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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과 윤석열 - 12•3 계엄 사태를 보면서

본인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단추만 튀어나가는 법이다

by 엄건용 변호사


백종원 회장이 "대화의 희열"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유희열씨가 유명인을 초대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백종원 회장은 여기서 사업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놓았다.



백종원 회장이 처음부터 식당만 한 것은 아니다. 초창기에는 쌈밥집과 인테리어 회사를 함께 운영했다.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한 것은 순전히 허영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백종원 회장은 요식업에 대한 사업 수완이 매우 뛰어났지만, 고객들에게 음식을 파는 것이 그리 "멋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허영심을 채우고자 인테리어 회사를 하나 세웠다. 그러나 인테리어에 대하여는 아는 것이 없었으므로, 수익이 영 나지 않았고, 결국 쌈밥집에서 번 돈으로 적자를 메웠다고 한다. 식당을 하면서 자존심이 상할 때면, 인테리어 회사를 통하여 자존감을 수혈한 것이다.



백종원은 늘 마음 속으로 '나는 식당할 사람은 아니다. 큰 사업을 할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1990년대에 "큰 사업"이란 건설과 무역을 의미하였다. 그러다 목조주택 붐이 일었고, 백종원 회장은 목조주택 자재를 수입하기 시작하였다. 돈이 벌리자 목조주택 건설까지 뛰어들었다. 드디어 선망하던 "건설업" 사업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내 IMF가 왔다. 빚이 17억원 정도 생겼다고 한다. 30년 전의 17억원이니, 지금으로 치면 50억원은 우습게 넘는 돈이다.



유희열씨는 백종원 회장이 건설업을 했을 때의 이야기를 듣더니 "남의 이야기 같다"고 했다. 왜 "남의 이야기"냐면, 건설업을 한 것은 백종원이면서 백종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생물학적으로야 건설업을 한 것도 인간 백종원이 맞다. 그러나 그 자아는 백종원 본인의 것이 아니었다. 백종원이 건설업을 한 것은 그 일이 재밌다거나 보람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정장입고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하는 모습이 '남이 보기에' 멋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건설업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아는 것 없이 시작한 사업이 성공할 리가 없다.



잘못된 의사결정 때문에 백종원은 큰 대가를 치뤘다. 다행히 본인의 길이 요식업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절치부심, 하나의 길에만 몰두한 결과, 그는 미슐랭 3스타 셰프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요식 사업가이자 누구나 인정하는 사업가가 되었다. 백종원은 요식업 외에는 전혀 다른 사업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심지어, 그의 유튜브 채널도 철저히 요식업 홍보 및 요식업 관련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아마 건설업을 했다가 크게 낭패를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련은 극복하기만 하면 사람을 더 날카롭게 만든다.



12•3 계엄 사태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서, 그가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동기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의심하게 된다.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는 것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었을까 싶다. 대통령이 되면 다들 박수를 쳐주고 멋있다고 하니까. 마치 남들이 그럴 듯하게 본다는 이유로 건설업에 뛰어드는 것처럼, 대통령이 되면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해주니까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닐까. 그러면,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거의 매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이는 흡사 사법시험을 막 끝낸 고시생이 매일 막걸리를 먹는 것과 같다. 그러나 대통령은 당선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자리다. 시험에 합격하면 거의 모든게 해결되는 고시생과는 완전히 다르다.



제 각기 가진 팔자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야 좋지만, 결과는 하늘이 주는 것이다. 억지로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 해봤자 단추만 튀어나갈 뿐이다. 요식업자라면 마땅히 웍질을 해야 하는 것이지, 목조주택을 짓겠다고 돌아다니면 아니되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길이 무엇인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다.



본인이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에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겠지만, 뒤돌아보니, 그에게 가장 큰 불운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인생사 새옹지마, 어떤 일이든 그리 크게 기뻐할 것도, 슬퍼할 것도 없다.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되, 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힘이 닿는만큼 열심히 할 뿐이다.





최근 손변호사님과 법무법인 세종 인근에서 함께 마셨던 19 crimes 와인. 올해 내가 마셨던 와인 중 가장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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