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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Aug 22. 2021

[가정] 남편에게 늘 설렘을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나는 남편에게 종종 묻는다.


“당신, 나 보면 아직도 설레? 내가 여자로 느껴져? 나 결혼했다고 말 안 하면 사람들이 모르겠지? 밖에서 보면 나 애 엄마 안 같지?


결혼하고 애 엄마가 된 지 7년이 넘었는데도, 나는 남편으로부터 꼭 아니라는 대답을 바라면서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는 한다.

나는 결혼 전부터 주변 친구들에게 한 말이 있다.


결혼해도 남편에게는 평생 가슴 뛰게 하는 여자이고 싶다고, 그래서 계속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고, 어디 가서 막 자랑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 들게 하는 그런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이다.


글쎄 지금 우리 남편에게 난 그럴까 싶은데, 남편의 눈을 보면 다 안다. 나 아직 남편에게 여자 맞는 것 같다.


뭐 부부는 정으로 산다는데, 난 그래도 부부가 계속해서 서로에게 이성적으로 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는 남편과 사랑도 식고, 섹스 생각도 별로 안 나고, 그저 의리, 정으로만 산다면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


우리가 살면서 가지는 수많은 인간관계 중에서 유일하게 여자, 남자의 성을 확인하면서 살아도 된다고 법적으로 허용된 관계가 바로 부부다.


그런 부부끼리 남자로서 여자로서 느껴지지 않으면, 대체 어디 가서 느끼고, 확인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남편에게 여자로서 설렘을 준다는 것은, 그냥 일반 모르는 사람에게 설렘을 주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


집에서 서로 볼 거 안 볼 거 다 보는데, 계속해서 그런 마음이 들게 하려면 나도 나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한다.


난 우선은 살이 찌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매일 한 시간씩 운동을 하는 편이지만 가끔 운동을 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좀 덜 먹는다.


그 이유가 내가 남편에게 여자로 느껴지고 싶다면 적어도 아줌마 같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나는 주로 외적으로만 봤을 때 여자들이 아줌마이다 아니다가 판단되는 기준이 첫째 살의 정도, 둘째 스타일, 셋째 걷는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주변 여자들을 볼 때 나이, 결혼 유무, 자식 유무를 떠나 살이 찌고, 편한 옷차림을 하고, 구부정한 자세에 다리를 적당히 벌리고 걷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아줌마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일단 적어도 살은 찌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아무리 바빠도 평소 몸매 관리를 하면서 지낸다.



그리고 나는 집에서도 너무 편하게 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머리를 며칠씩 감지 않고 늘어진 티나 후줄근한 옷을 입는 것은 절대 사절이다. 차라리 엉덩이 힙업을 어필할 수 있는 몸에 딱 붙는 트레이닝복이면 몰라도 말이다. 또 매번 샤워 후에는 꼭 가볍게 향수를 뿌리고는 한다.


그리고 가끔 둘이 데이트하는 일이 생기면 결혼 전 미스 때처럼 꽃단장을 한다. 이제는 비록 아이들의 엄마이지만, 남편과 단둘이 있을 때는 그래도 아이들의 엄마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가급적 둘이 있을 때에는 아이들 이야기보다 서로의 관심거리나 요즘 읽고 있는 책이나 각자 듣고 있는 음악들, 함께 봤던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남편에게 아내, 엄마로서의 느낌만을 자꾸 풍긴다면, 난 남편에게 여자가 아닌 가족 구성원 중 하나 혹은 룸메이트 정도로 느껴질 것 같다.


나는 그래도 워킹맘으로서의 삶은 힘이 들지만, 회사를 다니며 일을 해서 좋은 것 중에 하나가 남편으로 하여금 나에 대한 설렘을 조금은 더 유지시켜준다는 것이다.


내가 일단 회사를 다니면 매일 꾸밀 수밖에 없고, 집에서의 가정주부의 모습 외에 직장에서 멋지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


‘나의 아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어도, 나와 아이들이 전부가 아닌, 자기 관리도 하고, 일도 있고, 열정도 있고, 매력이 넘치는구나.’


라는 생각과 감정들을 남편에게 어느 정도 느끼게 해 주도록 하는 것 같다.

이거 혹시 설마 나 혼자만의 생각인가?


암튼 이렇듯 저렇듯 나는 남편에게 죽는 그 순간까지 여자이고 싶다.


내가 팔십 넘은 할머니가 되어도 남편이 나를 볼 때면 늘 설레고 들뜨게 하고 싶고, 서로 육체적으로 늙거나 아파서 실제로 섹스를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마음만큼은 죽는 그날까지 들게 하고 싶다.


회사에서도 밀당, 남편과 결혼해서도 밀당. 자식을 낳아서도 밀당.


밀당은 연애할 때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밀당은 평생이고, 상대도 다양, 수준도 점점 더 높여줘야 했다.


그래도 뭐 어떤가? 한 남자에게 평생 여자로 살 수 있는데, 피곤해도 해야지. 그거 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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