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치게 힘든 성향이 특별한 재능으로

그러니 그 힘듦 포기하지 말자

by 엄지언

첫째는 17개월부터 모든 감각 자극을 거부했다. 햇빛을 유별나게 힘들어했다. 아주 작은 빛만 있어도 울며 무서워했다. 잘 때는 암막커튼을 쳤다. 암막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엷은 가로수 불빛이 힘들어 잠에 들지 못했다. 남편과 나는 테이프로 커튼의 빈틈을 막았다. 혹시나 빛이 들어올까 봐 무섭다는 아이를 몇 시간씩 달래며 재웠다. 석돌까지 그리하였다.


그런데 아이가 180도 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 6살 우리 첫째는 지금 반짝이를 가장 좋아한다. 모든 미술 작품에 반짝이를 활용한다. 옷도 반짝이 옷만 입는다. 아이 옆에 있으면 눈이 부셔 황홀할 정도다. 유별난 감각 반응은 예술성이 되었다. 느끼는 만큼 미술로 표현하니 매년 수료할 때마다 상을 받는다.


아~ 누가 알까. '빛'을 싫어하는 것 아닌 좋아하는 것이 되기까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이를 믿었는지. 장애 딱지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내 아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얼마나 어려웠는지. 아이가 강하게 느낀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강하게 자극받는다면 분명 좋아할 방법도 있을 터. 느끼는 것은 타고났으니, 거기에 경험을 다르게 연결해주면 된다고 생각하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후 '감각 적응'글에 다시 써보겠다. 또한 24시간 매달리던 엄마 껌딱지는 상호작용 몰입 성향이 되었다.






아이의 힘든 점을 동전처럼 뒤집어보자. 숨겨져 있던 장점이 그제야 드러난다. 감각 민감은 예술성이다. 산만함은 창의력의 원천이다. 불안은 신중함이다. 부모에게 매달리는 성향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회성이 된다. 힘든 그만큼의 장점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다. 힘듦이 없어지길 바란다면 장점도 없어지길 바라는 것이 된다. 그러니 그 힘듦, 포기하지 말자.



부모에게 매달리던 아이

사람에게서 힘을 얻는다


부모에게만 매달리고 다 해결해주길 바라던 아이예요. 스스로 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혼자 노는걸 지독하게 싫어했어요. 한마디로 피를 말렸죠. 쿨하지 못해 보이기도 해요. 항상 사람들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듯하고요.


내 아이는 힘들 때마다 사람들과 함께다. 혼자서 삭히고 동굴 속에서 푸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내 아이는 힘들면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며 웃고 돕고 방법을 찾아나가는 그림이 그려진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가득할 것이다. 내 아이가 그만큼 사람을 좋아하고 챙길 거니까.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보는 눈도 자라날 것이다. 사람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높단다. 내가 좀 부족해도 아이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옳은 길을 찾아갈 것이다.


사람을 통해 힘을 얻는 아이라면 카멜레온의 장점을 가졌다. 아이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크게 바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닮아간다. 장점들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흡수해 내면화할 것이다. 부모가 할 일은 아이의 자존감을 챙겨주는 것이다. 또한 좋은 사람들을 만나도록 환경을 조성하자. 무엇보다 부모가 롤 모델이 되면 좋을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배우고 또한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테다. 자기 고유의 색도 잃지 않을 것이다. 성장의 매 단계 백번 잔소리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효과 있음을 잊지 말자.



불안한 아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


모든 걸 두려워하던 아이예요. 한 사람 한 장소에 적응하는 데만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요. 수많은 꼬리표가 아이를 따라다녀요. 내성적이다. 쫄보다. 겁이 많다.. 어쩜 이렇게 하나도 긍정적인 표현이 없을까요?


아이가 그렇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타고나기를 새로운 것에 조심성이 많은 아이이다. 원시시대에는 자신을 지키는 탁월한 무기였을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는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적응할 때마다 손이 그렇게 많이 갔는데, 좀 자라니 엄마가 별로 할 일이 없다.


무언갈 할 때 준비성이 철저하다. 계획을 열심히 짜기도 한다. 먼저 심사숙고하고, 하면 확실하게 한다. 내 아이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는 모든 대안이 머릿속에 나와있는 때이다. 즉흥적인 말이나 행동보단 생각이 필요한 글과 그림에 소질이 있을 수 있다. 아이는 충분한 시간만 주어지면 누구보다 풍부하게 표현해 낼 것이다.


