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나도 내년이면 벌써 마흔이 된다. 나는 내가 마흔 살이 될 지도, 또 이렇게 빨리 될지도 몰랐다.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회사를 다니며 결혼을 해서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 같은데, 사실 지금까지의 나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참 더딜 때는 더디었고,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나는 공부를 잘하지도, 예쁘지도,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지극한 평범한 아이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운 좋게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게 되었고, 그런데 대학 졸업 후에는 취직이 잘 되지 않아 백화점 세일즈, 공무원 수험생활을 거쳐 현재의 회사에 비정규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3년간의 비정규직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정규직이 되었고, 새로 발령이 나서 가게 된 부서에서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나는 남편이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아이도 낳으면 잘 봐줄 거라고 생각해서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기술직이라 1년 내내 출장을 다녀 얼굴을 보지 못할 때도 많았고, 그런데 그것마저도 남편이 지방으로 인사발령이 나는 바람에 지금까지 결혼생활 중 절반 정도를 주말부부로 지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나는 결혼 후 첫째 아이는 바로 생겼지만, 둘째 아이는 쉽게 생기지를 않아 2년 넘게 몸 고생 마음고생 하며 어렵게 가져서 낳게 되었다.
나는 지금 비록 두 아이를 키우는 문제로 육아휴직을 하고 있으나 내년이 되면 다시 워킹맘으로 돌아가서 아마 더 바쁘고 힘들어질 것이다.
이처럼 쉽지 않은 인생이었다. 내가 오늘은 나로 살게 되기까지 회사를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기까지 나는 나름대로 힘든 시간들을 보냈고, 어려운 과정들을 거쳤다.
그래도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나의 인생에 있어서 힘들고 어려웠던 것이 결혼 전과 후, 그리고 자식을 낳기 전과 후가 많이 다르고, 정도의 차이도 크다는 것이었다.
내가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기 전까지는 나는 학교를 다닐 때나 회사를 다닐 때 힘들면 그냥 나 하나만 힘들면 되었고,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남편과 한 가정의 가장과 부모의 역할을 나누어서 함께 하다 보니 나는 회사일도 집안일도 육아도 다 책임감을 가지고 의무적으로 해야 했다. 그래서 그중 어느 것 하나도 대충 하거나 허투루 할 수도 없었고, 하기 싫어도 해야 했으며, 그만두고 싶어도 계속해야만 했다.
이렇게 내가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어, 사회인이 되고, 가장이 되고, 엄마가 되어 보니 나는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 속에서 많은 상황을 겪으며 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예전보다는 사람이나 상황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심하게 상처를 받거나 기분이 상하거나 그래서 순간 나를 잃어버릴 때도 많았다.
가령 남편과 심하게 싸운다거나 시댁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아이들 때문에 속이 상한다거나 혹은 회사에서나 집에서 힘든 문제가 생긴다거나 하면 나는 그 사람과 상황, 문제에 빠져서 한동안 기분이 풀리지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챙기고 해야 할 일들은 또 계속해서 해야 하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없었다. 나 대신에 나를 화나게 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 상황들과 문제들만 있었지 정작 나는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나와 내 인생에 있어서 주인은 나이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도 바로 나였는데 말이다.
그럼 안 되는 것이었고, 맞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나 자신과 인생을 잃지 않기 위해,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아끼기 위해 몇 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첫째는 나는 나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 사람들과 상황들, 문제들 속에 나를 너무 오래 두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내가 누군가에게 혹은 상황과 문제들에게 빠져서 지내게 된다면 그만큼 나와 나의 시간, 인생을 그들에게 내어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나를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내 인생도 짧고, 나도 다른 이와 다른 것들에게 나 자신을 뺏겨버리기에는 너무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네가 뭔데, 대체 문제가 뭔데 네가 나와 나의 소중한 시간, 인생을 뺏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한 번씩 나를 힘들게 하고 옭아매고 있는 존재와 상황들로부터 이렇게 생각하면서 벗어나고는 한다.
그다음 둘째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내가 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그 이유는 내가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많은 문제들을 겪어보니 내 능력을 벗어나 나의 노력으로도 안 되는 일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나의 신경과 에너지를 쏟으며 되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괜히 나만 힘들어지고, 내 감정만 상하고, 기운만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내가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도 적당히 포기하고, 미련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나와 맞는 사람만 만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만 하면서 살기에도 한없이 짧고 아쉬운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나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 시간만큼은 회사와 가족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거나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보낸다. 이렇게 내가 어느 정도 나와 회사, 가족을 분리하지 않으면, 나는 간혹 답답하고, 지치고, 힘들어지고는 했다. 왜냐하면 회사, 가족 모두 다 내가 바라고 원하던 것들이었고, 그래서 힘들게 얻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그들이 나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회사에게 나와 내 삶이 송두리째 집어삼켜 먹혀버릴 때가 많았다.
이것 역시 내가 나를 잃고 내 삶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내가 워킹맘이 되고 회사와 가족을 다 챙기고 살다 보니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이 결코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었다. 내가 회사와 가족들에게 내 마음 가는 대로, 능력이 닿는 대로 나를 다 써버리게 되면 나도 금방 지쳐버리고, 그렇게 되면 나는 나 자신도, 그들도 챙기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즉 내가 가족과 회사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나보다 그들을 더 챙기고 사랑하게 되면 결국엔 내가 없어져서 정작 그들을 챙길 사람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내가 있어야 가족도 있고, 회사도 있고,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약 내가 아프고, 힘들다면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이 생명력을 잃고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상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족들과 회사를 아무리 사랑해도, 그리고 그들을 챙기느라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나는 나를 그들로부터 적당히 떼어놓고 나를 먼저 챙기고, 더 많이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배려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어떤 대상과 존재들로부터도 사랑을 받고, 소중히 여겨질 수가 없었다.
나는 자식도 소중하고, 남편도 소중하고, 회사도 소중하다.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내가 가장 소중하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