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난 주변 사람들에게 이벤트 하는 것을 좋아한다.
친구들이나 이웃들에게 아무 날도 아닌데도 뜻밖의 선물을 건넨다거나 회사를 다닐 때에는 아침 출근길에 부서 전체 40, 50명 정도 되는 직원들의 빵을 사 가지고 가서 함께 나눠 먹기도 하였다.
그리고 예전에 회사에서 정규직이 되어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부서를 떠날 때에는 주말에 짐을 정리하러 가서는 부서 직원들 몰래 한 명 한 명의 자리에 초콜릿과 편지를 두기 오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에게도 이런 이벤트를 종종 하고는 했다.
가령 평소 아이에게는 갖고 싶은 장난감을 “안 돼!”라고 사지 못하게 했다가, 퇴근하는 길에 사 가지고 와서는 아이를 기절할 정도로 감동시킨다거나, 아이가 잠든 후 잠깐 맥주 사러 나간 남편을 위해서는 남편이 오기 전 식탁에 촛불을 밝혀 놓고, 음악도 틀어놓고, 맛있는 안주를 준비해 둔다거나 하면 남편이 정말 좋아한다.
“어, 당신 안 자고 있었어? 애랑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건 또 뭐야?”
하면서 배시시 웃는다.
그리고 가끔씩 남편과 나는 둘이 집에서 술 한 잔 하다가 근사한 음악이 나오면 술을 마시다가 말고 베란다 창문에 우리 모습을 비추어 보면서 블루스를 추기도 한다.
“사장님, 너무 오랜만에 오셨네요.”
“응 박마담. 나 출장 좀 다녀왔어.” 이런 역할극을 하면서 서로 실없는 대사도 주고받고 말이다.
어느 날 기분이 내키면 무작정 풍선을 왕창 불어서는 집을 풍선으로 한가득 채워놓고 아이를 업(up) 시켜준다거나, 집안 벽 곳곳에 전지를 붙여놓고는 아이에게 크레파스가 부러질 정도로 맘껏 신나게 그림을 그리게도 해준다.
나는 이렇듯 이벤트는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치 음식 만들 때 양념을 조금씩 가미해주는 수준으로 평소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도 과하지 않게, 간간히 쳐주면 된다.
나는 오히려 이벤트를 과하게 자꾸 해주면 매번 상대방의 기대 수준만 높아지고 웬만한 것은 해도 잘 안 먹히고 해서, ‘그저 오늘은 상대방에게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서 상대방에게 조금만 맞춰서 해주면 그것이 내게는 진정 이벤트가 된다.
평상시에는 손을 잘 안 잡고 지내던 남편의 손을 내가 스윽 먼저 잡아도, 목이 아픈 남편을 위해 도라지 물을 끓여서 마시라고 앞에 들이밀어 주어도 나는 그게 다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자고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데에는 거창하고 큰 것보다 이런 소소하고 작은 것들이 더 진하고 여운도 오래간다.
음악도 사운드가 강렬한 헤비메탈이나 락을 들으면 순간 속이 시원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기는 하지만, 오히려 잔잔한 감동과 깊은 울림은 조용한 발라드와 경음악을 들었을 때 더 오래가는 것처럼 말이다.
여러분들도 한 번 가족들을 위한 이벤트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꼭 남편들만 아빠들만 이벤트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가령 아이에게는 자주 보거나 좋아하는 만화 프로그램 중에서 영화관 상영을 하거나 뮤지컬 공연을 하는 것이 있으면 미리 예약해두고, 아이에게는 비밀로 한 채 주말에 함께 보러 가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둘이 결혼 전에 갔었던 기억에 남는 데이트 장소를 유인해서는 갑자기 데리고 간다거나, 아 남편들은 주말 동안 집안일과 육아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푹 쉬게 해주는 그런 이벤트를 더 원하려나?
하긴 우리 신랑은 내가 술안주 만들어주고, 앞에서 소맥 말아주고, 같이 달려주는 것을 제일 좋아하기는 한다.
요즘은 비록 내가 아이들 챙기고 한 번씩 몸이 아파서 잘 그러지를 못하지만 말이다.
이처럼 평생 함께 갈 가족들과도 이벤트를 통해 한 번씩 기분 좀 내면서 살아보면 어떨까 싶다.
뜻밖의 상황에 웃음이 터지게도, 감동받아 뭉클하게도, 아이를 폴짝폴짝 뛰게 하기도 이벤트의 소재와 가족들의 반응은 무궁무진 하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이벤트를 통해 가족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