낯선 것에 거부가 강한 대신 친숙한 것에 반응이 뜨겁다. 왜 사람들은 거부 반응만 알아볼까? 아이는 이렇게나 친숙한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데. 이 기질의 장점을 끌어내는 건 어렵지 않다. 익숙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를 다닌다면 예습을 생활화하게 해 보자. 수업시간에 낯선 것이 나오면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지만, 예습을 해간 아이는 아는 것이 나오면 펄펄 난다. 공부뿐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이나 장소를 접할 때도 미리 알고 가면 "아 이거다!" 라며 눈빛이 더더 반짝인다. 양면을 다 가지고 있다면 사회에서 반응이 좋은 한쪽을 적극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아이가 맺는 인간관계는 특별할 것이다. 많은 친구를 사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를 믿고 만족감을 주고받는 질 높은 관계를 가질 것이다. 먼저 말하기보다는 들어줄 것이다. 고민을 자주 상담받을 수도 있다. 배려심 높은 행동을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이 세상 리더의 반 이상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성향의 사람이란다. 워렌버핏, 빌게이츠, 안철수 등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수직적이지 않은 수평적 리더십을 갖는다. 요즘 세상에 필요한 인재다. 아이의 성향을 믿고 지지해주길 참 잘했다.


감각이 민감한 아이

세상을 다채롭게 느낀다


재우고 일어날 때 엄마 무릎 뚝 하는 소리에 깨서 울어요ㅠㅠ. 밤에 화장실 물을 못 내리겠어요. 아주 작은 빛도 감지해요. 몸을 살짝만 터치해도 자지러지게 울거나 웃어요. 어쩜 이렇게 섬세할까요..?


아이는 이 세상을 너무나 다채롭게 느낀다. 어렸을 때는 힘들기만 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니 알겠다. 구르는 낙엽만 보아도 파도 같은 행복감을 느낀다는 걸. 아이의 감각은 천부적이다. 이는 마치 섬세한 여자들이 핑크 립스틱의 100가지 색상을 구별해내는 것과 같다. 세상 모든 것이 매 순간 아이에겐 진풍경으로 펼쳐진다.


아이는 타고난 예술가다. 느낀대로 표현하면 된다. 미술, 음악, 신체활동으로 아이는 자기가 느끼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것이다. 이렇게 예술적으로 승화된 아이는 사회와 연결고리도 강해진다. 이런 아이를 볼 때 문득 예전 일이 떠오른다. 주변의 조언을 듣고 내가 억지로 이 아이의 감각을 무뎌지게 했다면, 그게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어쩌면 피카소 모차르트의 재능을 타고난 아이를 부모의 무지로 눌러버릴 뻔한 것은 아니었을지. 본능을 따르길 잘했다.


이 뿐 아니다. 사람들에게 반응할 때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다. 눈치가 빠르다고도 할 수 있다. 가끔은 너무 힘들었다. 내가 조금만 잘못해도 아이는 즉각 반응으로 내게 죄책감을 절절히 느끼게 해 주었으니까. 그런데 마음의 갑옷을 입고 나자, 아이는 타고난 반응성으로 높은 정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주변을 센스 있게 캐치하고 사람들을 살핀다. 그러면서도 섬세한 자신 돌보기를 잊지 않는다.



산만한 아이

호기심 만땅 사는 게 재미지다


이 세상 산만은 내 아이가 다 가지고 태어난 것 같아요. 문화센터에 갔는데 울 애만 따로 놀아요. 혹시 주의력 결핍 장애는 아닐까요? 걱정돼서 잠이 안 와요.


이 아이는 호기심이 탁월하다. 뭐 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다 가서 알아보고 만져보고 반응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아이는 정말 궁금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이 모두 궁금하고 다 알고 싶단다. 범상치 않다 싶었는데 일명 다빈치 유전자란다. 다빈치는 예술가이면서도 과학자 철학자였다. 다방면에 능통한 팔방미인이다. 다 배우려 하니 어쩌면 진득하게 하나만 하는 건 비효율 일지 모른다. 적절히 버티는 능력을 가르쳐야도 하지만, 세상을 향한 이 반짝이는 호기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뇌 회전이 남다르게 빠르다. 행동도 그만큼 빠를 수 있다. 충동적이라는 선입견을 떼고 가만히 바라본다. 아이의 시간은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씩 앞서 가는 것 같다. 마치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의 대표 케이스 같달까. 혹시 다른 사람들이 느린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빠른 두뇌를 통제하도록 좋아하는 걸 실컷 하며 많이 놀이하게 해 주자.


너무나 창의적이다. 창의력 교육이 요즘 핫하다. 이 아이는 원래 그걸 타고난 것 같다. 그냥 둬도 알아서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니 창의성은 알아서 따라온다. 의성을 등에 업어 재 치있고 유머감각이 남다르다. 좋아하고 몰입하면 더욱 새롭고 멋진 아이디어로 빛을 발한다.


보상은 아이를 춤추게 한다. 보상을 잘 주면 아이는 정말 날아다닌다. 이 아이는 동기부여 하나는 정말 쉽다. 이렇게 당근은 통하는데 채찍은 잘 안 통한다. 잘이 아닌 아예라고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외로 다루기 다. 칭찬과 보상을 적절히 사용하자.


