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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채권자목록에서 가족, 지인은 누락하고 싶다면

채권자목록 채권자 제외 가능성

by 엄건용 변호사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서 기재하지 아니한 채권>에 관하여도 <면책 결정>의 효력이 미칠까?

개인회생은 빚을 탕감받기 위해 하는 것이다.


3년 동안 변제계획을 성실히 수행하고 나면, 면책결정을 받을 수 있다. 면책결정에 따라 채무는 전부 탕감되는 것이 원칙이다(채무자회생법 제566조 본문).


그런데 예외적으로 탕감되지 않는 채무가 있다. 바로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이다.


개인회생을 신청할 때 채무자는 채권자들 명단을 목록에 쭉 적는다. 그러면 채권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채권 원리금의 비율에 따라 회생채무자의 변제금을 나누어 갖게 된다. 보통 3년 동안 원리금의 10~30% 정도를 변제받는다. 나머지 금액(70~90%)는 면책결정에 의하여 <소구력>을 상실한다. 말이 조금 어려운데, 채권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상대방에게 이행을 청구할 수는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고, 강학상으로는 <자연채권>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채무자 입장에서는 특정 채권자의 채권만은 <자연채권>이 아니라 일반적인 <채권>으로 남겨주고 싶은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본인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채권자의 채권만은 살려주고 싶을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왔던 삼촌, 이모 등이 그렇다.


그러한 경우 채권자목록에 그 채권자의 이름과 채권 금액을 올리지 않게 된다. 오늘은 그러한 행위가 유효한지, 혹시 형사처벌받을 행동은 아닌지에 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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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목록에서 "의도적으로" 특정 채권자를 제외하는 경우, 그 채권은 어떻게 되는가?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7호에서는,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의 경우에는 면책 결정의 효력을 받지 않는다고 정한다. 면책 결정의 효력을 받지 않으므로, 그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언제든지 그 채권 전액의 이행을 민사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으며, 승소하는 경우 채무자가 보유한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만일 위 규정이 없었다면, 채권자목록에 특정 채권자를 제외하는 것이 사법적으로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쟁점이 있었겠지만, 채무자회생법이 명문으로 그 유효함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채권자목록에 채권자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빼는 행위는 효력이 있다.


채무자회생법 제566조(면책의 효력)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 다만, 다음 각호의 청구권에 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

1. 조세

2. 벌금ㆍ과료ㆍ형사소송비용ㆍ추징금 및 과태료

3.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4.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

5.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ㆍ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6.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치금 및 신원보증금

7.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 다만, 채권자가 파산선고가 있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8. 채무자가 양육자 또는 부양의무자로서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




만일 채무자가 "실수로(과실로)" 특정 채권자의 이름을 채권자목록에서 뺀 경우는 어떠한가? 개인회생 실무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대법원은 "실수(과실)" 여부에 관계없이, 채무자가 그 채권자의 존재를 알았느냐, 몰랐느냐에 따라 면책의 효력을 인정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대법원 2010.10.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만일 채무자가 그 채권자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실수로 채권자목록에서 그 채권자를 뺐다고 하더라도 그 채권은 면책결정의 효력을 받지 않게 된다. 따라서 그 채권자는 언제든지 채권 전액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탕감이 안된다 !).


한편 채무자가 그 채권자의 존재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채권에는 면책 결정의 효력이 미친다. 따라서, 그 채권자가 채권 전액의 이행을 청구한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면책 결정을 증거로 제출하면 청구는 기각된다(탕감이 된다!).




판례 원문은 아래와 같다.


대법원 2010.10.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사해행위취소】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에서 말하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이라고 함은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므로,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더라도 위 법조항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이를 기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법조항에서 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을 면책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자가 있을 경우 그 채권자로서는 면책절차 내에서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 등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위 법 제564조에서 정한 면책불허가사유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없이 면책이 허가, 확정되면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할 책임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위와 같은 절차 참여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불이익을 받게 되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실과 맞지 아니하는 채권자목록의 작성에 관한 채무자의 악의 여부는 위에서 본 위 법 제566조 제7호의 규정 취지를 충분히 감안하여, 누락된 채권의 내역과 채무자와의 견련성, 그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누락의 경위에 관한 채무자의 소명과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단순히 채무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면책불허가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점만을 들어 채무자의 선의를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





위 내용을 오해해서, "채권자 목록에서 채권자를 빠뜨리고, 나중에 몰랐다고 하면 탕감받을 수 있겠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은행/카드회사 등 금융회사들의 채권을 누락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왜냐하면 원리금 연체가 시작되면 즉시 빚 독촉이 시작된다). 만일, 금융회사를 상대로 "당신들의 채권이 존재하는지 몰랐다"고 한다면, 과거에 발송한 문자메시지, 내용증명을 증거로 내밀 것이다.


또한 채무자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린 경우, 그 지인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경우는 잘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채무자가 사금융(사채)을 사용한 경우에는 대게 그 채권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채권자목록에 어느 채권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면, 대게 그 채권자에 대하여는 탕감을 받기가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드물게, 채무자 본인도 모르게 자기 명의 앞으로 빚이 쌓인 경우가 종종 있다(가족이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하면서 특정 1인의 이름으로 빚을 잔뜩 빌리는 경우).


그러한 경우에는 개인회생을 신청하기 전에 본인 이름으로 된 빚이 얼마인지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해놓고, 그 노력에 대한 증빙을 남겨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갑자기 채권자라고 등장하는 경우에도 면책결정을 활용해서 방어할 수가 있다. 이에 관하여는 정밀한 법률의견이 제공되어야 하니 반드시 도산 전문 변호사와 상의하여야 한다.



한편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채무자가 채권자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를, 그 채권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증명책임은 소송 전략 관점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2012헌가22, 2014. 6. 26.]

심판대상조항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로 하여금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되도록 하는 원칙에 대한 예외로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을 면책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채무자의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을 면책에 따른 채무면제에 대한 예외를 주장하는 당사자인 채권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에서 말하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이라 함은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채권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므로,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더라도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과실로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법조항에서 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76500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파산절차에서 배당되지 아니한 잔여 채권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책임을 면제하여 채무자에게 경제적 재기와 갱생의 기회를 부여하면서도,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자의 경우 면책절차 내에서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 등을 신청할 기회가 박탈되고, 면책이 허가, 확정되면 채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불이익을 받는 점을 고려하여,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에 대해서는 면책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파산채권자를 보호하고 있다.





형사처벌 받는 것은 아닌가?


채무자가 채무의 부담을 허위로 증가시키는 행위는 사기회생죄에 해당하지만(채무자회생법 제643조 제1항 제2호), 특정 채권자를 채권자목록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하는 것은 채무의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므로 위 처벌 규정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한편, 그 채권자를 기망한 사기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채권자와 채무자가 합의하여 채권자목록에서 채권자를 빠뜨렸다면 기망행위가 없으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채권자목록에서 그 채권자를 빠뜨린 경우라면 이론상 사기죄 성립이 가능할 것이나(왜냐하면, 3년의 변제기간 동안 그 채권자는 채권을 변제받지 못하므로,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사기죄로 고소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왜냐하면, 채권자들은 10~30%를 변제받느니, 나중에 100%를 변제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채권자목록에서 제외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실무상 고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개인회생 절차에서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가?


채권자목록에서 특정 채권을 고의로 제외한 경우,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 기각사유가 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595조 제2항).


그런데 사금융, 사채권의 경우 부채증명서 등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바, 실무적으로는, 그 채권자가 법원에 서면을 제출하지 않는 한,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를 목록에서 제외했다는 것을 알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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