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엄마. 어머니.
사람이 살면서 가지는 가장 어렵고 힘든 직업이 아닐까 싶다.
아빠랑 아버지도 있는데, 같은 부모인데, 우리는 뭐 쉬운 줄 아냐고? 사실 그들도 힘들긴 하다. 하지만, 엄마랑 어머니만큼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많이 변하고, 남편들도 예전 우리 아버지들 때보다 가사와 육아를 많이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부분이 여자들, 엄마들의 몫이고 책임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맞벌이 생활을 하면서 남편이 자상하고 육아와 집안일을 많이 도와준다고 해도 매일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도 나, 아이가 아플 때 휴가를 내는 사람도 나, 어린이집이나 이모님께서 아이를 돌보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연락을 하는 사람도 나, 주말에 남편이 청소와 빨래를 하기는 해도 매번 끼니 걱정을 하며 가족들에게 밥을 차려주는 사람도 나였다.
주말부부를 하면서 워킹맘 생활을 할 때에도 나는 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회사를 다니고 남편은 시댁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회사를 다녀도 내가 아이를 챙기며 회사를 다녀야 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이유로, 함께 돈을 벌어도 그래도 밥은 여자가 해야지,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 라는 주변의 생각과 말들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보면 나도 그런 사고방식에 갇혀서 내가 힘들고 불평등하다고 느껴도 감내하며 해왔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비록 나는 워킹맘의 삶을 살고 있지만, 나를 포함 대부분의 워킹맘들이 전업맘 밑에서 커왔고, 그래서 우리의 엄마들이 해왔던 가정에서의 역할을 당연하게 하면서 추가적으로 아빠들이 하던 경제활동까지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자들 엄마들 입장에서는 참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남편들은 어떨까? 남편들은 분명 우리 아버지들보다 가사와 육아에 참여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편들은 그 일들을 여자들처럼 본인들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남편들 역시 워킹맘들처럼 아빠 혼자 외벌이에 전업맘 가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남편들은 자신의 아빠들이 회사를 다니며 밥을 차리고, 자식을 챙기는 것을 보면서 크지 못했다. 그런 것은 엄마가 아플 때나 어디 여행을 갔을 때 아주 가끔 볼 수 있는 낯선 풍경이었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경제활동을 하면서 가사와 육아를 하는데도 가정에서는 그 업무가 공평하게 분담되어 있지 못하고, 사회적, 제도적으로도 지원이 잘 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결과 여자만, 엄마만, 워킹맘만 이렇게 힘든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결혼하고 애를 낳고, 워킹맘으로 살기 전까지 내가 여자였던 적이 억울하다거나 싫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내가 살면서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이유로 간혹 차별을 받거나, 남자는 해도 되고, 여자가 하면 이상하게 보는 즉 사회적 편견이나 인식 가령 길거리에서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담배를 펴도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들이 다른 경우를 접하기는 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나에게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들만큼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대신 나름 여자였기 때문에 남자와는 다른 편한 점들이 또 있었다. 게다가 나도 어떻게 보면 그런 사회적 문화적인 것에 길들여져 있었던 탓인지 “아니 여자가 그래도 되는 거야?”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손가락질할 만한 행동들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로 살면서 특별히 기분이 상했던 적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껏 여자라는 것에 큰 불만을 가지지 않고 잘 살아왔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여자와 남자, 엄마와 아빠의 역할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달랐고, 그 차이 또한 컸다.
엄마인 내가 집안일을 신경 쓰고, 아이들을 챙기는 만큼 아빠인 남편은 그만큼 하지 않았고, 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점들 때문에 항상 몇 배로 힘이 들었고 짜증도 났으며, 남편과 심하게 다투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몸이 힘드니 기분이 나쁠 때도 많았고, 그래서 나는 지금도 여전히 가끔씩 이런 현실들이 불만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엄마의 희생으로 이렇게 자라서 살고 있듯이 나도 나의 가족들, 남편과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주어야 했던 것이다.
아빠인 남편이 대신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물론 간혹 그런 집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사실은 몇 번씩 내가 아닌 남편이 내가 집에서 하고 있는 역할들을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었다.
남편이 나 대신 매끼 밥을 하고, 아이들을 챙기고, 육아휴직도 하고, 그래서 어쩌면 인사나 승진 때 불리할 지도 모른다. 나는 남편, 다른 아빠들처럼 가끔 여유가 생길 때만 집안일을 거들고, 아이들을 챙기고 대부분 회사일과 나의 자기계발에 힘쓴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것, 이런 생활이 나는 별로 감이 오지가 않는다.
솔직히 이것저것 집안일과 아이들에게 신경도 덜 쓰고, 내 것 위주로 챙기며 살면 확실히 좀 더 여유롭고 편할 것 같기는 한데, 왠지 모르게 내 삶이 허하고, 뭔가 텅 빈 것 같고, 생각만큼 아주 행복할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내가 지금 집에서 하고 있는 역할들을 남편이 대신하느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눈치를 받고, 지장을 받는다면 나는 그것도 너무 마음이 불편하고, 남편이 안쓰러울 것만 같다. 또한 아이들도 엄마인 내가 챙겨주는 것만큼이나 아빠인 남편이 세세하게 다 잘 챙겨줄 수도 없을 것이고, 아이 친구들 엄마들과의 교류 역시 남편이 나보다는 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아이에 관한 여러 가지 소식이나 정보에도 늦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자로서 엄마로서의 삶이 때로는 힘들고 버겁더라도, 나와 남편 중에 누군가가 가사과 육아를 위해 한 명이 희생을 하고,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면, 엄마인 내가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가 나를, 또 우리 외할머니가 나의 엄마를,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사랑과 희생으로 키우셨듯이 나도 그렇게 나의 남편과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신이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기에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드셨다.”라는 말이 있는가 보다.
신.
오직 사랑과 희생으로 상대를 대하며 때로는 자신이 아프고, 힘들지라도 누구를 탓하지도 불평도 불만도 하지 않는 그런 신.
엄마와 어머니가 이 세상 모든 가족들에게는 바로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만약 엄마와 어머니라면 당신은 진정 위대한 존재인 것입니다. 당신으로 인해 가족들 모두 몸과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고, 웃고 행복하기도 하고, 꿈을 꿀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 엄마 노릇한다고 비록 힘이 들고, 지치고, 불공평하다고 느껴지고, 억울할 때가 많더라도 우리를 가장 필요로 하고, 사랑해 주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잘 버티고, 지내봅시다.
그래도 엄마인 나 하나의 희생으로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우리에게 큰 행복이고, 기쁨이지 않을까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다니, 나도 이제 진짜 엄마가 되어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