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육아에 기적을 줄 우리 집 작은 자연
난초 아이라면 조기 자연교육이다
작년 한 해 숲놀이 모임을 만들어 운영했다. 첫째 아이 두 돌부터 2년간 숲체험을 하며 매우 긍정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 아이와 비슷한 다른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주고 싶었다. 감각 발달을 위해 작게라도 극복 경험을 갖도록 했다. 단체놀이도 시도했다. 실험정신으로 시작해 약 일 년정도를 운영해보았다.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이들 반응이 좋으니 엄마들 반응도 덩달아 좋았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아이가 모임에 다녀가면 밤에 꿀잠을 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도 피곤해서 같이 쓰러졌단다. '처음'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아이가 처음으로 또래에게 다가간다, 처음으로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다. 너무 재미있었다고, 숲놀이에 언제 또 가냐고 이야기한단다. 신기했다. 그냥 보통 공원에 가서 노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단 한 번의 경험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냥 자연에 노출되는 것뿐 아닌 수용적인 그룹을 만난 것에도 반응하는 듯했다.
이를 알리고자 SNS에 숲놀이를 정기적으로 포스팅했다. 너무 좋고 효과 있기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반응은 영...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다. 숲놀이 뿐 아닌 가끔 올리는 자연 놀이 포스팅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깨달았다. 아 대중은 자연에 관심이 없구나. 있다 해도 극소수뿐. 실생활과 너무 멀구나. 어떤 기업도 자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업성과 멀어진 자연은 더더욱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첫째가 자주 그리는 우리 집 작은 자연. 우리 집 자연이 밖에도 있단다. 자연을 집에 들이고 아이들이 달라졌다.
자연이 정말 난초 아이들에게 효과 있는데... 너무 아쉽고 안타까웠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브런치에 <한평 베란다 자연놀이> 매거진을 만들어 글을 포스팅하면서부터다. 사람들이 작게나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 이거구나. 알았다.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 실제 라이프 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것. 그런 것이어야 자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기는구나.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먼저 자연의 효능을 짚고 넘어가자. 이건 카더라 통신이 아닌, 과학이자 팩트다. 리처드 루브의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내용 첨부한다.
자연 결핍 장애는 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감각의 둔화, 주의집중력 결핍, 육체적 정신적 질병의 발병률 증가 등을 포함한다. 41
자연환경 속에서 사는 아이들은 자연을 접하기 힘든 곳에 사는 아이들보다 행동장애, 불안, 우울증의 정도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연환경이 풍부한 지역의 아이들은 자존감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3
피터 칸이 쓴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백여 개에 달하는 논문을 통해 자연에서 얻는 가장 큰 혜택은 ‘스트레스 완화'라는 점을 밝혔다. 62
큰 스트레스를 겪은 아동일수록 자연에서 얻는 위안의 효과가 크다. 62
땅을 일구면 정신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 (벤자민 러시 박사) 58
식물을 감상하고 가꾸거나 자연과의 접촉을 늘리면 상처가 빨리 회복된다는 연구보고가 많이 있다. 59
시카고 중산층 지역의 ADHD 아이들 연구 결과, 아이들이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 후 주의력결핍 증상이 완화되었다. 121
아이들은 자연공간에서 더 창의적인 놀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학교에 자연 요소가 많을수록 아이들은 상상력을 더 많이 발휘하고, 남아와 여아가 평등하게 놀 수 있는 가상극 놀이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1
자연을 접함으로 난초 아이와 부모는 불안, 우울, 스트레스 완화, 주의집중력 결핍, 감각 문제 등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수면문제나 학습장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더 멀리는 놀이력까지다. 이보다 좋은 도움이 어디 있단 말인가? 심지어 공짜다. 자연이 멀다면 집에 초대하면 된다. 집에 선반 하나를 마련해 자연 공간을 꾸미자. 녹색의 싱그러움이 담긴 화분을 놓는다. 어린 아이가 만져 엉망으로 만들까 겁난다면, 위에 배치해 쳐다만 봐도 된다. 아이가 조금 크면 위치를 옮기거나, 식물의 가짓수를 늘릴 수 있다. 우리 집은 두 돌 지나니 정상적인 자연 놀이가 가능해졌다.
텃밭놀이를 하면 편식도 줄어든다. 시골에 가 하루 종일 직접 채소를 수확한 편식 심한 아이들, 저녁 식사로 채소를 우적우적 씹어먹는 프로를 본 적 있다. 집에서도 재배 가능한 콩, 방울토마토, 피클 오이, 쌈채소 등을 심자. 절대 안 먹던 아이가 한 입 깨물어 놀라게 될 것이다. 우리 첫째는 생후 삼 년간 치즈 우유 맨밥만 먹었다. 과민한 구강 감각이 원인이었다. 그런 아이가 얼마 전 직접 씨 뿌려 수확한 당근을 뽑은 그 자리에서 씹어먹었다.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 그 처음이 자연의 도움을 받으면 좀 더 쉬워진다.
