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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언 Apr 18. 2020

까놓고 이야기하는, 예민한 아이 기관 보내기

보내기로 결정했다면 똑똑하게 이용하자

정말 오래오래 묵혀놓았던 이야기를 꺼낸다. 겪은 일도 많고 느낀 것도 많다. 부디 내 모든 감정, 경험, 아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 먼저 본론부터 이야기하겠다. 대부분의 경우 난초 아이 기관 보내지 않고 키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엄마가 너무 힘들다. 주변 도움받기도 어렵다. 좀 덜 힘들 방법은 분명 있다. 하지만 엄마가 확실히 잠깐 쉬려면 기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꼭 보내지 않아도 되는 케이스가 있다. 먼저 가족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엄마다. 남편이나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매일 잠깐이라도 아이를 돌봐주어 숨통이 트이는 경우다. 두 번째는 아이와 하루 종일 같이 놀아도 어떻게든 버틸 체력과 정신력의 노하우가 있다. 난초 아이라면 보통 껌딱지이기 때문에 이는 중요하다. 또한 아이에게 필요한 사회적 자극을 제공할 수 있다. 놀이터나 자연에 수시로 가고, 육아 전우들이 종종 함께다. 이 삼박자를 골고루 갖췄다면? 기관 굳이 보내지 않아도 다. 더 편안하게, 재능 키우며, 소중한 시간 쌓을 수 있다. 이렇게 육아한 노하우로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일을 시작할 수도 있다. 여러 마리 토끼를 잡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움 줄 사람이 없다. 아이와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정신이 이상해진다. 아이에게 필요한 사회적 자극 주기 너무 어렵다. 나 하나 챙기기도 바쁜데, 도움이 많이 필요한 아이를 혼자 챙기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리고 일하는 엄마라면 더욱 그렇다. 환경이 중요하단 이야기는 난초 아이뿐 아닌 부모에게도 해당된다. 환경 그까이꺼, 받쳐주지 않는다면 내가 만들자. 여러 방법 중 하나, 똑똑하게 기관을 선택하면 된다.


나는 오랫동안 가정보육을 했다. 일도 공부도 접고 그리하였다. 어렵게 아이를 가져 낳았고, 육아가 내 인생 가장 중요했다. 사실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고, 체력과 정신력 딸리고, 사교성도 부족했다. 하지만 육아에 몰입해 내 능력을 끌어올렸다. 아이도 엄마 곁이 가장 좋았는지 어떤 기관 상담을 받아도 극도로 거부했다. 결국 모든 걸 부딪혀 겪으며 방법을 찾았다. 아마 어릴 때 많은 역경을 겪어서 그리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어떻게 고비를 넘겨 살아남았다. 하마터면 노력하면 된다고 주변에 알릴 뻔했다. 그런데 둘째를 낳고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


아마 둘째가 민들레였다면 이야기가 좀 달랐을 것이다. 나는 둘째도 난초 아이였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람. 둘째를 낳고 나는 진짜 내 바닥을 보았다. 둘째를 한 시간 걸려 겨우 재우면, 첫째가 놀아달라고 징징대 유리 청각의 둘째를 깨웠다. 둘째 안고 첫째와 놀아주는 것도 한계였다. 매일 반복되니 내가 미치거나 아니면 아이가 미치거나 둘 중 하나였다. 헬렌 켈러의 설리번 선생 같던 내 이미지는 무너졌다. 내가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겨우 안정되었던 첫째가 둘째를 낳고 다시 불안정해졌다. 분리불안이 심해져, 기관에 보내지 않고 안정된 환경에서 보육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딱 한 사람만, 딱 한 사람만 도와줘도 이렇지 않을 텐데. 하다못해 둘째 낮잠 재울 때만이라도.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기관을 알아보았다. 이전 알아보았던 곳 중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아이를 보냈다. 가기 싫다고 엄마 바짓가랑이 붙잡고 우는 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가야 우리 가족이 살 수 있어." 나와 남편을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 무너진 어느 날이었다.


불안도가 높은 첫째는 가서 몇 번의 고비를 겪었다. 몇 번 불려가고 왕따도 해결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모두 했다. 아주 천천히 적응했다. 일찍 데리고 왔다. 선생님과 긴밀히 소통했다. 돈도 돈대로 썼다. 우는 둘째 안고 쫓아다니며 일부러 같은 반 엄마들과도 어울렸다. 아이는 결국 적응하였다. 발표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첫째가 정말 열심히 했다고 선생님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미술표현 상을 받았다. 이후 유치원으로 옮겨서도 잘 적응해 다니고 있다.



