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도움을 받는다면 보통 사람들을 떠올리기 쉽다. 도우미를 고용할 수도 있고, 놀이 시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다못해 나는 방문 수업을 일부러 신청하기도 했다. 한 시간이라도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 마음이 아프다. 사실 엄마들은 정말 힘들 때마다 단 십 분만, 십 분만 잠시 쉴 수 있어도 사단이 나지 않는다. 근데 그럴 수 없어 힘든 것이다.
더욱이 난초 엄마에게 사람의 도움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아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우리 아이는 유달리 낯가림이 심했다.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계속 울고 보챘다. 차라리 집에 사람이 오지 않는 것이 도움이었다. 혹시 낯가림을 하지 않으면 그나마 낫지만 그래도 어렵다. 기질을 모르는 사람을 고용하면 부정적인 반응에 아이가 노출될 수 있다. 내가 고용했던 도우미는 대부분 아이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남기고 그만두었다. 여태껏 일하며 이런 애는 처음 보네요 라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뜻대로 안 되니 아기 탓을 했다. 난초 아기 육아에 사람은 참 어렵다.
물론 가족이 제대로 도와주면 금상첨화다. 육아 공동체가 있으면 좋다. 그보다 나을 것이 없다. 하지만 당연한 것이 가장 어려운 법. 우리 친정 엄마는 둘째 육아 도와주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셨다. 기껏 찾은 육아 모임에서는 상처 받기 일쑤였다. 남편은 남의 편이었다. 결국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다. 가만 보니 가장 많은 시간 아이가 노출되는 것은 '공간'이었다. 바로 우리 집. 멀리 돌아갈 필요 없었다. 먼저 공간의 도움을 받으면 됐다.
부모가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작게라도 공간 하나를 정해 취향껏 꾸며놓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두어도 좋다. 욱이 올라올 때 달려가 그곳에서 숨을 쉰다.
우리 남편은 둘째를 낳고 유달리 힘들어했다. 특히 둘째가 울 때. 자주 울기도 하지만 성량이 남다르게 컸다. 청각이 과민한 남편은 강박적으로 거실을 치웠다.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고민 끝에 방 하나를 내주었다. 남편은 그 공간을 컴퓨터, 게임기, 그리고 간이 소파로 꾸몄다. 이후 남편은 둘째에게 화를 거의 내지 않게 되었다. 부부싸움도 반 이상 줄었다. 주의를 주었더니 아이들도 '아빠 방' 이라며 그 공간에선 조심히 논다. 자연스럽게 배려를 배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공간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물론 육아가 힘들지 않으면 서로 부대껴도 상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계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그만의 공간은 꼭 필요하다.
사실 엄마야말로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우리 집은 작은 아파트라서 활용할 수 있는 방은 하나였다. 우리 남편이 가장 무너졌기에 큰 맘먹고 나 대신 남편에게 그 방을 내준 것이다. 큰 집이라면 가장 힘든 석돌까지 엄마 아빠 공간이 각각 있으면 좋을 테다. 아이들 재우고 나만의 공간에서 쉰다고 생각해보자. 그 공간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씨디, 애정 만화책, 예쁜 조명, 좋아하는 간식이 있다. 쓰기만 해도 몽글몽글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의 스트레스가 다 풀릴 듯하다. 꼭 방이 아니어도 괜찮다. 엄마껌딱지와 함께라면 사실상 낮에는 닫힌 공간에 있기 어렵다. 오픈 공간인 부엌이 될 수도, 거실 한 귀퉁이가 될 수도, 베란다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작은 베란다를 내 공간으로 삼았다. 그 공간에 가면 쌓인 게 내려간다.
나의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 상징적인 의미이기도 하다. 엄마 이전에 나는 이름 석자인 나 자신 그대로다. 공간을 정성껏 꾸미는 것으로 사랑 표현이 가능하다. 나는 여전히 변함없이 사랑받는다. 나 자신에게. 내 공간을 통해. 엄마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육아에 영향을 끼친다. 내 부족함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이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이 감각 적응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아이의 에너지를 공간에서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밖에 나가면 되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낮이나 밤이나, 생명력 넘치는 난초 아이를 위함이다.