적환무를 뽑으며 매달 성취감 샤워를 하자아이의 자신감과 성취감에도 한 몫 한다. 20일 만에 수확할 수 있는 작고 예쁜 적환무는 쑥~ 뽑는 손맛이 상당하다. 매달 심어 직접 뽑게 해주자.
우리 집은 아주 작은 한평 베란다를 자연 공간으로 꾸몄다. 아이들은 매일 베란다에 가 자연 놀이를 한다. 물 주고, 흙 퍼담고, 씨앗을 심는다. 아주 잠깐 놀아도 아이들의 스트레스와 불안이 내려가는 것을 느낀다. 칭얼댐과 과잉행동도 줄어든다. 내가 실수로 화낸 날, 아이들은 이 베란다에서 치유를 받는다. 특히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날, 우리 집 베란다는 톡톡한 노릇을 한다. 각 집마다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꼭 집 안이 아니어도, 집 앞에 수시로 나가 놀 수 있는 자연 공간이 있으면 더욱 좋다. 아이들은 돌을 만지고, 풀을 뜯고, 꽃 향기를 맡는다. 놀이터 옆에도 자연 공간이 있으면 좋다.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타다 쉬이 지루해진다. 그러면 옆의 자연 공간에서 소재를 찾아 좀 더 풍부하고 다양한 놀이를 하게 된다. 요즘 거의 사라졌지만 모래놀이터도 좋다. 주변의 모래놀이터를 찾아두자. 엄마 마음이 넉넉한 날 찾아가 놀자. 예전 당연하던 것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누리지 못하는 것들. 그것들을 하자.
난초 아이라면 조기 자연 교육이다
집에서 시작해 좀 더 관심이 생겼다면 숲체험을 시작하길 권한다. 꾸준히 다니면 아이의 성장에 놀라게 될 것이다. <숲체험 활동이 유아의 일상적 스트레스 감소에 미치는 영향. 이인원 2014> 연구에 따르면, 숲체험을 경험한 유아들은 상처와 좌절에 관한 스트레스가 쉽게 줄어드는 반면, 일반 유치원 유아들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또한 불안과 일상적 스트레스가 줄은 반면, 일반 유치원 유아들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2년의 숲체험 활동 후 첫째는 많이 성장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숲체험 경험 유아의 상처, 좌절, 불안, 일상적 스트레스 감소 반응 연구. <숲체험 활동이 유아의 일상적 스트레스 감소에 미치는 영향. 이인원 2014>
그런데 특이한 사례가 있다. 집 앞 자연까지는 재밌게 노는데, 광활한 자연에 가면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 둘째가 그랬다. 숲체험에 데려갈 때마다 둘째는 엄마에게만 매달렸다. 풀밭은 싫어하고 주로 나뭇가지, 돌, 흙을 가지고 놀았다. 자연에서 놀아도 꼭 떨어져 있는 비자연물을 발견해냈다. 항상 쓰레기를 주워 보물처럼 나한테 가져다주었다. 바로 옆의 자연은 보지 않고 멀리 차를 찾아내 나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그나마 좋아한 것은 물가에서 놀기. 그리고 곤충 잡기다. 식물 포함 자연물로 다양하게 노는 첫째와 대조적이었다. 이런 아이일수록 ‘집의 작은 자연’ 효과가 클 것이다. 베란다 한 귀퉁이에 흙이나 물다라를 놓아도 좋다. 아이의 취향과 속도에 맞추어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자연 놀이를 하면서는 부모의 심리적 치유 효과도 상당하다. 먼저 내가 자연에서 직접 치유받는 부분이 클 것이다. 아이가 영향받는 만큼이다. 그런데 그것 이상의 효과다. 아이가 자연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안심이 되는 것이다. 내가 부족해도 잘 자랄 것이라는 믿음. 자연이 도와줄 것이라는 안심. 내가 부족했던 날, 먼저 아이에게 사과를 한다. 그리고 함께 자연 공간으로 간다. 이내 밝아지는 아이를 보며 나도 밝아진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난 좀 부족하지만, 자연 네가 우리 아이를 잘 키워줘서.
난초 아이 육아에 가장 힘든 것들이 자연을 접함으로 완화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불안과 스트레스 완화부터, 장기적으로는 수면 어려움과 감각 문제까지. 좀 더 멀리 보면 놀이력까지다. 시간이 걸릴 뿐, 꾸준히 하면 분명 효과가 있다. 수많은 연구로 그리고 나의 관찰과 경험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모든 아이에게 이롭지만 난초 아이에게 자연은 필수다. 내가 잘 못해도 괜찮다. 자연이 빈 부분을 메워준다. 자연의 도움을 받자. 쉬운 길을 돌아가지 말자. 어렵다면 집 안에 작은 자연을 들이는 것으로 시작하자. 생각지 못한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