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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Apr 10. 2021

[회사] 회사는 능력에 따라 인정과 보상을 주는 곳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회사는 존재감만 주는 것이 아니다. 성취감도 준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것 때문이다. 나는 솔직히 돈을 벌려고 회사를 다닌다.


그래서 나도 사람인지라 내 주변에 결혼해서는 돈 걱정 안 하고 집에서 여유롭게 살림하고 아이 키우며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나에게도 한 때는 그런 결혼생활을 할 것이라고 꿈꾸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비록 지금 나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지만 말이다.



내가 워킹맘으로 정신없이 생활에 쫓기며 살다가 문득 그런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면, 열등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고 있는 나 자신이 불쌍하기도 하다. 


암튼 내가 결혼하고 지금까지 워킹맘으로 바쁘게 살아오면서 그들의 여유로운 삶이 부러울 때도 많았지만, 내가 정말 그렇게 살 수 없기 때문에 부러운 것일까?라고 한 번은 나 스스로 질문해보았다.


만약 나에게 많은 돈을 주고,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만 키우며 살라고 한다면 아 잠시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지만, 난 못할 것 같다.


아니 사실 얼마 전까지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매주 로또를 사기도 했었고 그 결과 그냥 내 돈만 날렸다.


내가 로또가 되었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아마 이 글도 안 쓰고 있었겠지.


내가 그렇게 못할 것 같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난 그 사람들처럼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 키우면서 남는 시간을 잘 보낼 자신이 없다. 


그 사람들을 보면 그 시간 동안 운동도 하고, 카페에 가서 혼자 커피도 마시고, 백화점에 가서 쇼핑도 하던데 나는 그렇게 돈과 시간을 편하게 즐기며 쓰는 삶이 불편하고 어색하다.



부와 시간의 가짐도 그로 인해 생겨나는 여유로움도 익숙한 사람들에게나 가능하고 어울리는 것이지 나는 대학교 때부터 적은 돈이라도 벌기 위해 끊임없이 알바를 했고, 그래서인지 물질적인 창출을 하는 생활에 길들여져 있었다. 


물론 전업주부도 살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등 무형적인 것들을 창출하고 또 다른 많은 것들을 추구하고 챙기며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말한 물질적인 창출은 돈을 버는 경제활동이기 때문에 그것과는 좀 다르다.


즉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은 목적과 방식이 이미 달라져 있어서 난 그들이 가끔 부럽고 동경을 한 나머지 그 생활을 잠시는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계속은 못할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계속해서 돈맛을 봐서 그런가? 나는 그런 생활, 그런 방식으로 내 삶을 다 채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나도 모르게 유무형적인 성취감에도 중독되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회사는 나의 능력만큼 인정과 보상을 해준다. 


“박 대리 오늘 잘했어! 정말 고생 많았고, 최고였어!”라는 칭찬 한 마디가 바로 돈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인정은 물질적 보상 그 이상의 기쁨을 나에게 준다. 


그리고 회사는 나에게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내가 그 기회를 잡아서 넘게 되면 또 제공해 준다.


마치 장애물을 넘고 또 넘어가는 허들 경기처럼 말이다. 아슬아슬하게 넘든 걸쳐서 넘어뜨리고 가든 계속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결국엔 다 넘게 된다.

그리고 행여나 인정을 못 받더라도 매달 내가 일한 만큼의 고정적인 돈은 받는다. 회사에서 내가 그 정도의 돈을 주고 쓸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난 월 300은 버는 사람이구나. 내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물질적 가치가 300만 원은 되는구나.’라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만약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만 키운다면 이런 것이다.


내가 오늘 모처럼 큰 맘먹고 그릇 정리를 했다고 하자. 신랑과 아이는 내가 말해주지 전까지 잘 알지도 못한다.


신랑이 퇴근하고 와서 내가 정리한 그릇들을 보며 


“당신이 오늘 한 그릇 정리는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최고야. 어쩜 이렇게 그릇들이 반짝반짝 윤이 나고 줄도 잘 맞춰져 있는 거지?”라고 하면서 그 자리에서 인정을 해주거나 혹은 그릇 개당 얼마 해서 돈을 쳐서 주지도 않는다.


아이가 다른 때에 비해서 시험을 잘 봤어도, 당신이 열심히 아이를 챙겨서 그런 것이라고 하면서 오른 시험 성적만큼 성과급을 챙겨주지도 않는다.

집안일과 육아는 해도 잘 드러나지도 않고, 그에 따른 매달 경제적인 보상과 많이 하거나 잘했을 때의 추가적인 보상도 없다.


그래서 나 혼자만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매번 생색을 내기도 애매하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보상이 없으니 할 때마다 의욕도 잘 안 생기고, 하고 나서도 괜히 허탈해지기 일쑤다.


정말 집안일은 해도 그만 안 하면 엉망이라고, 청소 일주일에 한 번과 두 번은 눈으로 보기에 아주 미묘한 차이다.


이처럼 집에서 하는 일은 회사에서 하는 일만큼 하고 나서 성취감을 잘 느끼기가 힘들다. 겉으로 잘 보이지도 않고, 인정과 보상도 잘 주어지지 않기에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지 않으면 맥 빠지는 순간이 계속될 수가 있다.


그래서 힘들고 바쁘고 그만두고 싶어도 나는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회사에서 일하고 경험하는 그 성취감의 짜릿함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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