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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May 01. 2021

[가정] 그래도 가정은 언제나 1순위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그래도 언제나 가정은 내게 1순위‘라고 나는 항상 마음속으로 되뇌고, 다짐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다른 주부들에 비해서 별로 가정적인 편이 아니다. 솔직히 칼퇴하고 집에 가서 애를 보는 것보다 일하고, 회식하고,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고 놀 때가 더 좋을 때가 많다.


“아니! 어떻게 자식 있는 아녀자가 그럴 수가 있어!”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해야 하나? 


“그게 제가 원래 태어날 때는 가정주부도 아니었고, 애 엄마도 아니었어가지고요. 결혼하고, 애를 낳았다고 해서 몸속의 세포가 변해진 것도 아니고, 뇌도 하나, 피 색깔도 여전히 빨갛거든요.”


에잇 변명이 될까 모르겠다.


그럼 변명거리 하나 더 추가하지 뭐. 제가 둘째입니다.


"그게 뭐? 어떻다고 둘째가!"


나를 포함 주변의 둘째들을 보면 공통적인 습성들이 있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께서 지인들에게 자주 하시던 말씀


"우리 둘째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 그래도 친구는 무지 많아요. “


솔직히 하나는 틀렸고, 하나는 맞았다. 머리는 좋지 않았고, 친구는 많았다.


난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가족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런 성향이 생겨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의 부모에게는 나 아닌 자식이 이미 있었고, 나는 부모+이미 자식이라는 가족구조에 편입되는 존재였다.


그렇게 나는 처음부터 첫째라는 절대적 존재를 받아들여야 했고, 부모로부터 관심도 나누어 가져야만 했다.


그래서 부모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나에게만 온전히 관심을 줄 수 있는 대상을 찾았을 것이고, 그 대상이 아마도 친구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비단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첫째보다 둘째가 가족과의 유대감이 떨어지고, 밖에서 친구들과 시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은 대부분의 둘째가 그렇다.


부모가 첫째와 둘째를 구분 지어 대하지 않고, 애정을 다르게 주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이것 또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의 먼저 존재함


둘째가 태어나서 모빌 보면서 초점 맞추고 있을 때, 대개 첫째는 부모와 눈을 맞추며 대화를 하고 있다.


둘째가 유모차 타고 다닐 때 첫째는 부모와 함께 이야기하며 걷고 있고, 둘째가 이유식 질질 흘리며 먹고 있을 때 첫째는 부모와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아주 간발의 차이더라도,


첫째가 둘째보다 먼저 태어나서 성장하고 부모와 이미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있기에 둘째는 부모로부터 귀여움은 독차지할지 몰라도 주목은 덜 받을 수밖에 없다.


부모가 첫째와 시행착오 겪을 거 다 겪고, 경험해본 거니까 둘째에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 처음에야 온갖 공식 다 넣어가 보며 이리 풀었다 저리 풀었다 하지 두 번째부터는 요령이 생겨서 '수루 룩' 푸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둘째는 처음부터 첫째가 존재했기에 부모로부터 관심도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었고, 비록 둘째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것들 일지라도 부모에게는 재탕 삼탕이기 때문에 주목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 갑자기 순간 내가 짠해지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괜찮다. 그래도 보면 둘째가 친구는 한 트럭이다.


그래서 그렇게 난 어릴 때부터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밖에서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했다.


그러니 결혼해서도 집에서 가족들 하고만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나에겐 종종 갑갑할 때가 있었다.


가족들이 결코 싫어서가 아니라 30년 넘게 밖에서 야생 생활을 하던 습성 때문이다.


언젠가 남편이 나에게 그랬다.


"당신 연애할 때는 안 그러더니."


그건 당연하다. 연애할 때는 남편이 나에게 바깥세상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혼하고 나서 내가 처음보다는 많이 가정적이 되어간다.


그리고 조금씩 가족들과 어울리는 재미가 쏠쏠해진다.


솔직히 지금에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나는 결혼하고 아기 낳고, 내가 가족들이랑 대체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했었다. 


별로 가족들과 노는 법에 익숙하지 않아서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주말에 공원에 가서 남편과 아이와 공 하나만 가지고 놀아도 은근히 재밌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웃다가 졸다가 결국 잠들게 되는 것도 나쁘지가 않았다.

뭐랄까?


마치 MSG로 무장된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져 있었는데, 오랜만에 먹게 된 집밥이 처음에는 괜히 싱겁고, 맛없게 느껴지다가 자주 먹다 보니 은근히 그게 더 맛있고, 밖에 음식 안 찾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 결혼 전 월화수목금 에브리데이 차차차 행진을 하며 철없이 놀았던 나도 결혼하고 나서 가정 꾸리니 철 많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던, 나의 성향이 어떠했던 어쨌거나 저쨌거나 가정은 나에게 영원한 1순위이다.


왜냐고? 난 이제는 어엿한 가정주부이고, 애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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