다 겪어보았기에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난초 아이를 키운다면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진 하자. 하지만 안될 땐 기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어느 쪽이 나은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데리고 있는 게 아이에게 더 이로운가, 아니면 기관에 맡기는 게 더 이로운가? 무엇이 아이에게 더 나은가?


보다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팩트들을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문가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 까놓고 이야기한다. 사실을 정확히 안다는 건 고통스럽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대안을 찾으면 된다. 그래서 알아야 한다. 나와 내 아이를 위해서.


기관에 가면 일대일 상호작용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어린아이들이 선생님과 일대일로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몇 분 안된다. 교사 대 원아 비율이 높을수록 더욱 시간은 짧아진다. 예를 들어 만 1세반 교사 한 명당 영아 수 4명 이상인 기관에서 평균 상호작용 지속시간은 116초로 2분이 채 되지 않는다(1). 기관에서 부정적인 또래 경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아이들은 자라서도 불안 증세를 보인다(2). 난초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 더욱 부정적으로 반응하기 쉽다. 이에 반해 민들레 아이들은 기관에 대한 부작용이 적거나 거의 없다. 물론 또래와 본격적인 상호작용이 시작되는 만 3~4세 이상의 아이들은 상황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선 항상 난초가 먼저 반응을 한다. 난초를 기관에 보내려면 철저한 조사와 탐색이 필요하다. 난초에게 맞는 기관을 선택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교사 대 원아 비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아이가 어릴수록 최대한 맞춰주는 곳이 좋다

교사의 질이 높은지 확인한다. 좋은 대우를 받는다면 훌륭한 교사가 많이 오래 근무할 것이다. 근속 기간이 이를 대변할 수 있다.

반의 인원수가 너무 많지 않을 것. 또한 공간이 너무 좁지 않아야 한다. 과자극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다.

기질을 잘 이해하는 선생님이나 원장님이 계시다. 꼭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상담받을 때 아이에게 반응과 대처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를 꼭 데리고 가 원에서의 반응을 보자.

햇빛이 잘 드는 원(반)이 좋다.

매일 잠깐이라도 야외 활동 시간이 필요하다.

작게라도 자연과 지속적인 연계가 있는지 살핀다. 시설물이 자연적이어도 플러스다.

낮잠을 재우지 않고 오전만 맡겨도, 혹은 컨디션 안 좋은 날 종종 빠져도 눈치 주지 않는 곳이 좋다.

원에 보내는 아이와 부모들을 보자. 사람 또한 환경이다.

아이가 부모와 활동하는 공간을 기관으로 쓰는 경우, 혹은 아이를 잘 아는 분이 운영하는 기관. 다니는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기관이 한 예다. 익숙한 공간과 사람이 있어 아이가 쉽게 안정한다.


이런 항목들을 기준으로 기관의 점수를 매겨보자. 백 프로 맞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어린이집이 이와 같으려면 아주 인기가 많은 곳일 것이다. 실제로 내가 뒤지고 뒤져 대기를 걸어놓은 몇 군데는 몇 년간 아예 연락이 오지 않았다. 놀이학교를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놀이학교라면 더 선택사항이 많아진다. 아이 취향에 맞는 곳을 찾아내기 쉽다. 또한 타협하더라도 짧은 시간 보내는 방법이 있다. 단점을 감안해도 확실하게 잠시 쉬어야 하는 경우 그렇다.


어린 난초에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낮잠이다. 낮잠 적응을 유달리 힘들어한다. 밤잠도 힘든데, 낮잠은 어떻겠나. 낮에는 감각 자극이 많아 쉽게 진정기 어렵다. 불안도가 높다면 어려움이 배가 된다. 낮잠이 힘들어 아예 등원을 거부는 난초 아이들이 많다. 낮잠을 일찍 떼기도 한다. 응한 것 같아도 나중에 커서 물어보면 낮잠이 가장 힘들었단다. 이 경우 아이의 불만이 등원거부로 드러날 것이다. 가능하면 낮잠을 재우지 않고 오전만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낮잠 안 재우고 데려오겠다면 싫어하는 원도 있단다. 입소 전 미리 물어보자. 또한 어린이집이 아닌 놀이학교는 낮잠을 재우지 않고 좀 더 일찍 끝난다. 치원을 일찍 가는 것도 방법이다. 드물게 너무 좋은 선생님을 만나 모든 것이 순탄하게 돌아가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자.