이 아이는 멀티 플레이어다. 하나만 꽂혀서 하는 경우도 매력 있지만 아이는 정말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한다. 여러 개의 뇌를 가진 것 같다. 동시에 모두 다 잘 처리해 낸다. 이 시스템이 안정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시선임을 잊지 말자.



포기 않던 아이

결국 이뤄낸다


하나 꽂히면 끝장을 보는 아이예요. 한번 울기 시작하면 자기가 원하는 걸 들어줄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아요. 잊지 않아요. 잊지 않고 계속 자기가 원하는 걸 주장해요. 훈육이 너무 어려워요. 이 아이랑 씨름하다 진짜 내가 늙어요.


아이는 성취하며 산다. 마치 그냥 뭔갈 계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의 내면에는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다. 무언가에 도달해 성취해내는데 큰 즐거움을 느낀다. 사람들이 노래 듣고 영화 보듯, 이 아이에겐 성취가 오락거리이다. 맞는 것에 동기 부여가 되면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낸다. 얼핏 부족한 듯 보여도 이 아이는 해낸다. 잘하는 놈, 즐기는 놈, 그걸 초월한 될 때까지 하는 놈 있다. 될 때까지 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올라선다.


성취를 위한 정신적 에너지와 신체적 조건을 타고난다. 원하는 게 있을 때 이 아이는 지치지 않는다. 무너지지 않는다. 다시 일어나고 다시 도전한다. 정신은 맑아지고 신체는 단단해진다. 매진하다 건강을 잃을 때는 잘 되지 않을 때이다. 노력하는 만큼 되지 않으면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노력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자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도 쉽게 전문가가 된다. 한 분야를 계속 파면 결국 남들이 도달하지 못한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의도해서가 아닌, 그냥 하다 보니 그렇게 되어있다. 목표를 향해 뛰는 것 같지만 계속 작은 성취를 얻으며 앞으로 가기에 진정 과정을 즐긴다. '영재' '박사' '덕후'등이 호칭이 어울린다. 만약 덕후라면 성덕이 된다.


자기가 원하는 것에 몰두할 땐 마치 사회성이 떨어지는 듯 보일 수 있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하기 때문이다. 방해받는 걸 매우 힘들어하기도 한다. 하면서 주변을 살필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걸린다. 그러면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험을 통해 변하는 것이다. 물론 그 몰두하는 기질은 빠르고 크게 이뤄내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주변까지 고려할 수 있는 능력까지 도달하면 인생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보다 일찍 겪도록 많이 놀이하고 경험하도록 하자. 재능이 진정한 빛을 발할 것이다.



남다른 에너지의 아이

열정이 된다


이 작은 아기 몸에서 기차 통 삶아먹은 것 같은 유난히 큰 성량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남다른 울음이 어려운 양육의 제1법칙이다. 아이의 남다른 울음은 말을 시작하며 남다른 정신 활동이나 신체 활동으로 옮겨간다. 정신 활동이냐 신체 활동이냐는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 정신 활동인 아이는 탐구 만들기 독서 등에 몰입한다. 신체 활동인 아이는 끊임없이 입과 몸을 움직인다. 한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고 둘 다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덕분에 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자기가 무얼 좋아하는지 찾을 수 있다. 엄마가 할 일은 그걸 하게 해 주면 된다.


아이의 남다른 에너지는 리더십으로 발휘된다. 여기서 리더십이라 함은 꼭 사람들을 이끌어서 뿐만이 아닌, 이목이 집중되는 중심인물이 된다는 뜻이다. 어디에 가도 어디에 내놔도 자연스레 이목이 집중된다. 강한 표현력은 신났을 때의 호들갑으로 변한다. 부모에게 매달리던 에너지는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강한 눈빛이 된다. 기가 있달까~? 문제아가 되거나 중심인물이 되거나... 그 중간은 없을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의 반응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하다. 가만히 쳐다보면 눈빛이 반짝반짝 열중하는 모습이 내 아이지만 너무 멋지다.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야 만족하는 아이다. 자기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며 즐겁게 살아갈 것이다. 주입식 교육의 세상은 가고 이제는 덕후가 성공하는 세상이란다. 4차 산업혁명의 리더가 될 거라는... 너무 앞서갔나? 뭐래도 좋다. 확실한 건, 매 순간 자신을 온전히 누리는 삶을 살 거라는 것이다.






아이는 가장 딱딱한 껍질 속에 자신의 소중한 꽃을 품고 있다. 그 단단하고 영원히 깨지지 않을 듯한 껍질을 소중히 다루자. 아이를 올곧이 사랑하자. 아이에게 적합한 물과 온도 햇빛을 맞춰주자. 해가 뜨는 걸 막을 수 없듯, 아이가 피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길고 긴 어둠을 지나 오랜 찬란함을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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