5년째 열일하는 트렘폴린
내가 가장 추천하는 것은 트렘폴린을 거실에 놓는 것이다. 점프 운동은 평형감각에 자극을 줘 감각 과민을 낮추고 조절해준다. 오은영 박사도 <못 참는 부모 욱하는 아이>에서 아이의 감각이 민감하면 평형감각에 자극을 주라 말한다. 실제 감각통합치료에서도 트렘폴린 활동을 많이 한다. 아이도 너무나 좋아하니 이보다 더 적합할 수 없다. 거실에 놓으면 자리를 좀 차지하지만, 곱절의 효과가 있으니 감수하자. 우리 첫째도 둘째도 큰 도움을 받았다. 감각 민감 아이라면 트렘폴린을 잊지 말자.
출처: 파파스윙
방 문에 흔들 그네를 설치한다. 가정에서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그네가 있다. 이 역시 평형감각에 자극을 주는 것이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지 않는 아이라면 집에서 먼저 적응해 좋다. 자리 차지를 많이 하지 않아 더욱 좋다. 감각 발달이 한창인 아이는 타도 타도 질려하지 않는다. 트렘폴린처럼 수년 첫째 둘째 다 잘 활용하는 집이 많다.
출처: 지아지조짐. (욜님께 얻은 정보. 감사해요!)
기타 감각 운동을 위한 운동 기구를 집에 들일 수도 있다. 요즘은 좋은 것들이 정말 많다. 평형감각뿐 아닌 근육감각에 도움된다. 트렘폴린, 실내 그네를 포함한 이런 운동 기구들은 층간 소음 걱정도 없다.
아이가 컸다면 좀 더 발전할 수 있다. 청각이 과민하다면 청각 영역을 만들어 각종 악기, 씨디 플레이어, 피아노 키보드 등을 놓는다. 시각이 과민하다면 시각 영역을 만들어 색색의 각종 재료와 빛을 활용한 장난감을 놓는다. 이것은 단순한 예시다. 아이의 갈증을 채울 아이디어를 내보자. 수시로 아이가 감각을 사용해 적응하게 하자.
자연 공간을 만든다
엄마의 공간이자, 아이들이 자연을 접하는 공간. 한평 베란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아주 작은 베란다라도 있으면 좋다. 베란다가 없다면 거실 한 귀퉁이에 선반을 놓자. 불안과 스트레스를 크게 낮춘다는 연구결과다. 정서 발달에도 좋다. 자연이 가깝지 않은 환경이라면 더욱 중요하다. 미세먼지와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어려움에도 대응할 수 있다. 자연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건 다음 글에서 설명해 보겠다.
집을 활기차고 편안하게
해가 잘 들면 좋다. 특히 아침 햇빛은 불안도가 높은 부모와 아이들에게 효과가 좋다. 행복감을 올려주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형광등을 바꾼다. 형광등 빛에서는 아이가 쉬이 과민해진다. 눈에 피로를 주지 않는 등으로 바꾸자. 집에 물건은 조금 모자란 듯이 두자. 청소가 쉬워진다. 집중력이 높아진다. 어쩔 수 없이 많다면 정리를 잘 하는 것도 방법이다. 양보다 질로. 그리고 적절히 회전하자.
집은 가장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열 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집이 작아도 상관 없다. 난초 아기 키우며 사치인 청소는 대충 해도 된다. 한 번만 공들여 공간을 구성하면 영구적인 효과를 누린다. 작은 노력으로 많은 힘듦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도움이 필요한 난초 아이 육아다. 도움은커녕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잠시 내려놓고, 24시간 연중무휴 공간의 도움을 받자. 각자의 집이 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