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내가 워킹맘 생활을 할 당시 가장 몸이 아프고, 마음도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회사에 며칠 휴가를 내고 쉬게 되었고, 그때 나는 우연히 일본 작가인 마스다 미리의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라는 제목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오는데, 그중 한 명의 이야기가 그 당시 나와 비슷해서 나는 이를 통해 나 자신과 나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여기에서 잠깐 글의 전개를 돕기 위해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의 일부를 간략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미나코는 매일 집에서 살림을 하며 남편과 아이를 챙기고 사는 평범한 40대 전업주부이다. 그녀가 하루는 아픈 엄마가 계시는 병원을 찾아가는데, 마침 그녀의 엄마께서 그녀에게 그녀의 생일이라고 축하한다며 돈을 건넨다. 그녀는 처음에는 엄마가 주시는 돈을 거절했지만, 엄마의 부탁과 성화에 못 이겨 결국 돈을 받아 들고는 병원을 나오게 된다. 그녀는 병원을 나와 가장 먼저 백화점 옷 매장에 가서 옷을 골라본다. 비록 옷은 많았지만 그녀는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사지 못했고, 또한 지금 당장 갖고 싶은 옷도 없고, 사도 외출할 일이 없다는 생각에 끝내 사지 않고 나와 버린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백화점에서 나와 집으로 가면서 문득 자신이 가고 싶은 곳도 없고, 원하는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원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행복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비록 그녀는 전업주부이고 난 워킹맘이었지만, 그 부분만큼은 나도 공감이 되었다. 나도 언젠가부터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이렇게 된 데에는 분명 결혼 전과 후가 달랐고, 아기를 낳고 나서 더 달라졌다.
나는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내가 가진 돈, 시간, 체력 등 많은 것들을 아끼며 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자식을 낳고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나는 나 이외에도 내가 신경 쓰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이 생겨버렸기 때문이었다.
우선 나는 집에 들어가는 월세며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 등으로 인해 돈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아끼며 살아야 했다. 또한 나는 회사일과 가사, 육아를 함께 병행하는 워킹맘이었기에 내가 쓸 수 있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도 골고루 잘 나누어 써야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어떤 것도 쉽게 욕심낼 수가 없었다. 내가 나에게 주어진 돈과 시간과 체력을 내 마음대로 써버리면 그만큼 나의 가족들에게 돌아갈 몫이 적어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모습은 나의 다른 회사 동료 워킹맘들과도 비슷했다. 그들 역시 회사를 다니고 돈을 벌어도 늘 자기 것은 잘 사지 않았고, 무엇을 배우지도 친구들도 만나지도 않았으며, 그저 회사와 집만을 오가며 일을 하고, 집과 아이들만 챙기며 살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이런 부분에 대해 늘 같은 대화를 하고는 했다.
“요즘 뭐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일하고 애 키우면서 사는 거지. 이렇게 사는 게 인생 인가 봐.”
나는 나의 동료 워킹맘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씁쓸했지만, ‘그래 나만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위안을 얻기도 하고, ‘내가 맞게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안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던 중에 나는 우연히 읽은 책 한 권을 통해 현재 나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있는 40대 전업주부 미나코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그녀도 그녀의 삶도 참 재미없게 느껴졌고, 또한 그녀가 생각했던 원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 다 가져서 행복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원하고 바라는 것이 없기에 진정 행복한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그녀가 그러니 나도 나의 삶도 그렇겠다 싶었다. 하긴 나도 하루 종일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열심히 일을 하고 사는데도 별로 신이 나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일을 하고 돈을 벌어도 나에게 당장 돌아오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가 지금 이것을 하게 되면 나중에 다른 것을 할 때 돈을 쓰고, 무언가를 하는 데에 지장이 되겠지 라는 생각에, 그리고 무엇이든지 그때 잠깐 만족할 뿐 그 기분이 오래가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에 그냥 이번에는 하지 말자하고 지나가 버리고 했던 것이 매번 그렇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나는 당연히 회사를 다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늘 의욕상실 상태였던 것이다. 이것은 마치 말이 계속 달리고는 있는데, 채찍만 맞고, 대신 당근은 주어지지 않아 힘이 나지 않는 상태로 억지로 달리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그런데 이런 나와 정반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내 주변에 있었다. 바로 나의 엄마였다. 우리 엄마는 돈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시간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바쁠 때나 바쁘지 않을 때나 자신이 갖고 싶어 하고, 하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을 하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물론 그 정도와 횟수와, 종류가 조금 달라질 수는 있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엄마는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은 하고 살았다.
그래서인지 우리 엄마는 항상 즐겁고 에너지가 넘쳤으며, 앞으로도 본인은 하고 싶고, 갖고 싶고, 가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고 한다. 아직 40도 안 된 딸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할 생각도 없는데, 60이 넘은 엄마는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하니 참 희한하고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 엄마는 그 어떠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도 본인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놓지 않고 살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엄마는 이미 그렇게 생활하는 습관이 자신에게 배어있는 것이었고, 나는 그 반대로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자제하고, 하지 않는 생활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과 마음이 쉽사리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처럼 나는 성인이 되어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챙길 것이 많다 보니 그다지 별로 하고 싶지 않고, 갖고 싶지 않고, 가고 싶지 않고,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인 줄 알았었는데, 나의 엄마를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즉 사람들이 자신의 나이, 상황과 처지를 떠나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가 계속해서 생기고, 그것들을 하면서 지내는 것도 다 자신이 노력하고 습관 들이기 나름이었던 것이다.
하긴 어차피 나도 평생 돈을 벌고 살 것인데, 5만 원짜리 옷 하나 산다고, 10만 원짜리 인터넷 강의 하나 듣는다고, 해외여행 못 가는 대신에 국내 호텔에 가서 1박을 한다고, 나중에 집 하나를 마련하지 못할 것도 아니고, 우리 아이들 공부를 못 시킬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미리부터 겁을 먹고 몸을 사리며 아등바등 살았던 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나도 싶은 것들을 좀 하면서 살고 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싼 거라도 내가 갖고 싶어 하는 물건들을 사기도 하고, 가족들과 덜컥 계획하지 않은 여행을 가기도 하고, 또 아이들을 챙기기만도 부족한 나의 시간과 체력을 써가며 이렇게 틈틈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나는 물론 예전보다는 돈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아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좀 더 하고 산다고 시간도 쪼들리고 몸도 피곤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살맛 난다.
내가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것들을 귀찮고, 피곤하다고, 돈이 든다고 자꾸 피하고 안 해버리고 살았더니, 그만큼 내 인생의 즐거움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사람이 원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었고, 희망이 없다는 것은 즐거움의 결과가 올 일도 기대할 일도 없다는 것이었다.
한 달에 배우고 싶은 거 하나 배운다고 몇 만 원짜리 티를 하나 산다고, 짧게는 몰라도 길게 보면 나에게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작은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뭐 차를 살 때 중형차 대신에 소형차로 사야 하면 또 어떤가? 내가 계속해서 무언가를 원하며 그것을 하면서 즐겁게 살았는데, 이렇게 아이 같은 반짝거리는 눈과 설레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그 어떤 상황과 핑계로 내 욕구를 잠재우지 않고 적당히 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려고 한다.
이 세상에서 단 한 번뿐인 나의 소중한 인생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