아이가 어른과 질적인 상호작용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염려한다면, 또래 관심이 생기면 그때 좀 더 시간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평균 만 3~4세가 되면 또래와 본격적인 상호작용이 시작된다. 이때는 오히려 보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초 아이의 발달은 다 다르다. 또래에 관심이 없다면 가능한 보내는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아직 또래에 관심이 없는 데다 혼자 놀지 못하는 아이라면, 적응한 것 같아도 사실상 버티다 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기관에 보낸다면 아이를 위해서가 아닌 엄마를 위해서다. 똑똑하게 충전한 후 하원한 아이와 질적인 간을 보내자.


난초 아이는 사회 기술을 가르칠 어른이 옆에 존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감각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듯 보인다. 불안도가 높아지면 사람에게 매달리는 아이들도 그렇다. 과도하게 혹은 부정적으로 반응해 또래와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대일 케어가 필요하다. 혹시 기관에 보내더라도 사회성을 거기에 다 의존하지 말자. 놀이터 등 부모가 직접 가르칠 기회를 꾸준히 갖는 것이 좋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라면 신의진 박사님의 조언이 도움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 같은 저서를 읽어보자. 읽어보면 첫째 경모가 어마어마한 난초 아이다. 좋은 돌보미를 여러 번 찾아가 부탁해 고용했다. 아이가 좀 큰 후 고르고 골라 좀 거리가 있어도 적합한 원 보냈다. 퇴근 후 집중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밤에 같이 잤다. 주말엔 올인해서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일을 그만두지 않고, 난초 아이도 잘 키웠다. 또한 <하루 세 시간 엄마 냄새> 책을 참고하자. 333의 법칙으로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단다. 하루 세 시간 집중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삼일 넘게 자리를 비우지 않으며, 석돌까지 그리한다는 것이다. 또한 직장맘이라면 공동육아도 괜찮다. 부모가 많이 개입해야 해서 힘들지만, 아이들에겐 천국이란다. 꼭 공식적인 공동육아가 아니더라도 부모가 나서 공동육아화 하는 방법도 있다.


현세대에는 기관을 중심으로 육아 공동체가 형성된다. 이왕 보내기로 결정했다면 현명하게 이용하자.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 선생님의 아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엄마들과 만나 아이들이 밖에서도 같이 놀게 하자. 아이들끼리 친해져 등원을 조금이라도 즐거워하게 된다.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기관을 그냥 잠시 버티다 오는 곳이 아닌, 우리 집의 연장선인 즐거운 곳으로 느끼게끔. 못하는 것은 인정하고 대안을 찾되,  할 수 있는 건 하자. 아이를 돕자.


이렇게 했음해도 택을 재고해야 할 경우는 다음과 같다. 아이가 자주 심하게 아파 신체 발달에 지장이 있다. 부정적인 상황에 아이가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정서 발달이 염려된다. 아이가 자다 발작할 정도의 스트레스 반응이 있다. 눈빛이 멍해지고 눈을 맞추지 않는다. 런 경우 기질 이해가 높은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아이의 반응을 살피고 말을 신중히 듣자.


이전의 육아 공동체가 사라졌다. 골목 육아, 놀이터 육아 등 품앗이는 사라진 지 오래다. 난초 아이를 키운다면 가정보육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안된다면 기관 선택과 활용에 공을 들이자. 내가 제시하는 방법은 아이가 어릴 수록 짧은 시간 이용, 놀이학교를 포함해 고려하는 신중한 선택, 그리고 공동육아다. 직장맘도 분명 방법이 있다. 수많은 선택에서 어느 쪽이 나은지 면밀히 비교해 결정을 내리자.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여전히 많지만, 필요하다면 일정 부분 도움을 받자. 엄마가 잠깐이나마 숨을 쉬게 될 것이다.






(1) 만 1세 반 자유놀이시간에서의 영아 - 교사 상호작용과 교사 민감성 분석. 이선희 이승연. 2011

(2) The Relations between infant Negative Reactivity. Alisa N Alma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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