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스 박 Jan 24. 2023

[가정] 가족들에게 회사일로 미안해하지 않기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나는 회사를 다니며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남편에게 “미안해.”, 아기를 낳고 나서는 남편과 아이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한동안 입에 붙이고 살았다.


“여보 나 오늘 일이 많네, 늦을 것 같아. 혼자 저녁 챙겨 먹어. 미안해. “


“갑자기 부장님이 회식 소집하셨어. 부서장님도 참석하시고, 내가 빠지면 안 될 분위기인데, 어쩌지. 미안해. 술은 조금만 마시고 갈게. “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 “피곤해서 많이 놀아주지 못해 미안해.” “하루 종일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아파서 미안해.”

나는 언제인가부터 회사를 다니며 가족들에게 모든 것들이 다 미안했다.


나도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매일 아침 별 보고 나가서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과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퇴근하고는 저녁에 녹초가 되어서 집에 와서 잘 때까지 바닥에 등 한 번 못 대보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마음은 늘 아이와 남편에게 죄를 짓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자꾸 그런 생각, 그런 마음을 가지니 점점 나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경제적으로 내가 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가족들도 역시 일하는 나를 원했고(비록 아이는 아직 어려서 엄마가 집에 있어주기만을 바라지만, 분명히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힘들게 회사를 다니며 일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것으로 인해서 내가 가족들에게 이렇게 계속해서 미안해한다는 것이 왠지 열심히 살고 있는 나에게는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나는 더 이상 내가 일을 하는 것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미안해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왜냐하면 그것 역시 내가 가족들을 위해서 한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를 다니며 살림도 하고 육아도 하는 등 나 자신이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에, 남편과 아이들도 날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그리고 야근과 회식도 직장인이라면 워킹맘에게도 포함되는 직장생활의 필수항목들이었다.


그래서 그것들도 나에게는 일상의 일부였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런 일상 때마다 늘 미안하고, 죄인 같은 마음을 가진다면, 사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닐 필요도 없었고, 돈을 벌어서도 안 되었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어차피 내가 집에 있어도 다른 면에서 나는 가족들에게 미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남편의 어깨가 예전보다 더 무거워질 테니 그것이 미안할 것이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게 되니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것과 사고 싶은 것을 잘 못 사주게 되어 또 미안할 것이다.


막상 그렇게 생각해 보니 나는 집에 있으나 회사를 다니나 미안함의 종류만 다를 뿐 내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그러니 더더욱 나는 회사를 다니는 것으로 가족들에게 미안해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후자의 미안함보다 전자의 미안함이 덜 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예전 내가 아이가 하나이고 지금처럼 주말부부도 아니었을 때, 아이가 둘이고 남편과 주말부부를 하면서 혼자 아이들을 키우고 사는 워킹맘 선배들을 보면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들이 비록 외모를 잘 꾸미지 못했더라도 내가 보았던 그네들의 모습은 멋지고 꿋꿋했다.


그래도 매번 퇴근할 무렵이면 근무시간 동안 일을 다 끝내고 가면서도 왠지 사무실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서 간다는 생각에 얼굴을 붉히며 나가는 그녀들의 뒷모습을 볼 때면 그 뒤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그녀들의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는 잔상처럼 말이다.



워킹맘들이여! 우리 이제 더 이상 회사 일로 가족들에게 미안해하지 말도록 하자!


회사를 다니며 일을 하는 것도 일을 하면서 하게 되는 야근과 회식도 워킹맘인 우리들이 마냥 좋아서 하는 취미생활은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우리가 가족들을 위해서 한 최선의 선택이었고, 우리는 그렇게 선택한 것에 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더 나은 우리 가정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살림하고,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회사 일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을 가질 필요도 미안해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꾸 그러면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진정 미안해지는 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정] 남편에게 늘 설렘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