 뿐 자신이 뭘 원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 자극을 잘 사용해 목적 있는 활동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총사령탑의 역할이었다. 나는 이것에 '인지 통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다 '메타 인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타 인지는 인지를 알고 인지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내가 아는 걸 가지고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인지 통합은 메타인지라는 이름으로 이미 학계에 존재했다. 내가 육아하며 답을 찾다 혼자 거기까지 생각해냈다는 것에 놀랐다.
그 당시 메타인지는 사람들에게 생소했다. 용어를 알리기 위해 한참을 설명해야 했다. 더 쉽게 설명해야 하는데, 나도 아는 것에 한계가 있어 어려웠다. 그런데 요즘 리사 손 박사님의 <메타인지 학습법>이라는 책이 이슈 됐다. 그 책은 메타인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아! 이거다. 내가 찾던 모든 답이 거기에 있었다. 쉽게 설명할 방법을 찾았다.
메타인지는 사실 아주 먼 옛날부터 잘 알려진 인간의 기본적 능력 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 델포이 아폴로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던 그 유명한 신탁 인간의 물음에 대한 신의 응답 ‘너 자신을 알라 Know Thyself’, 이것이 바로 메타인지다.
추상적으로 설명하자면 메타인지는 자기가 자신을 아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메타인지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말은 ‘자기 거울 a reflection of the self’이다. 자기의 모든 인지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 바로 메타인지인 셈이다. 한마디로 메타인지는 ‘자신의 기억, 느낌, 지각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 정의할 수 있다. <메타인지 학습법, 리사 손>
쉽게 말해 메타인지는 먼저 나를 아는 것에서 비롯된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걸 할 수 있을지 아는 것. 마지막으로 그걸 실행하는 능력이 받쳐주어야 할 것이다.
나에게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메타인지가 자기 조절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연구결과 메타인지 훈련을 한 ADHD 아동은 주의력 결핍 증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스퍼거와 고기능 자폐 아동들에게도 도움되었다. 분명 불안도 높고 산만해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난초 아이들에게 도움될 것이다.
메타인지는 이렇게 작용한다. 예를들어 학교에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너무 커 감각 과부하로 힘든 난초 아이는 의도치않게 화를 내게 된다. 이때 메타인지가 발달한 아이는 화내기 전 원시 뇌가 주도권을 잡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저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내가 힘들구나.' 라고 자각하는 것이다. 알아차리는 것 만으로 원시 뇌의 힘이 빠진다. 불안과 충동성이 줄어든다.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신호가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메타인지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될지 빠르게 파악한다. 결과 아이는 그 자리를 피하거나, 귀마개를 낄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적인 메타인지를 키우기 위해서 먼저 자신이 올곧이 받아들여지는 경험이 필요하다. 좋고 나쁘고 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내가 수용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내 감정이 수용되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계속해서 묵살되면 자연스럽게 내면에 욕구를 가지고는 있지만 자각하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해보아야 한다. 안 되는 경험보다는 되는 경험이 많아야 한다. 또한 발달에 맞는 적절한 한계 설정도 필요하다.
이런 경험으로 자기 조절력을 갖게 되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을 구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난초 아이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난초 아이는 전두엽이 잘 발달해 안정되어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무너진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원시뇌가 주도권을 잡는 것은 난초뿐 아닌 모든 인간의 반응이다. 어려운 것은 난초 아이는 그 스트레스를 느끼는 임계점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다. 좀 더 자주, 사소한 일에도, 강렬히 반응한다. 이런 이유로 아이는 왕따나 체벌 등의 부당한 상황에 노출되기 쉽다. <별난 아이가 특별한 어른이 된다> 저자는 난초 아이들이 어른의 가장 추악한 면을 끌어내는 재주를 가졌지만, 결코 의도한 바가 아니며, 오히려 나중에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말한다. 정서적인 부작용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메타인지는 더욱 중요하다.
메타인지를 갖춘 아이는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게 된다. 메타인지는 아이를 관리하는 제2의 부모이다. 내가 아이의 기질을 수용하고, 감정을 수용하고,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했다면, 아이는 내가 한 것 같은 관리를 스스로 하게 된다. 물론 부모가 이리하지 않아도 메타인지가 스스로 잘 발달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초 아이 성향이 강할수록 생각 뇌 발달이 쉽지 않다. 또한 키우기 어려울수록 기질과 감정을 수용하기 힘이 든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려 씨름하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 만큼, 아이는 자신에게도 그리하게 된다. 이렇게 자기 조절력이 생긴 아이는 내가 자리를 비워도 제2의 부모와 꾸준히 대화하며 자신을 조절해나간다. 난초 아이의 자생력은 여기서 생긴다. 부모가 따라다니지 않아도 스스로 위험 상황을 대처할 수 있다. 메타인지를 세우는 것. 그것은 난초 아이를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한다.
서툴고 느리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밥 안먹어도 배부르다.
또한 이 메타인지는 놀이력과 학습력이다. 사실 메타인지는 학습법으로 먼저 국내에 알려졌다. 사교육 없이 책육아로 최연소 연대생 하은이를 키운 하은맘도 메타인지의 효과를 언급한 바 있다.
‘메타인지'는 본인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정확히 아는 인지 능력. ‘메타인지'가 결국 입시 공부에서 성패를 좌우해. 단시간의 수능 공부로 하은이가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도 바로 이 ‘메타인지'가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봐. 자기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빨리 분별해낸 덕에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부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거야. <십팔년 책육아> 김선미
메타인지를 학습에 적용할 땐 정서적인 지지와는 다르게 접근해야한다. 아이가 스스로 실패하고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인내하고 지켜보아야한다. 오래 걸리고 답답하다. 하지만 빨리 도착하는 것 아닌 과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손이 되지만, 아이가 정서적 지지를 요청할 때는 이를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메타인지는 원하는 걸 누리며 잘 놀게 만든다. 나아가 공부할 때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효율적으로 공부하게 만든다. 메타인지로 공부하는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즐겁게 놀이하듯 스스로 공부한다. 공부는 놀이가 되며, 놀이는 곧 자기 조절력을 대변하는 메타인지에서 비롯된다.
메타인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나'를 아는 것이다. 나는 대체 누군가? 나는 뭘 하고 싶은가? 나라는 인간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 부모와 끊임없이 씨름한 난초 아이는 어릴 때부터 이에 도가 틀 것이다. 이 아이는 우리 세대와 다르다. 한 목표를 향해 같은 길을 걸어가고, 똑같이 입고 똑같이 공부하고, 내가 이기려면 남을 짓밟아야 하던. 아이는 자신만의 길을 걸을 것이다. 이 세상 어디도 없는 하나의 고유한 우주다. 즐겁게 살 것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누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